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스트레스와 심장질환

@홍영준 전남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입력 2020.08.06. 09:35

스트레스(stress)란 말은 원래 19세기 물리학 영역에서 '팽팽하게 조인다'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스트링게르(stringer)에서 기원되었다. 의학 영역에서는 20세기에 이르러 Hans Selye가 '정신적, 육체적 균형과 안정을 깨뜨리려고 하는 자극에 대하여 안정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변화에 저항하는 반응'으로 발전시켜 정의하게 되었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장질환 발작을 일으킬 수 있을까?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갑자기 충격을 받은 주인공이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심장 발작을 일으키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미국 콜럼비아 대학 메디컬센터 행동의학 교수 도널드 에드먼드슨 박사는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이 적게 받는 사람에 비해 심장발작 위험이 27%나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심장발작 위험이 27% 높아진다는 것은 하루에 담배를 5개비 더 피우는 것과 맞먹는 것이라고 도널드 에드먼드슨 박사는 설명했다. 스트레스가 심장질환의 발생을 증가시킨다는 여러 가지 사례가 있다. 1990년 이라크 전쟁 당시 인근 병원에 심근경색증으로 입원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전쟁 중 포격횟수와 심근경색증의 발생률이 정확히 일치된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1994년 미국 로스엔젤레스 부근에서 큰 지진이 발생했을 때 심장마비로 추정되는 돌연사가 많이 발생했다. 또한 911 사태 직후 심장부정맥의 발생이 두드러지게 증가하였다는 내용도 알려져있다. 우리나라의 사례를 살펴보면 흥분의 도가니였던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심장마비 사고가 줄을 이었다. 대한민국이 첫승을 거두던 날 40대 남성이 숨진 것을 비롯해 미국전 1명, 이탈리아전 2명, 스페인전에서 1명이 경기를 보다가 심장마비로 목숨을 잃었다. 지나치게 흥분한 결과이다. 이러한 여러 보고들을 통하여 전쟁이나 천재지변 등 극심한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심장발작을 촉발하는 중요한 요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 코넬 의과대학에서 협심증, 심근 경색증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혀서 발생하는 질환)을 앓고 있는 60세 이하의 환자 100명을 조사한 결과 이들은 모두 A 유형 성격으로 판명되었다 (혈액형 A형과는 다름). A 유형 성격의 사람들은 참을성이 없고 조급하며 사소한 일에도 쉽게 화를 내고 욕심이 많아 항상 스트레스를 받으며 사는 것이 특징이다. 신체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어 교감신경을 흥분시켜 혈관을 수축시키고 혈압을 상승시킨다. 만성 스트레스에 의한 혈압 증가는 급성 심혈관 질환의 발생을 증가시킨다. 또한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으로 중성 지방과 혈당도 증가한다. 생물학적 스트레스 반응은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만성 염증, 자율신경 실조증,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축 조절 장애, 흡연 및 열악한 수면 습관과 같은 부정적인 행동에 기여하는 신경 화학 성분의 변경, 동맥에 플라크 형성과 같은 여러 가지 심혈관 질환의 위험 요소를 유발할 수 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하여 스트레스는 급성 심혈관 질환 및 심장발작의 빈도를 증가시킨다.

스트레스는 사실 일상생활을 하면서 피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래서 심장 건강을 위해 평소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규칙적인 운동, 편안한 휴식, 빨리빨리 서두르는 것보다 천천히 행동, 긴장을 풀고 이완하는 연습, 술이나 커피는 절제, 적극적인 취미생활, 충분한 수면, 음악이나 그림과 같은 예술과 친해지는 것도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좋은 방법이다. 홍영준 광주·전남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심혈관센터장/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순환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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