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타브 고시 지음·김홍옥 옮김·에코리브르·488쪽
'연기와 재'는 아편 무역이 영국과 인도, 중국 뿐만 아니라 세계 전반에 끼친 거대한 영향을 쫓는 여행기이자 회고록이며 수십 년간의 고문서 연구를 바탕한 역사 에세이이다.
철저한 고증과 반복된 확인을 통해 역사 논픽션으로서 완성된 이 책은 식민주의의 사회문화적 영향은 물론 자본주의 신화, 원예사(史) 사이를 가로지르며 아편이라는 작은 식물이 우리 세계를 형성하는데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들여다 본다.
책에 따르면 대영제국의 중국으로 향하는 아편무역은 차나무 씨앗에서 시작됐다. 중국의 차는 찰스 2세 때인 17세기에 영국으로 들어와 차 마시는 문화가 순식간에 퍼져 나갔고 큰 인기를 얻었다. 18세기 초에는 이미 중국차가 영국 경제의 중요한 교역품으로 자리 잡았으며 차에 부과한 세금은 영국 세수의 10%를 차지했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영국 상선은 중국에서 영국을 오갈 뿐만 아니라 영국에서 여러 식민지로 차를 나르며 경제적 이익을 취했다.
문제는 중국은 영국의 물건에 관심이 없어 도대체 무역수지가 맞지 않았다는 점이다. 거기다 중국 상품을 수입할 때 값을 은으로 치렀기 때문에 막대한 양의 영국의 은은 중국으로 흘러갔다.
인도에 제국을 구축하고 아편 무역을 획책한 영국은 중국와 맞지 않는 무역 수지를 해결하고 유출된 은을 다시 들이기 위해 인도의 아편을 중국에 수출하기 시작했으며 이에 따른 수입은 영국의 재정적 안정에 큰 도움을 줬다. 저자는 다양한 기록을 통해 아편이 세계 최대 기업 중 일부는 물론 미국의 강력한 가문, 아이비리그, 현대 글로벌리즘 기원의 핵심임을 확인, 이것으로 이익을 본 국가는 어디이며 이것이 오늘날 세계에 끼치는 영향은 무엇인지를 추적한다.
저자 아미타브 고시는 1956년 인도 콜카타에서 태어나 인도와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등지에서 성장한 후 인도 델리대학, 이집트 알렉산드라 대학을 거쳐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박사를 받는 등 서아시아의 문화 속에서 자라 남아시아와 영국에서 공부를 펼친 인물이다. 그는 인도·미국·영국 등의 유수 대학에서 비교문학을 강의했으며, 현재는 전업 작가로 메디치상과 인도의 권위 있는 문학상 샤히타아카데미상, 인도 최고 문학상인 즈냔피트상 등을 받은 세계적 작가이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 "제주의 사람과 풍경 글과 그림에 담았어요" 384 시인에게 시는 밥줄이자 자신을 지탱하는 버팀목이다.박노식 시인은 등단 후 9년 동안 5권의 시집과 1권의 첫 시화집을 출간, 왕성한 창작활동과 필력으로 자신만의 시탑(詩塔)을 쌓아가고 있다.박노식 시인이 자신의 대학동문인 이민 화가와 두번째 시화집 '제주에봄'(스타북스刊)을 펴냈다.이번 시화집에는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경과 문화유적, 박물관, 카페 등을 여행하며 두 사람이 쓰고 그린 100편의 글과 100편의 그림이 실려 있다.각각의 글과 그림은 제주의 숨겨진 풍경과 매력을 새롭고 다채롭게 펼쳐냈다.지금은 국내 최고의 휴양지이지만 제주는 눈부신 풍광 속에 4·3이라 불리는 역사적 아픔과 상처를 간직한 슬픔의 땅이자 사람과 자연, 바다가 치유와 행복을 건네는 '천국'이다.박노식 시인과 이민 화가는 책머리에서 책에 담고자 하는 뜻을 전한다."