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에 올 때는 세 개의 눈을 챙겨 오세요

입력 2024.10.30. 13:23 최소원 기자
김경윤 시화집 '그대 땅끝에 오시려거든'
해남 풍광 담은 사진과 땅끝의 시

'그대 땅끝에 오시려거든/일상의 남루 죄다 벗어버리고/빈 몸 빈 마음으로 오시게나/행여 시간에 쫓기더라도 지름길일랑 찾지 말고/그저 서해로 기우는 저문 해를 이정표 삼아/산다랑치 논에 소를 몰 듯 그렇게 고삐를 늦추고 오시게나'('그대 땅끝에 오시려거든')

해남군 출신의 김경윤 시인이 시화집 '그대 땅끝에 오시려거든'(문학들)을 발간했다. 땅끝 해남을 노래한 저자의 시 57편에 해남의 풍광을 담은 고금렬, 김총수, 민경, 박흥남의 컬러사진 73컷을 엮었다.

책의 부제는 '세 개의 눈으로 보는 땅끝 해남'이다. 세 개의 눈은 다름 아닌 '눈과 마음과 렌즈'다. '마음'을 '시'로 바꿔도 좋다.

저자에게 고향 해남은 삶의 터전이자 시의 원천이다. 첫 시집 '아름다운 사람의 마을에서 살고 싶다' 이후 '신발의 행자', '바람의 사원', '슬픔의 바닥', '무덤가에 술패랭이만 붉었네'에 이르기까지 해남은 그의 시의 무대이자 사유의 텃밭이 되었다. 해남에서 나고 자란 그는 군과 대학 시절을 제외한 생의 대부분을 이곳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살아왔다. 땅끝문학회와 김남주시인기념사업회를 이끌며 '땅끝시인'으로도 이름났다. 이 책이 흔히 보는 '해남 땅끝' 여행서들과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김경윤 시인

군부독재와 광주항쟁을 겪고 전교조 해직교사로서 교육 운동에 투신하기도 했던 시인은 이 땅의 모순된 현실을 직시하고 이를 극복하려는 의지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점차 불교적 세계와의 접목을 통해 시적 사유와 감각의 깊이를 더해왔다.

고재종 시인은 발문에서 "이성과 합리성이라는 이름으로 시인 같은 '오래된 미래'의 한 생활방식을 사라져야 할 유물로 간주하는 현대 속도 문명인에게 통렬한 일갈을 놓는 풍자이다"고 말했다.

고금렬 사진가의 '땅끝 일몰'

김경윤 시인은 1957년 생으로 1989년 무크지 '민족현실과 문학운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89년 전교조 활동으로 해직됐고 1994년 복직하여 고향인 해남에서 교사와 시인으로서 살면서 김남주, 고정희 시인 추모사업과 고산문학축전 등 지역 문화운동에 힘써왔다. 시집으로 '아름다운 사람의 마을에서 살고 싶다', '신발의 행자', '바람의 사원' 등이 있으며, 시해설서 '선생님과 함께 읽는 김남주' 등을 펴냈다. 땅끝문학회회장, 광주전남작가회의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김남주기념사업회 회장, 고정희기념사업회 이사, 고산문학축전 사무국장, 한국작가회의 부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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