꽃과 함께였던 신안에서의 추억

입력 2024.08.07. 15:51 최소원 기자
박선우 시집 '임자도, 홍매화에 매혹되다'
섬을 통해 노래하는 꽃들의 향연

'가는 겨울과 오는 봄의 간극은 얼마쯤일까?/가늠할 수 없는 여백 사이로 홍매화 꽃눈이 트이면/그의 눈이 매의 눈이 되어 밀착한다/꽃은 그가 되고 그도 꽃이 된다'('홍매대련')

신안군 출신의 박선우 시인이 다섯 번째 시집 '임자도, 홍매화에 매혹되다'(더푸른 출판사)를 발간했다. 앞서 신안의 1004개의 섬을 대상으로 지난 2020년 '섬의 오디세이'를 발간했으며, 이번 시집 역시 고향 신안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오랫동안 본질적인 것과 근원적인 것에 대한 시적 탐구를 해온 시인은 대상과 하나가 돼 대상이 가지고 있는 결을 깊이 있게 탐구한다. 대상을 섣불리 아는 체하지 않으며 대상이 자신이 간직한 비의(秘意)를 내밀 때까지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그래서 얻어지는 본질성을 포착한다.

박선우 시인

특히 이번 시집에서 다루고 있은 홍매화, 튤립, 맨드라미, 감자꽃, 여뀌꽃, 소금꽃 등은 살아있는 실체로서 작품 속에 존재한다. 관조자의 눈으로 포착한 것이 아니라 내밀한 경험자의 감각으로 그것들과 함께 살았던 흔적이 언어화돼 자신만의 형상을 띤 채 놓여 있는 것이다.

시인은 지은이의 말에서 "어제 나를 찾아온 바람이 세시 방향이었다면 오늘 부는 바람은 어린잎을 틔우는 바람이다. 그렇듯 세계는 오묘해서 알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다"며 "내가 할 수 있는 건 겨우 시 한 줄 쓸 수 있다는 것, 신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박선우 시인은 신안에서 태어났으며 2008년 '리토피아'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시집 '임자도엔 꽃 같은 사람만 가라', '홍도는 리얼리스트인가 로맨티스트인가', '하나님의 비애', '섬의 오디세이' 등을 펴냈다. 이 중 '섬의 오디세이'는 섬에 대한 본질성과 근원성을 실감 나게 펼쳐, 그 문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아르코 문학나눔 우수도서'에 선정되기도 했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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