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 바넷 글·시드니 스미스 그림|김지은 옮김|책읽는곰|48쪽
온 세상을 날아다니며 선물을 전하느라 크리스마스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산타 할아버지. 그런 할아버지를 위해 북극 친구들이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데 산타 할아버지는 첫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보냈을까?
산타 할아버지는 크리스마스를 제대로 즐기질 못했다. 1년 내내 장난감을 만드느라 바빴기 때문이다. 할아버지는 크리스마스이브가 되면 온 세상을 날아다니며 아이들에게 세상에서 하나뿐인 장난감을 선물하고, 집으로 돌아와 곧바로 잠이 들었고, 크리스마스 아침이 돼도 할아버지에겐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북극 친구들은 단 한 번도 크리스마스를 온전히 즐기지 못한 산타 할아버지가 몹시 마음에 걸렸고, 다 함께 머리를 맞대서 오직 산타 할아버지 만을 위한 특별한 크리스마스 계획을 세운다.요정들은 잠에서 막 깨어난 산타 할아버지를 위해 맛있는 아침밥을 준비하고, 산타 할아버지에게 크리스마스트리를 꾸며 보자 제안을 하기도 한다.
"참 아름답구나!" 다 함께 꾸민 크리스마스트리를 가만히 올려다보던 할아버지 입에서 감탄이 절로 흘러나온다. 그런데 산타 할아버지를 위한 놀랍고 멋진 일들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처음으로 크리스마스를 즐기게 된 산타 할아버지! 과연 어떤 크리스마스가 산타 할아버지를 기다리고 있었을까?
우리 시대의 젊은 그림책 거장인 맥 바넷과 시드니 스미스, 두 거장이 힘을 모아 함께 펼쳐낸 그림책은 그 자체만으로도 멋진 '크리스마스 선물'이라 할 수 있다.
'산타 할아버지의 첫 크리스마스'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칼데콧상, 보스턴 글로브 혼북상을 비롯해 빼어난 그림책에 주는 수많은 상을 받은 두 거장의 작품답게 기분 좋은 만족감을 안겨 주는 동시에 달콤한 당의로 감싼 메시지 또한 오래오래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맥 바넷은 특유의 재치와 유머, 그리고 상상력을 더해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이전에 없던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선물한다. 북극곰이 문제 제기를 하기 전까지 산타 할아버지의 크리스마스에 대해 아무 생각도 없었던 요정들의 해맑음이나 아이처럼 쿠키에 올릴 크림을 넘보는 산타 할아버지의 천진함은 보는 내내 입가에 웃음이 떠나지 않게 한다.
또 우리 내면의 빛을 그리는 빛의 추적자, 시드니 스미스가 그림에 담은 환하고 따뜻한 빛은 책을 읽는 독자의 마음까지도 빛으로 충만하게 만든다. 두 거장이 빚어낸 크리스마스의 기적이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서 오래오래 계속되기를 바라 본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 "제주의 사람과 풍경 글과 그림에 담았어요" 384 시인에게 시는 밥줄이자 자신을 지탱하는 버팀목이다.박노식 시인은 등단 후 9년 동안 5권의 시집과 1권의 첫 시화집을 출간, 왕성한 창작활동과 필력으로 자신만의 시탑(詩塔)을 쌓아가고 있다.박노식 시인이 자신의 대학동문인 이민 화가와 두번째 시화집 '제주에봄'(스타북스刊)을 펴냈다.이번 시화집에는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경과 문화유적, 박물관, 카페 등을 여행하며 두 사람이 쓰고 그린 100편의 글과 100편의 그림이 실려 있다.