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토사구팽인가?

@양동호 광주시의사회 대의원회의장(연합외과 원장) 입력 2023.03.02. 13:29

지난 2월 26일 간호사 단체를 제외한 보건의료 단체 13개 단체 회원들 약 5만 여명이 모여 서울 여의도 광장 앞에서 간호법 및 의료인 면허취소강화 법안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간호단독법이 그동안 보건복지 위원회를 거치면서도 반대도 많았고, 법사위에서 법안에 문제점이 많아 심의 의결 중이었는데 민주당 주도로 갑자기 패스트 트랙으로 국회 본회의로 회부 되면서 그동안 간호단독법을 반대해온 간호사를 제외한 전 의료계 다른 직역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간호사를 제외한 전체 회원 약 400만의 13개 보건의료 단체는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총파업도 불사하겠다고 외치고 있다. 지난해 가을부터 점차 고조된 간호법 갈등이 급기야 의료마비 상태 직전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그럼 간호단독법은 어떤 문제가 있어 전 의료계가 반대하는 것일까? 13개 보건의료 단체는 간호사의 업무가 이전의 '진료실에서 의사의 지도 하에 진료보조업무'에서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간호에 관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으로 변한 표현이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이를 근거로 지방자치단체가 간호사의 독자적 의료행위를 허용하는 제도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모든 의료인 즉,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간호사, 조산사는 의료법에 그 권한과 역할, 책임, 의무가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 이번에 새로 발의된 간호단독법은 권한은 있는데 의무·책임은 쏙 빠진 간호사의 처우 개선에 관한 내용만 있는, 특정 직역의 직역 이기주의를 담고 있는 법안이다.

예를 들면 의료법 제4조의3에 따르면 의료인은 제5조(의사·치과의사 및 한의사를 말한다), 제6조(조산사를 말한다) 및 제7조(간호사를 말한다)에 따라 받은 면허를 다른 사람에게 대여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간호법안을 마련하면서 의료법 제7조를 삭제하였다. 결국, 간호사가 면허를 대여해도 처벌할 수 있는 구성요건이 없어져 버린 것이다. 간호사 면허를 대여받은 사람, 간호사 면허대여를 알선한 사람을 처벌할 수 있는 구성요건 역시 사라졌다. 그리고 모든 의료인은 환자에게 최선의 진료를 하기 위해 해마다 보수교육을 받아 신의료기술에 뒤떨어지지 않도록 의무로 하고 있는데, 신설된 간호단독법안의 간호사 보수교육에는 이를 이수하지 않았을 때 면허의 효력 정지 규정이 없다.

즉, 간호사는 보수교육을 이수하지 않더라도 면허의 효력을 정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 밖에도 간호단독법에서 간호사는 의사의 지도·감독 없이 독자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으면서도 여전히 간호조무사에 대한 간호사의 지도 권한을 규정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만일 간호사가 의사의 지도·감독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한다면 오히려 의사가 간호조무사를 직접적으로 지도·감독해 환자 진료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무엇보다 의료는 팀플레이인데 간호사 직역을 제외한 다른 모든 13개 보건의료 단체에서 반대하고 있는 이 법안을 억지로 통과시키려고 하는 것이 국민 건강에 어떤 이득이 되는지 묻고 싶다. 이렇게 급하게 패스트 트랙으로 국회 본회의에서 강제적으로 통과시키는 것보다는 법안을 법사위에서 충분히 논의하여 수정한 후 직역법인 간호단독법보다는 차라리 간호사법으로 하여 의료법 아래 하위법령을 두어 간호사들의 처우 개선에 대한 내용을 담는 것이 훨씬 더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이번에 간호법과 함께 패스트 트랙으로 국회 본회의에 회부된 의료인 면허 결격 사유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보면, 그 전에는 '의료 관련 법령 위반' 금고 이상 형을 받을 때 면허가 취소됐던 것을 '모든 범죄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그 후 5년 동안,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면 집행유예가 끝난 후 향후 2년 동안 면허를 취소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직무 관련성이 없는 모든 범죄에 의료인 면허를 취소하는 것으로서 과도한 입법 조치이며 법 형평성에 굉장히 어긋나는 악법이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로 인해 금고형 집행유예를 받거나, 병·의원 경영이 악화되어 폐업하는 과정에서 임금 문제로 고소·고발에 휘말려 금고형 집행유예 처분을 받으면 의사 면허를 취소토록 한 것은 과잉·중복 처벌이라며 의료계는 반발하고 있으며 면허취소를 강력범죄나 성범죄로 국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회 내부에서도 이번 의료법 개정안과 관련해 헌법상의 기본권인 직업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의료인들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헌신적인 노력으로 우리나라가 코로나19 상황에서 전 세계적으로 모범이 될 만큼 의료대란 없이 코로나19 퇴치에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제 어느 정도 코로나가 잠잠해지는 순간이 되자마자 의료인들에 대한 불합리한 법률이 만들어지는 것에 대해서 분노하고 있다. 부디 정치인들의 당리당략적인 입장을 떠나서 합리적으로 온 국민의 건강을 위하는 방향으로 문제가 해결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양동호 연합외과 원장 (광주광역시 의사회 대의원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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