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너의 역사
설혜심 지음
우리는 왜 지금 매너를 이야기하는가? 에드먼드 버크의 말처럼 매너는 마치 공기 같아서 그것이 부족해지기 전까지는 굳이 말로 꺼낼 필요가 없었을 뿐이다. 매너에 대한 사회적 갈증에 화답하듯 저자는 에티켓 북과 처세서, 행동지침서, 편지, 매뉴얼 북 등 고대부터 20세기까지 생산된 100여 종의 굵직굵직한 예법서를 치밀하게 분석해 매너의 역사를 일별한다. 서양 매너의 이론을 정립한 아리스토텔레스와 키케로부터 중세의 기사도, 에라스뮈스와 로크의 예절 교육, 18세기 영국식 매너와 젠틀맨다움을 거쳐 상류사회의 엄격하고 까다로운 에티켓으로의 퇴행과 개인화된 20세기 에티켓까지, 그 변화를 따라가다 보면 인류가 왜 매너를 발명해 냈고 그토록 오랜 시간 유지해 왔는지 깨닫게 된다. 672쪽/휴머니스트
가난한 찰리의 연감
찰리 멍거 지음, 피터 코프먼 엮음, 김태훈 옮김
현자들의 현자, 가치 투자의 귀재, 기업계의 거인… 워런 버핏과 함께 버크셔 해서웨이를 시가총액 1조 달러(2024년 9월 기준)가 넘는 지주회사로 성장시킨 찰리 멍거를 수식하는 말이다. 찰리 멍거는 워런 버핏이 '맹목적으로 따랐던' 가장 신뢰하고 의지했던 친구이자 동업자로, 100세 생일을 한 달여 앞두고 지난해 세상을 떠났다. 이 책은 1986년부터 2007년까지 찰리 멍거가 했던 강연 중 가장 뛰어난 강연 11개를 묶은 것으로, 찰리 멍거가 직접 쓴 유일한 책이자 그의 마지막 책이다. 코카콜라와 애플 같은 알짜 종목을 알아보는 방법부터 오류를 최소화하고 최악의 판단을 피하게 도와주는 사고 모형, 성공적인 투자를 위한 철저한 평가 절차까지, 찰리 멍거가 평생에 걸쳐 도출한 통찰을 담았다. 460쪽/김영사
다시 쓰는 수학의 역사
케이트 기타가와, 티모시 레벨 지음, 이충호 옮김
서구 중심을 벗어나 전 세계를 아우르는 최고의 수학사다. 수학의 역사는 우리가 이제껏 알던 이야기보다 훨씬 더 깊고, 넓고, 풍부하다. 이 책은 이제까지의 수학사가 서구와 남성 중심의 반쪽짜리 수학사였음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며, 수천 년 동안 수학의 숨겨진 역사를 드러내어 '온전한' 수학사로 복원해낸다. 세계 최초의 여성 수학자 반소, 고대 기하학에 혁명을 일으킨 위대한 여성 수학자 히파티아, 대수학과 알고리듬의 창시자 알 콰리즈미, 뉴턴보다 300년 전에 미적분을 개척한 인도의 천재 수학자 마다바, 그리고 20세기 정보이론 분야를 개척한 민권운동 시대의 흑인 수학자들까지, 이 책은 젠더, 인종, 국경을 초월해 전 세계 숨은 개척자들이 이룬 놀라운 업적과 그들의 치열했던 삶을 담고 있다. 472쪽/서해문집
- "제주의 사람과 풍경 글과 그림에 담았어요" 384 시인에게 시는 밥줄이자 자신을 지탱하는 버팀목이다.박노식 시인은 등단 후 9년 동안 5권의 시집과 1권의 첫 시화집을 출간, 왕성한 창작활동과 필력으로 자신만의 시탑(詩塔)을 쌓아가고 있다.박노식 시인이 자신의 대학동문인 이민 화가와 두번째 시화집 '제주에봄'(스타북스刊)을 펴냈다.이번 시화집에는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경과 문화유적, 박물관, 카페 등을 여행하며 두 사람이 쓰고 그린 100편의 글과 100편의 그림이 실려 있다.각각의 글과 그림은 제주의 숨겨진 풍경과 매력을 새롭고 다채롭게 펼쳐냈다.지금은 국내 최고의 휴양지이지만 제주는 눈부신 풍광 속에 4·3이라 불리는 역사적 아픔과 상처를 간직한 슬픔의 땅이자 사람과 자연, 바다가 치유와 행복을 건네는 '천국'이다.박노식 시인과 이민 화가는 책머리에서 책에 담고자 하는 뜻을 전한다."