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찬물에 이가 시려요

@손미경 조선대치과병원장 입력 2022.08.11. 18:19
손미경 조선대학교 치과병원장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이면 이가 시리다는 증상을 호소하며 치과를 찾는 환자들이 부쩍 많아집니다. 더위를 식히기 위해 갑자기 찬물을 벌컥 마시거나 냉장고에서 막 꺼낸 음식을 먹을 때 이가 시려서 깜짝 놀라거나 갑작스런 통증으로 멈칫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시리다'라는 말은 '추위를 느낄 정도로 차다'라는 표현이지만 실제 치아는 뜨겁거나 찬 것이 닿았을 때 이를 모두 통증으로 감지합니다. 따라서 이가 시리다는 것은 '이가 차다'가 아니고 '찬 것이 닿아 통증이 있다'라는 증상의 표현입니다. 이가 시린 증상은 단순히 치아가 찬 음식에 과민해진 증상을 떠나 치아질환을 알리는 첫 신호가 될 수 있으므로 쉽게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시린 증상이 있을 때 충치를 의심합니다. 물론 충치는 치아의 경조직이 침식되어 치아가 시린 증상을 나타내는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입니다. 그런데 치아가 시린 이유는 충치 외에도 여러 가지 원인이 있습니다. 치아에 치주염 즉 풍치가 생기게 되면, 치아를 둘러싸는 뼈가 염증으로 녹아내려가고 결국 뼈를 덮고 있는 잇몸도 내려가서 치아의 뿌리가 노출되게 됩니다. 치아의 뿌리 부분은 치아 내의 신경과 더 가까워 훨씬 더 작은 온도 변화에도 더 과민한 반응을 보입니다. 따라서 치주염과 같은 잇몸질환이 있는 환자의 3명 중 2명에서 시린 증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잇몸질환이 있는 환자들 중 스켈링을 한 다음에 시린 증상으로 불편을 호소하거나 심지어 치과와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치석이 치아 뿌리 부분에 축적되어 덮고 있다가 스켈링을 통해 떨어지게 되면, 치아 뿌리가 노출되면서 시린 증상이 심해지게 됩니다. 특히 치석이 치아의 상부가 아닌 잇몸 하방으로 파고들어 있는 치은 연하 치석이 많은 환자들의 경우는 스켈링을 하는 과정에서 또는 스켈링 후 시린 증상이 더 심하게 나타나고 이는 치아의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시리다고 치석을 그대로 두는 것은 더 큰 문제를 일으킵니다. 치석은 치아 주변의 뼈를 파괴하고 이로 인해 치아의 움직임을 더 증가시키며, 결국 심한 풍치로 치아를 빼야 하는 상황까지 야기하게 되므로 잇몸이 안 좋고 염증이 있을수록 더 자주 스켈링을 권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잘못된 잇솔질이나 질긴 음식을 먹는 습관으로 인해 치아와 잇몸의 경계 부위가 패이거나 치아의 씹는 면이 닳아지는 경우도 치아는 시린 증상을 나타냅니다. 치아를 구성하는 조직은 가장 안쪽에 신경과 혈관이 분포하는 치수가 있고, 상아질이라는 층이 치수를 감싸고 있으며, 상아질은 가장 단단한 외층인 법랑질로 덮여있습니다. 치아의 법랑질은 외부의 자극 즉 온도 변화나 세균의 공격, 딱딱한 음식과 같은 외력으로부터 치아를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법랑질이 닳아지거나 패이게 되면, 민감성을 보이는 생활력이 있는 상아질이 노출이 되고 차고 뜨거운 음식에 대한 온도 변화를 신경으로 전달하여 통증으로 반응하게 됩니다.

이 악물기나 이갈이 습관이 있는 환자들도 시린증상을 호소하곤 합니다. 이러한 악습관이나 과도한 교합력으로 인해 치아에 균열이 생기거나 치아의 파절이 생기면, 단순히 시린 증상을 넘어 씹을 때 통증이 심해 신경치료가 필요하거나 결국 치아를 발거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충치나 풍치로 참을 수 없는 치통이 생기는 것보다 오히려 식사할 때마다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시린 증상이 먹는 즐거움을 앗아가고 우리의 일상을 더 힘들게 할 수 있습니다. 구강 내의 작은 온도 변화에도 치아가 예민하게 반응하듯이 면역력이 약해지거나 다른 질환이 있을 때도 우리 입안의 치아와 잇몸은 항상 신호를 보냅니다. 잘 먹는 것은 우리 삶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가장 기본입니다. 따라서 치아가 보내는 건강 신호를 잘 살피고 그 원인을 찾아 미리 예방하는 것이 우리 몸의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입니다. 손미경 조선대학교 치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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