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DNA는 신의 언어

@서해현 광주 서광병원장 입력 2022.12.08. 10:25

생명은 신비이다. 생명의 비밀을 파헤치는 과학자들은 고백한다. 복잡하고 정교한 생명 세계는 파고들수록 감탄과 놀라움의 연속이다. DNA에 나타난 증거들은 생명에 대한 경외감을 일으키며 신을 향한 믿음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DNA는 생명의 설계도이다. DNA는 알파벳 A, G, C, T로 표현되는 네 종류 염기로 구성한다. 1953년 DNA 이중나선 구조가 밝혀지고 50년이 지난 2001년, '인간 유전체 지도'의 초안이 완성됐다. 유전체(게놈, genom)는 낱낱의 생물체 또는 하나의 세포가 지닌 생명 현상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유전자 총량이다. 유전체 정보가 있으면 6천500만년 전 멸종한 공룡도 복제할 수 있다.

프랜시스 콜린스(Francis S. Collins)는 전세계 수천명 과학자들이 참여하여 10년 이상 걸린 '인간 유전체 지도' 국제 연구프로젝트를 완성시킨 책임자이다. 그는 유전과학자이며 의사이다. 미국의 의료와 건강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미국국립보건원(NIH) 원장으로 2009년 취임하여 2021년 퇴임하였다.

그는 청소년기에 신의 존재를 알 수 없다는 불가지론자였으나, 대학을 다니면서 부조리한 현실을 보면서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무신론자로 변했다. 그러나 의과대학 3학년 때 신앙 가진 환자들을 만나는 경험을 통해 신의 존재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신앙의 약점들을 철저히 조사하면 자신의 생각대로 '신이 없음'이 밝혀지리라 생각했다. 시간과 이성과 논리를 총동원하여 신이 존재하지 않음을 증명하려고 시도하였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신의 존재 여부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C. S. 루이스가 쓴 '순전한 기독교'(Mere Christianity)를 접하면서 신이 존재함을 인정하게 되었다. 그 후, 유전체 연구자로서 DNA에 기록된 정보를 해석하면서 신의 신비한 뜻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하여 과학과 신앙의 조화를 이루어 세계 최고 수준의 성공한 과학자이면서 템플턴상을 수상한 존경받는 기독교인이 되었다.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여 전세계 무신론자들의 바이블이 되었던 2006년도 책, '만들어진 신'의 저자 도킨스가 2009년 미국 뉴스위크 인터뷰에서 신앙에 대해 바뀐 생각을 밝혔다. 프랜시스 콜린스 같은 훌륭한 과학자가 신을 믿는 것을 예로 들면서, "신과 진화를 동시에 믿는 것이 가능할 것 같다." '만들어진 신'에서 과학자가 신앙을 갖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한 이유는 "그것이 자기 자신에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며, 그리스도인들을 무지한 자로 취급한 것은 지구 역사가 6천년이라고 주장하는 창조과학자들의 '젊은지구론'을 비판한 말이다"고 했다.

동방정교회 신자이며 우크라이나 출신 미국 진화생물학자 테오도시우스 도브잔스키는 주장한다. "창조는 100억년 전에 시작되어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인 하나의 과정이다. 진화론의 논리가 종교적 신념과 충돌할까? 그렇지 않다. 성경을 천문학, 지리학 생물학 인류학을 다룬 초등교과서로 오해하는 것은 큰 실수다."

과학은 생명이 어떻게(How) 만들어지고 어떻게(How) 움직이는가를 밝히는 학문이다. 왜(Why) 생명이 존재하는가? 누가(Who) 생명을 만들었는가? 과학으로 풀 수 없다. 인간존재의 의미, 신의 존재, 사후세계 가능성 등은 과학의 테두리 바깥에 있다.우주를 창조한 절대자가 존재하고, 자연을 그가 만든 작품으로 생각한다면, 과학은 자연에 담긴 신의 뜻을 찾는 학문이다. 자연의 질서는 신이 우리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아닐까?

프랜시스 콜린스는 2006년 출판한 책 '신의 언어'에서 바이오로고스(BioLogos)를 주창한다. 생명(Bio)과 말(Logos)을 합친 말로 "신이 유전자를 통해 우리에게 말한다"고 고백한다. 유전체는 신이 인간에게 보내는 신의 언어이다. 인간은 유전체 연구를 통해 생명의 신비에 가까이 갈 수 있다.

유전체 정보는 진료 현장에서 이미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특히, 암 예방과 치료 그리고 희귀질환 진단 분야에서 큰 진전이 있다. 유전 정보를 바탕으로 개인의 특성에 맞게 진단하고 최적의 치료를 제공하는 정밀의료는 의학 모든 분야에서 현재와 미래의 엘도라도이다.

아인슈타인의 말이다. "종교 없는 과학은 절름발이이며, 과학 없는 종교는 장님이다." 서해현 서광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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