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J. 미어샤이머, 스티븐 M. 월트 지음, 김용환 옮김|CRETA|508쪽
자유 국가가 불량 국가가 된 이유
미국 중동 정책의 현실 파헤치다
치열한 대선 전쟁을 뒤흔든 사태
피해자는 방패막이가 된 민간인
미·중 전략 경쟁과 다극화 시대
국제협력을 회복하기 위한 방안
세계 초강대국 미국의 지원을 받아 온 이스라엘은 1년 전 발발한 하마스와의 전쟁에서도 여전히 낙관적인 태도로 전쟁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대선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이스라엘의 일방적인 군사적 행동은 미국을 난처하게 하며 그들에 이득이 없다는 것을 전면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다.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지금, 왜 미국은 이스라엘 편에 서는가?
전 세계 어느 나라를 돌아보더라도 미국은 '자유'의 나라로 손꼽힌다. '자유와 평등'이라는 건국 이념의 미국은 언론과 자유롭게 연합을 형성할 수 있지만, 금기시되는 것을 건드리면 차갑게 돌아서 주요 미디어 대중 담론을 활용해 그들을 '반유대주의자', '나치주의' 등으로 깎아내리거나 고립시킨다. 이를 실현하는 것이 바로 유대인과 이민자로 구성된 로비 이익집단의 정치적 역동성이다. 이들은 미국 내 정책을 친이스라엘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적극적이고 광범위한 계층으로 구성된 개인과 단체다.
미국은 '소련(러시아)'을 견제하기 위해 이스라엘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은 국가 운영과 생존을 위해 미국에 합리적인 외교 정책을 요구한다. 애초에 비합리적일지라도 미국 유대인, 친이스라엘 집단은 결정권자인 미국 대통령을 의중대로 움직이게 만든다. 로비는 미국-이스라엘 관계를 확고히 유지하는 것이 목적이며, 미국 유대인과 대통령의 궁극적인 목표는 '평화'다.
저자들은 책을 통해 '전략적 이익도, 도덕적 당위도 미국이 이스라엘에 관대하고 무제한적인 지원을 지속하는 이유가 되지 못한다'고 말한다. 몇몇 국제정치학자가 미국과 이스라엘 간의 외교 정책 문제점을 경고하지만, 그조차도 다수의 엘리트 계층과 로비의 힘 때문에 무마되고 만다. 로비는 미국 외교 정책뿐 아니라 정책 결정, 행정부 등 여러 부처에 영향을 끼친다.
이 책은 미국의 외교 정책에 대한 로비의 영향력이 미치는 악영향에 초점을 맞춰 이스라엘과 관련해 발생한 군사 외교적 충돌 사례와 로비단체와 미국 간의 사건들을 현실주의 관점으로 저술했다. 두 파트로 나눠 첫 번째 파트에서는 이스라엘에 물적·외교적 지원을 이어가는 무비판적이고 무조건적인 관계는 미국의 국익에 배치된다는 사실을 역설한다. 두 번째 파트는 중동 정책을 수립하는 데 로비가 맡은 역할을 추적한다. 미국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 로비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여전히 미국은 이스라엘을 편애하고 있지만 이로 인해 곤욕을 겪고 있으며 최근 중재국들과 함께 협상 압박을 가하고 있다. 미국 우호국이자, 휴전국인 대한민국에 중동 전쟁은 마냥 남의 나라 일일까? 오히려 미·중 패권 전쟁에서 국제협력 경각심을 키우고 세계가 전쟁을 치르는 내면을 냉철하게 직시해야 할 것이다. 약소국이나 중견국은 강대국이 될 수 없으므로, 약하게 봤던 상대 뒤에 어떤 강자가 지원하고 있는지, 국가 생존을 위해 누구와 동맹을 만들어 세력 균형을 유리하게 할 것인지 비판적인 사고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 "제주의 사람과 풍경 글과 그림에 담았어요" 384 시인에게 시는 밥줄이자 자신을 지탱하는 버팀목이다.박노식 시인은 등단 후 9년 동안 5권의 시집과 1권의 첫 시화집을 출간, 왕성한 창작활동과 필력으로 자신만의 시탑(詩塔)을 쌓아가고 있다.박노식 시인이 자신의 대학동문인 이민 화가와 두번째 시화집 '제주에봄'(스타북스刊)을 펴냈다.