오직, 시만 쓰고 오직, 그림만 그리는 순한 두 사람이 만나서 세상에 하나뿐인 아름다운 책을 낳았습니다. 제주는 슬픔의 섬이고 예술적 상상력의 바다입니다. 그래서 마음이 더 아픈지도 모릅니다. 이 책은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그곳의 아포리즘과 그림이 당신에게 위로가 되었다면 당신과 우리는 한 수평선에 누워서 낮의 흰 구름과 밤의 푸른 별을 함께 바라보는 것과 같습니다."첫 장 이민 작가의 작품 '밤 11시30분 솔동산로'에 입힌 박노식 시인의 글을 보자."홀로 밤길을 걷는 사람은/ 가로등 아래에서 어떤 슬픔을 찾으며/ 누군가를 오래 생각하는 버릇이 있어요."익숙한 길이건 낯선 거리건 우리는 어두운 밤 홀로 걸을 때 누군가를 만났던 장면과 감정을 떠올린다.생각은 기억을 부르고 그 기억은 흘러버린 시간으로 우리를 데려가며 그 때의 그 장면들을 되새기게 한다.그것은 때로 아쉬움과 그리움으로 혹은 추억과 후회로 가슴을 후벼파기도 한다.박 시인은 이민 작가와 함께 제주 곳곳의 공간과 풍경을 포착한 순간과 그림에 담긴 모습을 오버랩하며 자신만의 언어로 느낌과 서정, 서사를 입혔다.그는 비 내리는 서귀포 명동거리에서 먹먹한 가슴을 떠나보내야만 했던 자신과 눈물을 훔치기도 하고 기억의 고통을 감내한 인내로 내일을 기약하기도 한다.'신서귀포 메밀꽃밥'에서는 상처 받은 마음을 어루만지듯 피어난 꽃을 보며 상처도 삶의 일부임을 말한다.그의 시선은 계속 이어진다. 간밤의 고통을 이겨내고 떠오른 아침햇살을 보며 이별의 아픔도 영원하지 않음을 이야기하며 자신을 붙들지 않고 놓아주지 않는 기억 하나가 있다면 이 또한 자기의 전부였음을 인정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임을 보여준다.이렇듯 각각의 글과 그림에는 사실적 풍경 속에 담긴 화폭에 입힌 작가의 손길과 시인의 눈으로 건져올린 그림 속 언어들이 슬픔과 상처를 어루만지는 위로와 희망을 건네준다.박노식 시인은 "보석 같은 제주도 곳곳의 풍경과 공간들을 담백한 필치와 색채가 어우러진 이 민 작가의 그림을 매개로 그때 그때의 느낌의 단상들을 간결한 시적 언어로 고백하듯 써 냈다"며 "고단한 삶 속에서 잠시나마 하늘과 구름, 별을 보듯 쉬어가는 마음으로 읽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박노식 시인은 어느 봄날, 꿈속의 그에게 불현듯 나타난 또 다른 그가 했던 말 "한 권 시집도 없이 위로 올라오지 마라!" 그는 이 현몽을 얻고 생업을 접었다. 독한 마음으로 화순군 한천면 가천마을에 둥지를 틀고 오직 시만 썼다. '유심'에 '화순장을 다녀와서' 외 4편으로 신인상을 받고 등단, 2018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수혜했다. 조선대 국문과를 나와 현재 광주 동구 '시인 문병란의 집'큐레이터로 활동 중이다.이민 화가는 조선대학교 미대 회화과와 일본 동경 다미미술대학 판화과 석사학위 취득 후 국립현대미술관 아카데미와 국내 여러 대학에서 겸임교수로 재직했다. 작가는 자신만의 '판타블로 : 판(판화)+타블로(서양화)'라는 특수한 기법을 고안, 90회가 넘는 개인전을 열었다.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왕성한 창작 활동을 하고 있으며 제주도 그림만 1천점을 목표로 창작에 전념하고 있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사진=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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