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심부전 환자는 반드시 독감 예방주사 맞으세요

@홍영준 전남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입력 2023.02.02. 10:05

심부전이란 심장의 구조적 또는 기능적 이상으로 인해 심장이 혈액을 받아들이는 충만 기능(이완 기능)이나 짜내는 펌프 기능(수축 기능)이 감소하여 신체 조직에 필요한 혈액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해 발생하는 질환 군을 말한다. 심부전 환자의 20%는 심혈관 합병증으로 입원하고, 50%는 5년 내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계절 인플루엔자 백신(독감백신)은 다른 대부분의 백신과 달리 매년 접종 받아야한다. 이는 지난해 백신 접종을 받았다 하더라도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거의 매년 변이를 일으켜 유행하는 바이러스의 종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세계 각처의 바이러스 유행 정보를 종합하여 다음 해에 유행할 바이러스를 미리 예측하여 발표하고 이를 바탕으로 각 제조사들은 독감 백신을 생산하게 된다. 따라서 매년 접종을 통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예방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독감은 주로 10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 유행한다. 따라서 백신은 독감 유행 전인 9월에서 12월까지 접종 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보통 백신은 접종 후 2~3주 후에 면역력이 생기며 건강한 성인의 경우 백신 접종을 통해 약 90%의 독감을 예방할 수 있다. 노인의 경우 백신 접종을 통해 독감과 관련된 합병증을 50% 이상 감소시킬 수 있으며 그에 따른 사망률도 80% 정도 줄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독감 백신을 접종 받고도 면역력이 생기기까지 2주에서 한 달 정도가 소요되기 때문에 접종 후 약 한 달까지는 상황에 따라 독감에 걸릴 수 있다. 또한 그 해 유행하는 바이러스가 세계보건기구가 권장한 바이러스의 종류와 다를 경우 백신의 예방 효과는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 있으며, 접종 받은 사람의 연령이나 건강상태에 따라서도 백신 효과는 감소할 수 있다.

인플루엔자 감염은 심혈관 사건 사고 및 사망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독감 백신 접종이 심부전 환자의 입원, 사망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영국의 의학 전문지 '랜싯 세계 보건(Lancet Global Health)' 2022년 12월호에 게재되었다. 캐나다 McMaster 대학의 병리학 및 분자의학 교수인 Mark Loeb 박사 연구팀이 2015년에서 2021년 사이에 독감 백신 접종률이 낮은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10개국, 30개 센터(인도 7개, 필리핀 4개, 나이지리아 4개, 중국 6개, 잠비아 1개, 모잠비크 2개, 사우디아라비아 3개, 케냐 1개, 우간다 1개, 아랍 에미레이트 1개 센터)에서 5천여 명의 심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임상시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 이번 연구에서 McMaster, PHRI(Population Health Research Institute of McMaster) 및 Hamilton Health Sciences의 연구팀은 대부분 정기적으로 독감 예방 주사를 맞지 않은 심부전 환자를 추적 관찰했다. 이번 연구는 심혈관 질환의 발생률이 80%에 달하고, 독감 예방 접종률이 낮은 저소득 및 중간 소득 국가를 대상으로 했는데 환자들은 2015년 6월부터 2021년 11월 사이에 매년 독감 백신 또는 가짜 백신이 접종되었다. 이 연구는 심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한 독감 백신의 효과에 대한 첫 번째 임상 시험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사상 최초의 임상시험은 영국의 '공동 세계보건 실험 계획'(Joint Global Health Trials Scheme)과 캐나다 보건 연구원(Canadian Institutes of Health Research)의 지원 아래 진행되었다. 이 연구에서 독감 백신을 맞은 심부전 환자는 맞지 않은 환자보다 그해 가을, 겨울 독감 시즌에 사망할 위험이 20%, 입원할 위험이 15% 낮았고 또한 폐렴 발생률도 40%나 낮았다.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심부전 환자는 반드시 독감 예방주사를 맞아야 하겠다. 지금까지 독감 백신이 심혈관 사망으로부터 구할 수 있다는 사실이 과소평가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독감 예방주사는 간단하고 저렴하며, 안전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심부전 환자 표준 치료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홍영준 전남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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