이번 시화집에는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경과 문화유적, 박물관, 카페 등을 여행하며 두 사람이 쓰고 그린 100편의 글과 100편의 그림이 실려 있다.각각의 글과 그림은 제주의 숨겨진 풍경과 매력을 새롭고 다채롭게 펼쳐냈다.지금은 국내 최고의 휴양지이지만 제주는 눈부신 풍광 속에 4·3이라 불리는 역사적 아픔과 상처를 간직한 슬픔의 땅이자 사람과 자연, 바다가 치유와 행복을 건네는 '천국'이다.박노식 시인과 이민 화가는 책머리에서 책에 담고자 하는 뜻을 전한다."오직, 시만 쓰고 오직, 그림만 그리는 순한 두 사람이 만나서 세상에 하나뿐인 아름다운 책을 낳았습니다. 제주는 슬픔의 섬이고 예술적 상상력의 바다입니다. 그래서 마음이 더 아픈지도 모릅니다. 이 책은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그곳의 아포리즘과 그림이 당신에게 위로가 되었다면 당신과 우리는 한 수평선에 누워서 낮의 흰 구름과 밤의 푸른 별을 함께 바라보는 것과 같습니다."첫 장 이민 작가의 작품 '밤 11시30분 솔동산로'에 입힌 박노식 시인의 글을 보자."홀로 밤길을 걷는 사람은/ 가로등 아래에서 어떤 슬픔을 찾으며/ 누군가를 오래 생각하는 버릇이 있어요."익숙한 길이건 낯선 거리건 우리는 어두운 밤 홀로 걸을 때 누군가를 만났던 장면과 감정을 떠올린다.생각은 기억을 부르고 그 기억은 흘러버린 시간으로 우리를 데려가며 그 때의 그 장면들을 되새기게 한다.그것은 때로 아쉬움과 그리움으로 혹은 추억과 후회로 가슴을 후벼파기도 한다.박 시인은 이민 작가와 함께 제주 곳곳의 공간과 풍경을 포착한 순간과 그림에 담긴 모습을 오버랩하며 자신만의 언어로 느낌과 서정, 서사를 입혔다.그는 비 내리는 서귀포 명동거리에서 먹먹한 가슴을 떠나보내야만 했던 자신과 눈물을 훔치기도 하고 기억의 고통을 감내한 인내로 내일을 기약하기도 한다.'신서귀포 메밀꽃밥'에서는 상처 받은 마음을 어루만지듯 피어난 꽃을 보며 상처도 삶의 일부임을 말한다.그의 시선은 계속 이어진다. 간밤의 고통을 이겨내고 떠오른 아침햇살을 보며 이별의 아픔도 영원하지 않음을 이야기하며 자신을 붙들지 않고 놓아주지 않는 기억 하나가 있다면 이 또한 자기의 전부였음을 인정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임을 보여준다.이렇듯 각각의 글과 그림에는 사실적 풍경 속에 담긴 화폭에 입힌 작가의 손길과 시인의 눈으로 건져올린 그림 속 언어들이 슬픔과 상처를 어루만지는 위로와 희망을 건네준다.박노식 시인은 "보석 같은 제주도 곳곳의 풍경과 공간들을 담백한 필치와 색채가 어우러진 이 민 작가의 그림을 매개로 그때 그때의 느낌의 단상들을 간결한 시적 언어로 고백하듯 써 냈다"며 "고단한 삶 속에서 잠시나마 하늘과 구름, 별을 보듯 쉬어가는 마음으로 읽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박노식 시인은 어느 봄날, 꿈속의 그에게 불현듯 나타난 또 다른 그가 했던 말 "한 권 시집도 없이 위로 올라오지 마라!" 그는 이 현몽을 얻고 생업을 접었다. 독한 마음으로 화순군 한천면 가천마을에 둥지를 틀고 오직 시만 썼다. '유심'에 '화순장을 다녀와서' 외 4편으로 신인상을 받고 등단, 2018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수혜했다. 조선대 국문과를 나와 현재 광주 동구 '시인 문병란의 집'큐레이터로 활동 중이다.이민 화가는 조선대학교 미대 회화과와 일본 동경 다미미술대학 판화과 석사학위 취득 후 국립현대미술관 아카데미와 국내 여러 대학에서 겸임교수로 재직했다. 작가는 자신만의 '판타블로 : 판(판화)+타블로(서양화)'라는 특수한 기법을 고안, 90회가 넘는 개인전을 열었다.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왕성한 창작 활동을 하고 있으며 제주도 그림만 1천점을 목표로 창작에 전념하고 있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사진=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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