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편 글·100편 그림 제주 매력 담아
슬픔의 섬·상상력의 바다 위로 선사
시인에게 시는 밥줄이자 자신을 지탱하는 버팀목이다.
박노식 시인은 등단 후 9년 동안 5권의 시집과 1권의 첫 시화집을 출간, 왕성한 창작활동과 필력으로 자신만의 시탑(詩塔)을 쌓아가고 있다.
박노식 시인이 자신의 대학동문인 이민 화가와 두번째 시화집 '제주에봄'(스타북스刊)을 펴냈다.
이번 시화집에는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경과 문화유적, 박물관, 카페 등을 여행하며 두 사람이 쓰고 그린 100편의 글과 100편의 그림이 실려 있다.
각각의 글과 그림은 제주의 숨겨진 풍경과 매력을 새롭고 다채롭게 펼쳐냈다.
지금은 국내 최고의 휴양지이지만 제주는 눈부신 풍광 속에 4·3이라 불리는 역사적 아픔과 상처를 간직한 슬픔의 땅이자 사람과 자연, 바다가 치유와 행복을 건네는 '천국'이다.
박노식 시인과 이민 화가는 책머리에서 책에 담고자 하는 뜻을 전한다.
"오직, 시만 쓰고 오직, 그림만 그리는 순한 두 사람이 만나서 세상에 하나뿐인 아름다운 책을 낳았습니다. 제주는 슬픔의 섬이고 예술적 상상력의 바다입니다. 그래서 마음이 더 아픈지도 모릅니다. 이 책은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그곳의 아포리즘과 그림이 당신에게 위로가 되었다면 당신과 우리는 한 수평선에 누워서 낮의 흰 구름과 밤의 푸른 별을 함께 바라보는 것과 같습니다."
첫 장 이민 작가의 작품 '밤 11시30분 솔동산로'에 입힌 박노식 시인의 글을 보자.
"홀로 밤길을 걷는 사람은/ 가로등 아래에서 어떤 슬픔을 찾으며/ 누군가를 오래 생각하는 버릇이 있어요."
익숙한 길이건 낯선 거리건 우리는 어두운 밤 홀로 걸을 때 누군가를 만났던 장면과 감정을 떠올린다.
생각은 기억을 부르고 그 기억은 흘러버린 시간으로 우리를 데려가며 그 때의 그 장면들을 되새기게 한다.
그것은 때로 아쉬움과 그리움으로 혹은 추억과 후회로 가슴을 후벼파기도 한다.
박 시인은 이민 작가와 함께 제주 곳곳의 공간과 풍경을 포착한 순간과 그림에 담긴 모습을 오버랩하며 자신만의 언어로 느낌과 서정, 서사를 입혔다.
그는 비 내리는 서귀포 명동거리에서 먹먹한 가슴을 떠나보내야만 했던 자신과 눈물을 훔치기도 하고 기억의 고통을 감내한 인내로 내일을 기약하기도 한다.
'신서귀포 메밀꽃밥'에서는 상처 받은 마음을 어루만지듯 피어난 꽃을 보며 상처도 삶의 일부임을 말한다.
그의 시선은 계속 이어진다. 간밤의 고통을 이겨내고 떠오른 아침햇살을 보며 이별의 아픔도 영원하지 않음을 이야기하며 자신을 붙들지 않고 놓아주지 않는 기억 하나가 있다면 이 또한 자기의 전부였음을 인정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임을 보여준다.
이렇듯 각각의 글과 그림에는 사실적 풍경 속에 담긴 화폭에 입힌 작가의 손길과 시인의 눈으로 건져올린 그림 속 언어들이 슬픔과 상처를 어루만지는 위로와 희망을 건네준다.
박노식 시인은 "보석 같은 제주도 곳곳의 풍경과 공간들을 담백한 필치와 색채가 어우러진 이 민 작가의 그림을 매개로 그때 그때의 느낌의 단상들을 간결한 시적 언어로 고백하듯 써 냈다"며 "고단한 삶 속에서 잠시나마 하늘과 구름, 별을 보듯 쉬어가는 마음으로 읽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박노식 시인은 어느 봄날, 꿈속의 그에게 불현듯 나타난 또 다른 그가 했던 말 "한 권 시집도 없이 위로 올라오지 마라!" 그는 이 현몽을 얻고 생업을 접었다. 독한 마음으로 화순군 한천면 가천마을에 둥지를 틀고 오직 시만 썼다. '유심'에 '화순장을 다녀와서' 외 4편으로 신인상을 받고 등단, 2018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수혜했다. 조선대 국문과를 나와 현재 광주 동구 '시인 문병란의 집'큐레이터로 활동 중이다.
이민 화가는 조선대학교 미대 회화과와 일본 동경 다미미술대학 판화과 석사학위 취득 후 국립현대미술관 아카데미와 국내 여러 대학에서 겸임교수로 재직했다. 작가는 자신만의 '판타블로 : 판(판화)+타블로(서양화)'라는 특수한 기법을 고안, 90회가 넘는 개인전을 열었다.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왕성한 창작 활동을 하고 있으며 제주도 그림만 1천점을 목표로 창작에 전념하고 있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사진=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 '끓는 지구' 중심에 있는 것은 '나' '우리는 보고 싶다 신이 준 맑은 하늘/얼마나 말을 해야 인간들은 실천할까…/제발 좀 살게 해 다오. 객혈 쏟는 진달래'('미세먼지')담양 출신의 여동구 시인이 최근 시조집 '심해지는 기후 재앙 내 탓입니다'(심미안)를 출간했다.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기후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담은 시조와 기후 위기를 극복하는 데 필요한 '상식과 경고', '수필' 등을 함께 묶었다.제1부 '자연 재앙, 그 앞에서'는 '나는 이랬다', '실천하렵니다' 외 100여 편의 시조가 실렸다. 아이슬란드 오크 섬에서 오크 빙하가 사라지고 지난해 6월 광주에 내려진 폭염특보가 37.2℃를 기록하며 6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심각해지는 기후 위기를 시조로 표현했다. 이 외에도 '우리 모두 비건하자', '육식을 줄이자' 등의 시조를 통해 과도한 육식은 기후 위기를 초래한다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이어지는 제2부 '상식과 경고'에는 기후 재앙에 대한 상식과 경고를 전한다. '걷기'와 '달리기'에 차이가 있는 '플로킹'과 '플로깅', 미세플라스틱과 '광프리카' 등 당장 우리가 직면한 오늘날의 기후 위기를 독자에게 전한다.여동구 시인마지막 제3부에는 수필과 시조가 담겼다. 시인은 수필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강조한다. 특히 '출-혼-요-장의 인생길'에서는 유교적 관점에서 '관-혼-상-제'의 과정을 거치던 것을 현대적 관점으로 재해석해 '출생-혼인-요양(원)-장례(식장)'으로 소개하며 씁쓸한 유머를 남기기도 한다.시인은 저자의 말에서 "인류의 멸종은 과거 공룡의 멸종과 마찬가지로 자연스러운 생태계 흐름이자 새로운 생명의 시작일 수 있다"며 "원 상태로 돌리지는 못할지라도 더 이상 끓는 지구를 만들지는 말자고 간절히 호소하고 싶다"고 밝혔다.담양에서 태어난 여동구 시인은 조선대를 졸업하고 1984년 '시조문학'으로 등단했다. 지난 2024년에는 '영호남수필문학'지에 작품 '펄펄 끓는 지구, 어찌해야 할까요'가 신인상에 당선돼 수필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광주홍복학원(대광여고, 서진여고)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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