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은숙 글|김정진 그림|북멘토| 96쪽

"리모컨으로 시간을 조종한다고? 완전 뻥이겠지!"
어제도 지각했고, 그저께도 지각했고…. 병구는 지각을 안 하는 날이 거의 없다. 어젯밤엔 늦게까지 게임을 하다가 자는 바람에 늦잠을 자버렸다. 어차피 늦어 버린 거 에라 모르겠다 하고 터덜터덜 학교에 갔는데 이미 2교시 체육 시간. 피구를 하려고 가위바위보로 진 팀과 이긴 팀을 나누고 있었다. 병구가 좋아하는 규리는 진 팀에 있었고, 규리와 한 팀이 되려면 가위바위보에서 져야 했다. 가위바위보 상대는 항상 주먹만 내는 지호. 가위만 내면 병구가 규리와 같은 팀이 되는 거였는데 보자기를 내버린 상황. 병구는 "이게 다 지각을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자책했다.
속상한 기분 때문에 피구도 져버리고 말았다. '아, 짜증 나! 속상해!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병구는 딱 오늘 아침으로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다. 그런 병구의 눈앞에 긴 수엽에 빨간 리본을 단 이상한 할아버지가 나타나 리모컨 하나를 주면서 "시간을 조종할 수 있는 리모컨"이라며 "딱 72시간만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하고 사라졌다.병구는 솔직히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직접 사용해보니 정말로 이 리모컨으로 시간을 마음대로 빨리 감고, 멈추고, 뒤로 되감을 수 있었다. 아주아주 신기하고 멋진 리모컨을 손에 넣은 병구. 과연 병구에겐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주아주 신기하고 멋진 리모컨'은 시간의 소중함에 대해 어린이 독자와 함께 고민해 보는 작품이다. 하고 싶은 일도 엄청나게 많고, 하기 싫은 일도 엄청나게 많은 어린이 독자들이 세상에 존재하는 그 수많은 유혹을 뿌리쳐 내는 일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작품은 그러한 시간의 속성을 유쾌하고 발랄한 전개와 끝 간데없는 상상력을 통해 아이들이 간접 체험할 수 있게 도와준다.
또 이 책은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행복할까에 대해 어린이 독자 스스로 고민해 보게 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지 스스로 깨닫게 하는 작품이다. 이 책을 통해 더 많은 어린이 독자들이 각자의 시간을 더 알차고, 의미 있고, 후회 없이 사용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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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선으로 그려낸 삶과 추억 384 시는 감성의 산물이다. 이성과 논리의 언어가 아니다.그래서 시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읽힐 때 진정한 의미를 획득한다.김영자 시인이 최근 시집 '시꽃 물들다'(시와사람刊)를 펴냈다.이번 시집에는 감탄을 자아내는 새로운 해석과 착상이 돋보이는 시편들이 수록돼 있다.시인은 모서리 없는 향기처럼 함박웃음으로 너울거리는 모란을 보여 아슬히 푸른 울음소리를 내기도 하며 홀연히 춤추다 지는 절망을 노래하기도 한다.그는 낯설게 하기 기법을 바탕에 갈아 싱그런 표현들을 버무렸다."먼동 트이는 아침/ 눈부신 햇살 주워담은 개천가/ 물비늘의 눈빛 반짝거린다// 왁자한 소문 울컥이는 어둠 닦고/ 너스레한 노점 아지매들의 혈색 좋은 웃음소리삼백육십오 일 좌판 깔고 흥정한다// 줄줄이 엮은 부양가족 품기 위해/ 불구덩이라도 뛰어들 수 있다는/ 일념 하나로/ 시커멓게 멍든 주먹 가슴으로/ 애환의 물살 건넌다// 생채기로 찢긴 날카로운 비수/ 아린 침묵 꿰매며/ 도마 위에 납작 엎드린 오후/ 삐걱거리는 허리 통증 할퀴고 간/ 파닥이는 은빛 나래짓/ 황금빛 노을 떨이한다// 세느강이라 불리는 양동 다리 옆/ 역사 깊은 광주의 푸른 기상 안고/ 무등의 젖줄기로 태어난/ 화이트칼라 미모와 흰 베레모 뽐내는/ 중앙여고// 양동 다리 밑/ 떡볶이와 오징어 튀김도/ 덩달아 튀어올라/ 발랄한 안색으로 무더기 수다 떤다// 철썩이던 광주천 계곡/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버들강아지 빛으로 남아 있다."('추억의 양동시장' 전문)예나 지금이나 광주 양동시장은 사람과 상인들로 북적댄다. 그 시절 양동시장은 광주의 중심이며 정이 묻어나던 곳이었다. 힘겨운 나날을 보내던 이들도 양동시장의 활기와 생명력에서 힘을 얻었다. 그리고 그 풍경은 추억이 됐고 아련한 시간 속에서도 기억으로 자리해 있다.박덕은 시인은 "사실 시는 주제를 노출할수록 시의 특질에서 점점 더 멀어진다"며 "김영자 시인의 시들은 이러한 시의 특질을 잘 고루 구비하고 있어서 한층 돋보인다"고 평했다.김영자 시인은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일"이라며 "자연 안에 깃든 신성을 벗삼아 더 이상 헤매일 것 없는 내 안의 나를 만나 깊이 잠든 시심을 깨운다"고 말했다.그는 '현대문예' 추천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한국여성문학대전 최우수상, 독도문학상, 빛창문학상 우수상 수상, 광주문인협회 이사와 광주시인협회 이사, 한실문예창작회원, 둥그런문학회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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