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풍요로운 가을의 복병, 가을태풍

@주종대 밝은안과21병원 원장 입력 2022.09.15. 13:04

9월에 들어서자 날씨가 아침, 저녁으로 한층 시원하고 서늘해졌다. 물론 낮 기온은 아직 26~29도까지 올라가고 한낮의 가을볕은 따갑게 내리쬔다. 그래도 오랜만에 높고 푸른 하늘을 보니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낀다.

그런데 반가운 가을 문턱을 넘자마자 힌남노라는 괴물 같은 태풍이 한반도를 휩쓸고 지나갔다. 힌남노는 우리나라에 접근하기 전부터 엄청난 위력과 피해 발생 정도가 예측되었기에 극도의 경계심을 가지고 각 지자체에서 철저한 대비태세를 갖췄다.

나 또한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힌남노가 지나간 방향과 시간을 모니터링하면서 태풍 때문에 피해 입지 않도록 면밀하게 대비했다. 우선 창문틀을 고정하고 낙하물이 발생하지 않도록 옥상에 있는 설치물을 옮겨놓았다. 또 주차 빌딩에 있는 차들을 대피시키고 지하 주차장에 있는 차들을 지상으로 이동시켰다.

비상 대기팀을 꾸려 태풍이 지나는 시간에 당직자를 배치해 새벽 3시까지 힌남노의 이동경로를 지켜보았다. 태풍이 상륙했지만 예상 경로와 달리 광주와 태풍 진행 방향의 거리가 멀었고 빈틈없는 사전 조치로 인해 큰 피해는 없었다.

여름에 발생하는 태풍보다 가을에 발생하는 태풍이 더 강력하다고 알려져 있다. 해수면의 온도가 높을수록 태풍 세기가 발달하는데 해수면의 온도가 가장 높은 시기가 바로 9~10월이다. 또한 가을에는 북태평양 기단의 세력이 약해지면서 한반도로 태풍이 지나가기 때문에 위력이 센 가을 태풍으로 인해 우리나라가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태풍은 자연재해다. 태풍은 언제 시작되고 어디로 향할지 정확하게 알 수가 없다. 태풍이 우리에게 얼마나 큰 상처와 좌절을 주는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아직도 2012년 태풍인 볼라벤이 광주를 할퀴고 갔을 때의 악몽을 잊을 수가 없다.

당시 광주가 볼라벤 영향권에 들면서 강한 폭우와 바람 때문에 잠을 제대로 이룰 수 없었다. 잠을 뒤척이고 있을 무렵, 병원 건물 관리소장의 다급한 전화가 울렸다. 주차 빌딩의 외부 패널이 떨어지면서 주차타워 철골이 내려앉았고 주차 빌딩에 주차된 차들이 낙하돼 철골에 걸려 있다는 처참한 소식을 들었다. 서둘러 옷을 입고 병원 건물로 향했고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경찰과 지자체에 신고 한 후에 주변 도로, 인도에 차들과 사람들이 통행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태풍이 지나간 뒤 매스컴에서는 때때로 우리 병원 건물에 대한 보도가 이어졌다. 몇몇 지인들의 위로 전화가 이어졌으며 경찰과 지자체의 조사가 행해졌다. 당시 광주·전남은 태풍으로 인한 피해가 특별재난지역의 정도가 아니라 하여 재난 피해 보상은 오로지 피해자들의 몫이었다. 풍수재해 보험이 들어있지 않았다면 낙하 피해, 건물 붕괴, 침수 피해 등이 전부 자기 부담이었다. 즉 돈이 있으면 피해자 돈으로 복구하고 돈 없으면 길바닥에 나앉거나 은행에 빌려서라도 손실을 자기가 다 떠안고 가야 하는 현실이었다.

나는 그때 당시 풍수재해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 병원 업무만 보던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풍수재해 항목을 빼고 보험의 단가를 낮춰 건물 보험에 가입했다. 당연히 풍수재해보험에 가입된 줄 알았다가 예기치 못한 태풍 피해를 입으면서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인명사고가 없었으니 그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주차 빌딩의 외벽을 강화시켜 복구했다.

2012년 태풍 볼라벤의 피해로 인한 주차 빌딩 복구액은 상당했다. 하늘이 나에게 큰 고난과 형벌을 내렸다고 생각했다. 나는 은행에 돈을 빌려서 다시 생업을 이어나갈 수 있었지만 영세 사업자나 농부들은 이 피해를 고스란히 자기 부담으로 안고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까? 이럴 때 국가나 지자체에서는 피해자들을 위해 무엇을 도와줄 수 있나?

매년 국세, 지방세, 재산세 등 꼬박꼬박 받아가면서 국민이 재난 피해를 입었을 때 특별재난지역이 아니라며 국가와 지자체는 도움이 되지 않는 형식적인 태도를 보였다. 나는 생각하지도 못한 태풍 피해를 겪고 나서 국가와 지자체에 대한 야속함과 배신감을 느꼈다.

해마다 9월의 태풍으로 인해 피해 받은 이재민을 바라보면 그들의 슬픔과 한탄을 이해할 수 있다. 힌남노의 여파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재산적·정신적 피해를 입었다. 국가와 지자체는 피해복구에 주력하면서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조속한 수해복구와 전폭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또한 늦장 대응으로 인해 또 다른 피해를 낳지 않도록 따뜻한 관심과 지속적인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 주종대 밝은안과21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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