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만 산부인과에서 발생하는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해 정부가 의료사고 피해자에게 100% 보상하는 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의결됐다. 그동안 산부인과 의사가 불가항력 의료사고까지 보상액의 30%를 부담했지만, 정부가 전액 부담하는 안이 복지위 전체회의를 거쳐 본회의를 거치면 최종적으로 통과된다.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조정법은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과 이정문 의원에 의해 발의됐다.
2023년 4월 8일부터 시행 중인 의료사고 보상사업은 보건의료인이 충분한 주의의무를 다했음에도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분만 의료사고 시 보상토록 하고 있다. 보상 대상은 분만 과정에서 생긴 뇌성마비와 분만 과정에서 산모 또는 신생아 사망이다.보상 규모는 최대 3천만원이며, 보상 재원은 국가와 의료기관이 각각 7:3 비율로 분담하여 의료사고에 대한 보상 재원의 30%를 보건 의료기관 개설자 중 분만 실적이 있는 자에게 부담을 시키고 있다.
이 제도는 분쟁의 당사자가 대등한 지위에서 조정에 참여할 권리를 침해해 형평성의 문제를 일으키고, 무과실 혹은 불가항력적 상황, 즉 의사의 책임이 없어도 의사에게 비용을 분담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민법상 과실 책임의 원칙에도 반하며, 의료인의 재산권을 침해하여 이로 인해 산부인과 의사들이 분만을 꺼리는 대표적인 요인이 된다는 지적도 많았다. 의료분쟁에 있어 의료인의 과실이 아닌 경우에도 의사들이 책임져야 하므로 산부인과 의사가 되겠다는 지원자가 줄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매년 약 30명의 산모 사망과 약 400명의 신생아 사망 사건 분쟁의 해결은 의료분쟁조정원이 아닌, 분만 산부인과와 합의하거나 소송으로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저출산과 저수가, 빈번한 의료사고, 과도한 배상 판결로 인해 산부인과 폐원이 늘어나고 있고, 특히 분만 산부인과 병·의원이 없는 시군구가 수십 곳에 달한다. 분만 수가가 낮고, 분만 관련 의료사고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지우다 보니 산부인과 의사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번에 선한 사마리아인법 즉, 응급의료종사자가 업무수행 중이 아닐 때 실시한 응급의료·처치에 대해 형사책임 면제범위를 '사망'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도 복지위를 통과했다. 현행 응급의료법에선 '사망에 대한 형사책임을 감면한다'라고 명시하고 있지만 이를 '사망에 대한 형사책임을 지지 않는다'로 수정한 것이다. 이와 더불어 응급의료종사자가 실시한 응급의료행위에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에는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를 감면하도록 했다. 현행법에선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로 정리하고 있지만 '감경 또는 면제한다'로 수정했다. 이번 법안 통과는 의료인에게 최선의 진료를 제공하고 환자는 진료실에서 신뢰를 바탕으로 안전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환자와 의료인이 더불어 행복한 나라를 위한 중증 의료, 필수의료 살리기의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서구 선진국에 비해 의료사고에 대해 유독 민사책임 뿐만 아니라 형사책임까지 과대하게 지우는 판례가 요즘 부쩍 증가하고 있다. 이는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과의 지원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어 결국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언론에서는 상급 종합병원인 인천 길병원에서 소아과 전공의가 단 한 명밖에 없어 입원실을 폐쇄한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는데,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인천 길병원 뿐만 아니라 이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로 상급종합병원인 전남대학교와 조선대학교 병원에서도 소아과 전공의 지원자가 거의 없어 미달이라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조만간 이 지역에 있는 상급 종합병원인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도 소아과 병동을 폐쇄할 것이 뻔하다. 이처럼 필수의료과의 의사들이 부족한 이유는 필수의료과에 대한 살인적인 저수가도 원인이지만 특히 의료를 하다보면 생길 수밖에 없는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에 대해 과도한 형사책임을 지우는 것에도 원인이 있다.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책임만이라도 면할 수 있도록 '의료사고 처리특례법'이 조속히 지정되어야 하며 아울러 민사적인 배상에 대해서도 국가가 함께 책임져주는 제도적인 보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양동호 광주광역시의사회 대의원의장(연합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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