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은 군에서 이렇게나 많은 문인들을 배출한 고장은 장흥이 유일합니다."
김동옥 장흥문인협회(이하 '장흥문협') 회장은 "'문향(文鄕) 장흥'은 조선시대 기행가사 효시인 관서별곡의 탄생지"라고 강조했다. 장흥 출신 기봉 백광홍(1522~1556)이 지은 '관서별곡'은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보다 25년이나 앞서 지은 작품이다. 그는 조선 중기 호남 시단을 이끌었으며 청사 노명선, 존재 위백규 등 걸출한 문장가를 배출했다.
백광홍으로 시작된 장흥 문학은 이청준과 한승원, 송기숙, 이승우 등 한국 현대문학의 거장들로 명성을 잇고 있다.
김 회장은 "장흥에서 훌륭한 문인들이 탄생한 배경에는 지역 특유의 풍토와 문화가 자리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를 대표하는 문학가들이 터를 닦아온 배경에는 장흥이 가진 아름다운 자연과 소탈하고 정(精)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의 특징이 조화를 이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장흥에서 집필 활동을 펼치고 있는 한승원 선생은 덕담에서 '한강 작가는 광주에서 태어났지만, 어린 시절을 비롯한 성장과정에서 아버지의 문학적 가풍의 영향이 있었다'고 말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김 회장은 "현재도 지역 출신의 문인들이 전국적으로 180여 명 정도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면서 "소설 속에 등장한 회진면 진목리, 선학동 등 지역 곳곳이 소중한 문학 유산으로 남아 있다"고 전했다.

장흥문협도 문향의 뿌리를 계승하기 위해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장흥 출신의 문인들로 구성된 장흥문협은 문예지 '장흥문학' 발간을 중심으로 시화전, 문학교실, 문학탐방 등 다양한 활동을 추진하며 장흥문학 저변활성화를 선도해왔다. 장흥문학은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시와 소설·수필 등 다양한 작품을 담아 식지 않은 창작열을 과시하고 있다.
장흥은 특별한 문학사적 유산과 가치를 인정받아 2008년 전국 유일의 문학관광기행특구로 지정됐다. 군은 지난 2023년 문화·예술·관광 르네상스 원년에 이어 2024년은 문화·예술·관광 도약의 해로 선포하고 문화·예술 진흥과 장흥 문학의 우수성을 알리기에 노력하고 있다. 2023년부터 장흥문학상을 제정해 시상도 실시하고 있다.
김 회장은 "장흥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은 '문향인'라는 자부심을 갖고 더욱 발전된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청년뿐 아니라 어린이와 청소년 등 미래 꿈나무 발굴에도 주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 회장은 지난해 3월 한국문인협회 장흥지부 회장으로 선임됐다. 1984년 장흥 최초 문학 동인회인 '장흥별곡문학동인회' 창립 멤버로 2003년 계간 '공무원 문학' 시 부문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그는 시집 '안개꽃 별이 되어' 등을 펴내며 지금까지도 시인으로 활발히 작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은 그 아무것들' "소박한 시집이에요. 요즘 들어 우리 사회가 참 삭막한데 읽는 분들이 시집을 통해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최근 첫 시집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은 그 아무것들'(천년의시 刊)을 펴낸 김민하 시인은 이번 시집에 대한 소망을 이처럼 밝혔다.이 시집은 김 시인이 지난 2011년 등단한 이후부터 조금씩 꾸준히 써왔던 시들을 엮어냈다. 오랜 시간 서랍에 차곡차곡 모아온 지난날의 감정이자 감상이 담긴 시집이다. '봄' '나무 도마2' '안개꽃' '배추김치 읽기' '크리스마스 카드' 등 57편의 시가 실렸다.'푸름 많은 몸짓으로/푸름 맑은 열정으로/두근두근 그리면 내게 올까/누추한 생에 세례수 한 방울만 한 네 잎'('네잎클로버' 중)그의 작품은 일상 속의 존재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뜯어본다.이해인 수녀는 해설에서 "자연과 사물에 대한 예민한 통찰과 애정을 저자 특유의 언어로 표현하는 시들은 솔직하고 아름답고 따듯하다"며 "담백한 깊이로 독자의 마음속에 슬며시 사랑을 넣어 준다"고 설명한다.이 수녀의 해설처럼 김 시인의 이번 시집은 "켜켜이 쌓인 배추 포기를 책으로 읽어 내는 예민한 시선에 감탄"하게 만들고 "우리 또한 생활 속의 시인이 되고 싶"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다. 작은 존재를 쉽사리 지나치지 않고 세심히 살피는 시인의 따뜻한 목소리와 시선이 깊은 울림이 된다.작은 존재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그의 소박한 언어는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일상의 고마움을 느끼게 한다.김 시인은 "시를 잘 쓰는 사람도 아니고 쓰기가 어려워 마음대로 조금씩 써서 보관해왔던 것들을 기록이자 추억으로 엮어냈다"며 "항상 글을 쓸 때마다 읽는 사람들이 인정과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정말 소박한 시집이지만 이 시집 또한 독자들에게 그런 시집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한편 김민하 시인은 2001년 '아동문예'에서 동시, 2012년 '심상'에서 시로 등단했다. 2011년에는 '바른손' 일러스트 작가로 등록, 일러스트 작가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저서로는 동시집 '기침하는 꽃들' '군침 도는 하루의 시간'이 있으며 2014년 격주간지 '아트플러스'에 영화평을 연재했으며 2020~2022년 무등일보에 '생각 한 방울' 연재, 2024년에는 월간지 '아트플러스'에 '생각 한 방울'과 시 칼럼 일러스트를 연재했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
- · 민족시인 김남주 31주기 추모식
- · '혐오 정치'와 '반혁명', 철학으로 해부하다
- · 광주 문학단체와 출판사 문예지 겨울호 발간
- · "역사·지형적 특성 기인한 문학의 보고"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