각각의 글과 그림은 제주의 숨겨진 풍경과 매력을 새롭고 다채롭게 펼쳐냈다.지금은 국내 최고의 휴양지이지만 제주는 눈부신 풍광 속에 4·3이라 불리는 역사적 아픔과 상처를 간직한 슬픔의 땅이자 사람과 자연, 바다가 치유와 행복을 건네는 '천국'이다.박노식 시인과 이민 화가는 책머리에서 책에 담고자 하는 뜻을 전한다."오직, 시만 쓰고 오직, 그림만 그리는 순한 두 사람이 만나서 세상에 하나뿐인 아름다운 책을 낳았습니다. 제주는 슬픔의 섬이고 예술적 상상력의 바다입니다. 그래서 마음이 더 아픈지도 모릅니다. 이 책은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그곳의 아포리즘과 그림이 당신에게 위로가 되었다면 당신과 우리는 한 수평선에 누워서 낮의 흰 구름과 밤의 푸른 별을 함께 바라보는 것과 같습니다."첫 장 이민 작가의 작품 '밤 11시30분 솔동산로'에 입힌 박노식 시인의 글을 보자."홀로 밤길을 걷는 사람은/ 가로등 아래에서 어떤 슬픔을 찾으며/ 누군가를 오래 생각하는 버릇이 있어요."익숙한 길이건 낯선 거리건 우리는 어두운 밤 홀로 걸을 때 누군가를 만났던 장면과 감정을 떠올린다.생각은 기억을 부르고 그 기억은 흘러버린 시간으로 우리를 데려가며 그 때의 그 장면들을 되새기게 한다.그것은 때로 아쉬움과 그리움으로 혹은 추억과 후회로 가슴을 후벼파기도 한다.박 시인은 이민 작가와 함께 제주 곳곳의 공간과 풍경을 포착한 순간과 그림에 담긴 모습을 오버랩하며 자신만의 언어로 느낌과 서정, 서사를 입혔다.그는 비 내리는 서귀포 명동거리에서 먹먹한 가슴을 떠나보내야만 했던 자신과 눈물을 훔치기도 하고 기억의 고통을 감내한 인내로 내일을 기약하기도 한다.'신서귀포 메밀꽃밥'에서는 상처 받은 마음을 어루만지듯 피어난 꽃을 보며 상처도 삶의 일부임을 말한다.그의 시선은 계속 이어진다. 간밤의 고통을 이겨내고 떠오른 아침햇살을 보며 이별의 아픔도 영원하지 않음을 이야기하며 자신을 붙들지 않고 놓아주지 않는 기억 하나가 있다면 이 또한 자기의 전부였음을 인정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임을 보여준다.이렇듯 각각의 글과 그림에는 사실적 풍경 속에 담긴 화폭에 입힌 작가의 손길과 시인의 눈으로 건져올린 그림 속 언어들이 슬픔과 상처를 어루만지는 위로와 희망을 건네준다.박노식 시인은 "보석 같은 제주도 곳곳의 풍경과 공간들을 담백한 필치와 색채가 어우러진 이 민 작가의 그림을 매개로 그때 그때의 느낌의 단상들을 간결한 시적 언어로 고백하듯 써 냈다"며 "고단한 삶 속에서 잠시나마 하늘과 구름, 별을 보듯 쉬어가는 마음으로 읽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박노식 시인은 어느 봄날, 꿈속의 그에게 불현듯 나타난 또 다른 그가 했던 말 "한 권 시집도 없이 위로 올라오지 마라!" 그는 이 현몽을 얻고 생업을 접었다. 독한 마음으로 화순군 한천면 가천마을에 둥지를 틀고 오직 시만 썼다. '유심'에 '화순장을 다녀와서' 외 4편으로 신인상을 받고 등단, 2018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수혜했다. 조선대 국문과를 나와 현재 광주 동구 '시인 문병란의 집'큐레이터로 활동 중이다.이민 화가는 조선대학교 미대 회화과와 일본 동경 다미미술대학 판화과 석사학위 취득 후 국립현대미술관 아카데미와 국내 여러 대학에서 겸임교수로 재직했다. 작가는 자신만의 '판타블로 : 판(판화)+타블로(서양화)'라는 특수한 기법을 고안, 90회가 넘는 개인전을 열었다.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왕성한 창작 활동을 하고 있으며 제주도 그림만 1천점을 목표로 창작에 전념하고 있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사진=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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