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안하고 건강한 한 해를 기원하며 2023년의 설 명절을 보냈다. 짧았던 설 연휴가 지나가자 북극의 찬 공기와 매서운 눈바람이 만나 최고기온이 영하권에 머무는 극한의 추위를 겪었다.
설 이후 이어지는 겨울 한파로 인해 출퇴근이 매우 힘들고 퇴근 후에는 모임보다는 바로 집으로 퇴근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강추위는 일상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가뜩이나 매서운 날씨 때문에 각 가정에서는 난방량이 증가하는데 12월 난방비 급등으로 가계경제에 큰 부담을 안게 됐다. 정치권의 각 정파는 이를 두고 남 탓, 네 탓을 하며 고질적인 정쟁을 일삼고 있어서 우리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특히 이번 설 연휴를 보내면서 올해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고민하며 예전의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날의 나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일에 있어서 진지하고 열정 넘치는 사람이었다.
의대를 졸업한 후에는 공중보건의로 시골에 있는 보건 센터에서 분만 업무에 종사했다. 혼자 진료와 치료에 매진하면서 안전하게 태아를 분만하고 산모의 건강관리에 힘써야 한다는 생각에 엄청난 중압감을 느꼈다. 더불어 응급실이 가까운 도시로의 이송이 최소 1시간 넘게 걸린다는 위압감 때문에 매일매일 분만실에 산모가 들어올 때마다 애송이 의사의 가슴이 뛰고 긴장됐다. 그래도 의업에 대한 사명감으로 오직 불철주야 환자들을 위해 진료했으며, 내 손으로 받은 건강한 아이와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산모를 보면 가슴속에 뜨거운 보람을 느꼈다.
30년이 훨씬 넘은 지금에도 그 당시 밤에 콜을 받으면 집에서 자전거를 타고 보건 센터로 부랴부랴 향하던 내 모습이 그려진다. 병원으로 가는 길에 보이는 달빛에 비친 높은 산세, 풀벌레 울음과 우렁찬 개구리 울음소리, 깨끗한 밤공기는 아직도 생생하다.
지금도 나는 일과 집, 걷기가 전부다. 일에 내 모든 것을 걸고 있는 일중독이자 워커홀릭인 것 같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은 굉장히 가치 있는 일이며 내 삶에서도 의미가 매우 깊어서 해도 해도 지치지가 않는다. 일을 하고 있음이 즐겁지만 일을 사랑한다고 해서 출세주의, 기회주의, 성과주의의 워커홀릭과는 다르다.
나는 단순히 업무를 우선시하는 성향은 아니며 결과물에 따라 얻어지는 경제적 지위와 사회적 성취들을 과도하게 집착하지 않는다. 또한 업무 위주의 능력만을 절대적으로 평가하는 편애주의자는 아니다. 일하는 순간 내 스스로 집중하고 있음을 느끼면 편해지고 의사로서 환자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순간 행복해질 뿐이다.
최근 한 기사를 통해 알게 된 인물이 있다. 바로 테슬라 아시아 태평양 CEO 톰 주(Tom Zhu)다. 그는 중국계 뉴질랜드인으로 미국 듀크대 경영 대학원을 나와 테슬라와 함께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공장이 폐쇄되자 현장에서 먹고 자며 공장을 가동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과 행동을 보여줬다. 그의 해내고자 하는 의지 때문인지 두 달 만에 공장을 정상화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아마 그는 일하는 것이 즐거웠고 일 때문에 바빠지는 것이 행복했을 것이다. 나 또한 일을 하고 있을 때 느끼는 감사함과 만족감을 통해 성취감을 얻고 다음 일을 계획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따라서 내게 일은 삶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내 기쁨을 위해, 내 만족을 위해 올해도 역시 워커홀릭으로 살아보려고 한다. 오늘도 나를 찾아온 아픈 환자들이 진료실에 들어올 때와 다른 환한 웃음을 짓고 밖으로 나갈 때 형용할 수 없는 뿌듯함을 느낀다. 그래서 나의 워커홀릭의 삶을 이해해주고 응원 해주는 가족들의 사랑에 늘 감사하다. 주종대 밝은안과21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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