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십년 걸었던 거리를, 엄마와 딸이 다시 걸으며 여행자의 시선으로 담아낸 책이 발간됐다.
바로 한국산학협동연구원(KIURI) 대변인이자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인 정서연 작가가 쓴 '엄마와 단둘이 나주여행'이다.
정 작가가 인생의 아침을 열어준 고향인 나주의 풍경과 표정을 기억하고 싶어 기록한 책이다.
수십년 걸었던 거리를 여행자의 시선으로 다시 함께 걷는 엄마와 딸의 이야기를 낯선 도시가 아닌 삶의 터전이자 일상이었던 고향을 여행지로 선택해 담담하게 담아냈다.

정 작가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전대미문의 시대가 열렸다. 코로나19에 감염되면 격리돼야 하는 상황 속에서 삶이 통제되고 제한되는 현실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간 너무도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의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절절히 느끼게 했다"며 "마흔여섯에 혼자되신 친정엄마의 안부를 묻는 것이 어느새 작가의 일상이 되어버렸고, 주말이면 고향에 내려가 친정엄마와 시간을 보냈다. 고향에 가면 동네 마실 다니는 것처럼 편안하고 소박하게 나주 곳곳을 돌아다녔다. '엄마와 단둘이 나주 여행'은 그렇게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이 책에는 네 가지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찬란한 자연유산, 나주의 숨은 보물, 살아 숨쉬는 나주 정신, 부활의 서사다.
거문고 소리를 들으며 학처럼 고고하게 맞이한 금학헌에서의 시원한 아침은 작가가 기억하는 소중한 장면이다.
작가는 금성산을 오르며 나주의 가슴 뛰는 심장 소리를 느꼈다면, 정렬사에서는 나주 정신이 건재하고 살아있음을 확인했다.
장중하면서도 고요한 향교를 비롯해 역사의 숨결이 느껴지는 금성관, 자연과의 조화를 통해 산사의 미학을 구현한 불회사에 이르기까지, 천년고도 나주의 자연과 역사, 문화유산 이야기를 책을 통해 담아냈다.
또 여행 중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새로운 지혜를 얻는다는 점에서 자신과 가족, 타인과의 관계성에 대한 작가의 성찰도 있다.
정 작가는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날 때 길을 밝혀주는 불빛처럼 엄마와 함께했던 시간이 때로는 위안의 얼굴로, 때로는 희망의 손길로 그렇게 다가왔다"며 "그렇게 시작된 나주 여행이 3년이라는 축적된 시간 속에서 어느새 한 권의 책이 됐다"고 전했다.
한편 '엄마와 단둘이 나주 여행' 북콘서트는 19일 오후 7시 광주 남구 양촌길 10년후그라운드와 오는 26일 오전 11시 전남 나주시 향교길 3917마중에서 열린다.
한경국기자 hkk42@mdilbo.com
-
단시조로 펼쳐낸 삶의 사유와 서정 글은 삶의 시간과 풍경을 펼쳐내는 캔버스이다.경제학자에 이어 시인으로 인생 제2막을 채우고 있는 정언(柾彦) 손형섭씨가 제2시조집 '새벽'(도서출판 서석刊)을 펴냈다.그는 지난 2023년 '월간문학' 신인상 등당으로 시조시인의 이름을 얻고 지난해 5월 첫 시조집 '눈 내리는 저녁'을 펴낸 뒤 1년 만에 두 번째 시조집을 발표했다.이번 시조집에는는 단시조(短時調)만 100편이 실렸다.1부 '첫차', 2부 '고향의 강', 3부 '가을 산책', 4부 '첫눈' 등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4계절에 관해 각각 17편씩 68편을 수록했다. 5부 '인연'과 6부 '전라도여'에는 삶과 시대에 대한 32편을 담았다."아련히 들려오는/ 조선 닭 울음소리// 눈곱 낀 찬바람이/ 창문을 두드린다// 새벽은/ 새날을 믿는/ 희망이요 출발이다"('새벽'전문)동트기 전 눈을 뜨며 이를 하루를 시작하는 시인은 창으로 몸을 움직이며 새로운 문을 연다.어느새 황혼에 이른 나이에도 아침은 늘 새롭고 인생은 설렌다.그가 말하는 아침은 희망이자 출발이며 행복이며 기쁨이다.손 작가는 시인의 말에서 "시조는 정형률에 더한 민족 고유의 시이고, 품격을 얹어 감동을 우려낼 수 있어서 단시조를 쓰고 싶었다. 45자 내외의 짧은 언어로 사물에 대한 사유와 서정을 정형 틀로 담아내고 싶었다"면서 "그것은 고려 말부터 우리 선조들이 조상 대대로 즐겨 노래했던 멋과 풍류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것은 우리 민족의 문학적 양식이므로 우리의 큰 자랑이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이어 "그러나 막상 단시조를 쓰면서 느낀 것은,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깨닫게 되었다. 단, 한 편의 단시조를 쓰기 위해 얼마나 깊은 사색과 성찰이 필요한 것인가를 배우게 되었다"며 "따라서 '빈 항아리'란 나의 단시조 한 편을 소개하면서 시인의 말로 대하고자 한다"고 적었다.'몇천 번/ 다그쳐야/ 둥글게 되는 걸까// 몇천 도/ 견뎌 내야/ 소리가 나게 될까// 몇천 년/ 기다려야만/ 체워질 수 있을까.' (빈 항아리)손형섭 시인은 1942년 화순에서 태어나 광주상고와 전남대학교 농업경제학과를 나와 전남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국립목포대학교에서 대학원장·사회대학장·경영행정대학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명예교수로 활동하고 있다.지난 2007년 정년퇴임 후 고(故) 문병란 시인의 서은문학연구소에서 시 창작을 수강하며 늦깎이로 창작의 길에 들어섰다.75세인 2017년 '문학예술' 봄호에 시 부문 신인상을, 가을호에 수필 부문 신인상을 각각 받으며 문단에 데뷔했다. 이후 왕성한 창작욕으로 시집 '별빛', '파도', '만추', '겨울 나그네' 등 4권과 수필집 '삶의 흔적', '추억', '아무려면 어떠랴' 등 3권을 발간했다.또 2023년 '월간문학' 9월호에 시조 부문 신인상을 수상한 뒤 2024년 첫 시조집 '눈 내리는 저녁'을 펴냈다. 한국문학예술가협회 광주전남지회장과 광주시문인협회 이사를 지냈고, 현재 한국문인협회 이사와 국제펜 한국본부 이사, 광주시시인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광주시시인협회 문학작품상, 도서출판 서석 문학상, 한국문학비평가협회 문학상 등을 받았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 · 진실의 詩語로 써내려간 분노와 위로
- · 시·수필·드라마···암송 무대 펼쳐진다
- · [단독 인터뷰] "이름 없는 것들을 위한 이름 되길"
- · 700년 역사 '가사문학' 가치 전달 '저변 확대' 기여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