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 지음|위즈덤하우스| 328쪽
오늘날 매년 8월 초가 되면 '수능 100일 전'이 일제히 보도된다. 행정고시, 임용고시 등 주요 고시에 관한 소식도 연중 끊이지 않는다. 이러한 시험들은 전 국가적인 관심사인데, 공동체의 미래를 책임질 인재를 선발하는 관문인 동시에 개개인에게는 입신양명의 시작점이기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이는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500년 전의 조선에는 지금의 수능과 온갖 고시를 다 합친, 모든 출세의 '왕도'인 과거가 있었다. 인성과 학식, 국가 경영의 자질 등을 두루 깐깐히 평가한 과거는 조선의 버팀목 그 자체였다. 그만큼 높은 수준을 요구했고, 급제자에게는 부와 명예, 권력을 보장했으니, 수많은 사람이 과거에 도전했다. 한마디로 조선에서조차 입시는 전쟁이었다.
저자는 실록 같은 조정의 공식 기록부터 이황의 편지나 정약용의 문집 같은 개인의 기록까지, 역사의 바다에서 과거와 관련된 여러 사료를 찾았다. 역사가로서 사실을 고증하고 스토리텔러로서 재미를 더한 그 이야기들에는 앞서 시험지옥을 겪었던 선배들의 '웃픈' 일화가 녹아 있다. 그들은 1천권 이상의 유교 경전을 외우는 것으로도 모자라, 필체까지 갈고닦았다. 수많은 학원이 문전성시를 이뤘으며, 유력 가문들은 이름난 학자를 과외 선생으로 모시고자 혈안이었다. 장수생과 체벌은 그때도 사회문제였다. 한편 시험장에서는 온갖 부정행위가 시도됐고, 특히 권력형 입시 비리가 횡행하며 조선의 기틀을 흔들었다.
조선은 철저한 신분제 사회였고, 따라서 신분마다 따르고 지켜야 할 도리가 있었다. 지배층인 양반도 예외는 아니어서, 아랫사람을 부리고 지도할 권세를 누리려면 그에 걸맞은 '자격'을 갖춰야 했다. 그 자격이란 첫째는 혈통이요, 둘째는 벼슬이니, 고로 과거에 급제하지 못하면, 반쪽짜리 양반에 불과했다. 물론 벼슬길에 올라야 먹고사는 문제도 해결되었다. 이러한 신분제의 질서와 현실의 압박을 배경으로 과거를 둘러싼 입시 전쟁이 막을 열었다.
책은 그 욕망과 좌절의 대향연으로 가득하다. 자연스레 오늘날의 입시 풍경이 겹쳐 개인의 영달과 가문의 영광, 세력의 영속을 위해 과거에 도전한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묘한 동질감과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 [어린이] 산타는 첫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보낼까? 온 세상을 날아다니며 선물을 전하느라 크리스마스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산타 할아버지. 그런 할아버지를 위해 북극 친구들이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데 산타 할아버지는 첫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보냈을까?산타 할아버지는 크리스마스를 제대로 즐기질 못했다. 1년 내내 장난감을 만드느라 바빴기 때문이다. 할아버지는 크리스마스이브가 되면 온 세상을 날아다니며 아이들에게 세상에서 하나뿐인 장난감을 선물하고, 집으로 돌아와 곧바로 잠이 들었고, 크리스마스 아침이 돼도 할아버지에겐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북극 친구들은 단 한 번도 크리스마스를 온전히 즐기지 못한 산타 할아버지가 몹시 마음에 걸렸고, 다 함께 머리를 맞대서 오직 산타 할아버지 만을 위한 특별한 크리스마스 계획을 세운다.요정들은 잠에서 막 깨어난 산타 할아버지를 위해 맛있는 아침밥을 준비하고, 산타 할아버지에게 크리스마스트리를 꾸며 보자 제안을 하기도 한다."참 아름답구나!" 다 함께 꾸민 크리스마스트리를 가만히 올려다보던 할아버지 입에서 감탄이 절로 흘러나온다. 그런데 산타 할아버지를 위한 놀랍고 멋진 일들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처음으로 크리스마스를 즐기게 된 산타 할아버지! 과연 어떤 크리스마스가 산타 할아버지를 기다리고 있었을까?우리 시대의 젊은 그림책 거장인 맥 바넷과 시드니 스미스, 두 거장이 힘을 모아 함께 펼쳐낸 그림책은 그 자체만으로도 멋진 '크리스마스 선물'이라 할 수 있다.'산타 할아버지의 첫 크리스마스'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칼데콧상, 보스턴 글로브 혼북상을 비롯해 빼어난 그림책에 주는 수많은 상을 받은 두 거장의 작품답게 기분 좋은 만족감을 안겨 주는 동시에 달콤한 당의로 감싼 메시지 또한 오래오래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맥 바넷은 특유의 재치와 유머, 그리고 상상력을 더해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이전에 없던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선물한다. 북극곰이 문제 제기를 하기 전까지 산타 할아버지의 크리스마스에 대해 아무 생각도 없었던 요정들의 해맑음이나 아이처럼 쿠키에 올릴 크림을 넘보는 산타 할아버지의 천진함은 보는 내내 입가에 웃음이 떠나지 않게 한다.또 우리 내면의 빛을 그리는 빛의 추적자, 시드니 스미스가 그림에 담은 환하고 따뜻한 빛은 책을 읽는 독자의 마음까지도 빛으로 충만하게 만든다. 두 거장이 빚어낸 크리스마스의 기적이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서 오래오래 계속되기를 바라 본다.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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