오직, 시만 쓰고 오직, 그림만 그리는 순한 두 사람이 만나서 세상에 하나뿐인 아름다운 책을 낳았습니다. 제주는 슬픔의 섬이고 예술적 상상력의 바다입니다. 그래서 마음이 더 아픈지도 모릅니다. 이 책은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그곳의 아포리즘과 그림이 당신에게 위로가 되었다면 당신과 우리는 한 수평선에 누워서 낮의 흰 구름과 밤의 푸른 별을 함께 바라보는 것과 같습니다."첫 장 이민 작가의 작품 '밤 11시30분 솔동산로'에 입힌 박노식 시인의 글을 보자."홀로 밤길을 걷는 사람은/ 가로등 아래에서 어떤 슬픔을 찾으며/ 누군가를 오래 생각하는 버릇이 있어요."익숙한 길이건 낯선 거리건 우리는 어두운 밤 홀로 걸을 때 누군가를 만났던 장면과 감정을 떠올린다.생각은 기억을 부르고 그 기억은 흘러버린 시간으로 우리를 데려가며 그 때의 그 장면들을 되새기게 한다.그것은 때로 아쉬움과 그리움으로 혹은 추억과 후회로 가슴을 후벼파기도 한다.박 시인은 이민 작가와 함께 제주 곳곳의 공간과 풍경을 포착한 순간과 그림에 담긴 모습을 오버랩하며 자신만의 언어로 느낌과 서정, 서사를 입혔다.그는 비 내리는 서귀포 명동거리에서 먹먹한 가슴을 떠나보내야만 했던 자신과 눈물을 훔치기도 하고 기억의 고통을 감내한 인내로 내일을 기약하기도 한다.'신서귀포 메밀꽃밥'에서는 상처 받은 마음을 어루만지듯 피어난 꽃을 보며 상처도 삶의 일부임을 말한다.그의 시선은 계속 이어진다. 간밤의 고통을 이겨내고 떠오른 아침햇살을 보며 이별의 아픔도 영원하지 않음을 이야기하며 자신을 붙들지 않고 놓아주지 않는 기억 하나가 있다면 이 또한 자기의 전부였음을 인정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임을 보여준다.이렇듯 각각의 글과 그림에는 사실적 풍경 속에 담긴 화폭에 입힌 작가의 손길과 시인의 눈으로 건져올린 그림 속 언어들이 슬픔과 상처를 어루만지는 위로와 희망을 건네준다.박노식 시인은 "보석 같은 제주도 곳곳의 풍경과 공간들을 담백한 필치와 색채가 어우러진 이 민 작가의 그림을 매개로 그때 그때의 느낌의 단상들을 간결한 시적 언어로 고백하듯 써 냈다"며 "고단한 삶 속에서 잠시나마 하늘과 구름, 별을 보듯 쉬어가는 마음으로 읽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박노식 시인은 어느 봄날, 꿈속의 그에게 불현듯 나타난 또 다른 그가 했던 말 "한 권 시집도 없이 위로 올라오지 마라!" 그는 이 현몽을 얻고 생업을 접었다. 독한 마음으로 화순군 한천면 가천마을에 둥지를 틀고 오직 시만 썼다. '유심'에 '화순장을 다녀와서' 외 4편으로 신인상을 받고 등단, 2018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수혜했다. 조선대 국문과를 나와 현재 광주 동구 '시인 문병란의 집'큐레이터로 활동 중이다.이민 화가는 조선대학교 미대 회화과와 일본 동경 다미미술대학 판화과 석사학위 취득 후 국립현대미술관 아카데미와 국내 여러 대학에서 겸임교수로 재직했다. 작가는 자신만의 '판타블로 : 판(판화)+타블로(서양화)'라는 특수한 기법을 고안, 90회가 넘는 개인전을 열었다.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왕성한 창작 활동을 하고 있으며 제주도 그림만 1천점을 목표로 창작에 전념하고 있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사진=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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