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돌아가신 아빠가 남긴 편지의 비밀

입력 2024.11.07. 10:36 김종찬 기자
글자 없는 편지
백혜진 글·정은선 그림|서유재|152쪽

궁에서 쓰일 과실을 키우는 곳인 궁내 과원에서 아빠와 사는 아란은 언제나처럼 단짝인 명이와 운종가 구경을 나간다.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리는 곳이라는 뜻의 운종가에는 오늘도 풍물패가 나와 한창 신이 났다. 그런데 과원에서 일을 하고 있어야 할 아빠가 왜 운종가에 나와 있을까? 아빠를 몰래 뒤쫓는 게 분명해 보이는 명이의 아빠 병규 아저씨까지? 수상해 보이는 두 아빠를 명이와 아란도 쫓아가 보지만 풍물패와 저잣거리에 넘쳐나는 사람들로 인해 길이 막혀 그만 놓치고 만다. 며칠 후, 갑자기 일본 순사들이 들이닥쳐 나랏돈을 가로챘다는 죄로 아빠를 잡아간다. 모진 고초를 못 이긴 아빠가 돌아가시고 홀로 남은 아란은 아빠가 누명을 쓴 게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장례를 치른 후 슬픈 마음으로 거리를 헤매던 아란은 운종가에서 수임을 만난다. 댕기를 파는 소녀인 수임은 아빠가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으로 아란에게 사 준 댕기 덕분에 친구가 됐다. 그리고 아란은 수임에게서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아빠가 일본 순사에게 잡혀간 날 수임에게 편지 한 통을 맡겨 놓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빠가 아란에게 남긴 편지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다.

책 '글자 없는 편지'는 1900년대 대한제국 시기를 배경으로 하는 역사 동화다. 1905년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대한제국과 강제로 을사조약을 맺는다. 한국을 보호한다는 명목이었지만, 실상은 한국의 주권을 빼앗아 식민지로 만들겠다는 일본의 야욕에 바탕한 것이었다. 일본은 이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내정 간섭에 들어간다. 고종은 1907년 네덜란드의 수도 헤이그에서 개최될 예정인 제2회 만국평화회의에 특사를 파견해 일본의 만행을 알리고 대한제국의 국권을 회복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 계획을 은밀히 함께할 사람들을 찾는다.

이 작품은 그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인 아란의 아빠와 아빠의 동료인 달석 아저씨, 국숫집 주인, 저잣거리를 떠도는 풍물패의 수장, 아란의 동무인 수임의 오빠와 아빠를 비롯한 평범한 이들의 나라를 위한 눈물겨운 헌신을 담고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물들이는 존재"라는 작가의 말처럼 나와 사회가 얼마나 깊게 연결돼 있는지,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나아가 오늘의 대한민국이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는지 곱씹게 한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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