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정상에서 보는 일출은 장관이다. 동쪽 하늘, 켜켜이 쌓인 산마루 실루엣 위로 황금빛 띠가 생기고, 이어서 동그란 빛 덩어리가 솟아오르며 찬란한 햇살을 사방에 퍼뜨린다. 지리산 일출을 볼 수 있는 행운은 쉽지 않다. 삼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 그리고, 이른 새벽, 깜깜한 어둠속에서 산을 오르기 시작해야 한다. 동 터 오른 뒤는 늦다.
교육은 세상을 밝게 하는 빛이다. 개인과 사회가 빛을 잃는다면 교육에 문제가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대한민국은 많은 외국인들이 가고 싶은 나라이다. 필자는 우리나라가 세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라고 생각한다. 임금도 일본을 뛰어넘어 선진국 수준이다. 젊은이들의 능력과 스펙이 역사상 최강이다. 외국어 능력은 기성세대를 뛰어넘었고, IT 활용 능력은 세계 최고이다. 그러나 젊은 사람들은 불행하다. 개인의 행복을 위해 투자하는 돈과 시간은 세계 최고이지만, 현실은 반대이다.
공교육 시스템은 19세기 군국주의와 산업사회의 유산이다. 최초의 공교육이라는 프러시아의 학교제도는 군인과 공장근로자 양성이 목적이었다. 교사 또는 상급자에 대한 절대복종이 교육의 핵심이었으며, 주입식 암기식 교육으로 단기간 효율적 교육이 가능했다. 생각과 질문이 필요 없었다. 일제 강점기 시작된 우리나라의 보통학교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식민통치를 위한 교육제도였다. 실망스럽게도 우리나라 공교육에는 아직까지 이러한 잔재가 남아 있다.
수학자 아주대 박형주 교수는 개탄한다. 수능 수학은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필즈상 수상자도 풀기 어렵게 '꼬고 또 꼬고' 어려운 문제를 낸다고 한다. 고난도 수학 문제 푸는 방법을 터득하기 위해 학생들이 너무 큰 고통을 받는다. 입시를 위해 잠을 줄이고 시간과 영혼까지 갈아 넣는다. 그러나 이런 공부가 대학입시 점수를 올리는 데는 유용할지 모르지만, 학습능력 발전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영적 육체적 능력이 만개할 시기 학생들의 인격 향상과 창의력 발전에 독이 될 수도 있다.
중장기 교육정책을 논의·결정할 국가교육위원회가 27일 출범했다. '교육정책이 사회적 합의에 기반해 안정적이고 일관되게 추진되도록 한다'가 설립 목적이다. 문재인 정부의 대선공약으로 설치가 추진되었고 윤석열 정부에서 시작한다. 교육 혁명의 기회이다. 당장은 쉽지 않겠지만 백년을 내다보자. 여야를 아우르고 정부와 민간의 전문가가 모두 참여하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몇 달 안에 결론 낼 것 아니고 몇 년이 걸리더라도 사회적 대타협으로 의견을 모아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 공약 사항인 '유보통합'(유치원-어린이집 통합)과 초등 돌봄교실을 오후 8시까지 운영하는 '초등돌봄 국가책임제' 등은 당장 논의를 시작해 볼 만하다. 직장에 다니는 엄마들은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 사직하는 경우가 많다. 오전 학교수업이 끝난 뒤 아이들을 돌봐야 하기 때문이다. 5세 이하를 포함한 어린이의 교육과 돌봄을 국가가 책임지는 문제는 여야 정당 모두 이견이 없는 것 같다.
저출산 고령화 국가 소멸로 가는 인구 감소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남을 대책을 교육해야 한다. 그냥 외우기보다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교육이 필요하다. 교육의 이유가 명확해야 한다. 이웃을 사랑하고 배려하는 마음, 소통과 협력, 남다른 생각을 키우는 교육이 필요하다. 더 이상 지체할 여유가 없다.
교육개혁은 공급자 아닌 소비자 중심이어야 한다. 학교나 교사가 아닌 학생과 보호자의 이익이 우선되어야 한다. 기득권을 지키려는 이들의 반대 목소리가 크지만, 내 자녀의 행복을 위해 변해야 한다. 교육은 미래를 위한 투자이고 미래는 그들의 것이다.
쉬운 일이 아니라 옳은 일을, 사람들이 좋아할 일이 아니라 참된 일을, 빛나는 일이 아니라 영원한 일을 선택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결정하는 것이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어둠을 탓하며 날이 밝기만 기다려서는 정상에서 맞는 일출의 기쁨을 누릴 수 없다. 아직 깜깜한 어둠 속이지만 가야할 길이기에 행장을 갖추고 나서야 한다.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 출발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이다.?서해현 서광병원 원장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