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씨가 좋은 날이면 내 진료실 창밖으로 크고 우렁찬 산세를 자랑하는 무등산이 보인다. 약 140만 명이 살고 있는 대도시에 1천m가 넘는 명산이 자리한 곳은 또 어디 있을까. 또 광주에는 도시 중심을 가로지르는 광주천이 있는데 이 물줄기는 호남의 젖줄인 영산강까지 흐르면서 자연과 도심이 하나 되는 자연 친화적인 면모까지 갖추고 있어서 살기에 참 좋다.
이렇게 멋진 광주에는 주요 관청과 교육 시설이 모여 있어 저절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됐다. 사람들이 많다 보니 도로, 철도가 뚫리고 주택, 상가, 식당, 잡화점 등이 세워지면서 점진적인 도시 발전이 이루어졌다.
내 고향 광주는 맛, 예술, 멋이 있는 3有의 고장으로서 맛깔 나는 남도 음식이 있으며, 예스럽고 묵직한 수묵화와 서예, 한국 서양 화단의 중추적인 인물을 키워낸 예술이 있다. 그리고 위트 넘치는 해학과 풍류를 아는 시인, 소설가를 배출한 멋의 고장이기도 하다.
내가 어릴 적에는 격조 있고 높은 수준의 문화를 접할 기회가 잦아서 그런지 어느 집이든 집 안에 한두 개 이상의 동양화, 서예 작품들이 걸려 있었다. 또 동네마다 남도창, 무용 등을 배우는 학생들이 있었고 때때로 동네를 거닐면 표구 작업을 하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이처럼 맛, 예술, 멋을 공유하고 추구하는 예향의 광주가 지금은 어떠한가? 나는 보통 여행 갈 때 휴대폰 앱을 통해 여행지의 명소, 맛집 등을 검색해 본다. 광주를 검색하니 무등산 국립공원, 5·18민주화운동기록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국립광주박물관, 유스퀘어, 동명동 카페 등의 관광지를 소개한다.
앱에서 알려준 명소를 살펴보니 5천만 명의 국민이 시간과 돈을 투자해 광주를 방문하고 광주를 매력적인 도시로 기억해 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내가 보기에는 여행지로서 감동과 재미를 느낄만한 곳이 발견되지 않았다.
광주는 2000년 이후로 도시 발전, 문화, 관광의 정체기에 머무르면서 예전의 명성에서 후퇴하고 있다. 특히 문화적 전통성이 있는 광주 동구는 예술의 거리, 충장로, 금남로 등이 있어서 과거에는 사람들이 모이는 문화의 중심지였지만 현재는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지고 있다. 내게 광주 동구는 문인, 시인, 노래하는 사람, 무용인 등의 예술인이 즐비하고 술과 맛있는 음식들과 문화가 어우러진 풍요로운 장소였다.
하지만 이제 광주는 '3無 도시'로 변해가고 있다. 3無 중 첫 번째는 가족들과 함께 즐기고 뛰놀 수 있는 공원이 사라지고 있다. 광주의 대표적인 놀이동산인 패밀리랜드는 울창한 산새와 봄철이면 흐드러지게 핀 벚꽃의 풍경이 아름답지만 주변 시설이나 놀이 기구가 부족하고 청소년, 성인들이 가서 놀기에는 장소가 협소하다. 두 번째는 엔터테인먼트, 영화, 연극, 미술, 음악 등의 예술 활동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 너무 제약되어 있고 유능한 예술 인재를 양성하기가 어렵다. 세 번째는 쇼핑과 관광을 위한 인프라 시설이 너무 없다. 관광객들이 광주에 와서 보고 즐기고 느끼고 맛보고 머물 수 있는 대표적인 유인상품이 부족하다.
광주에 다양한 문화 예술 인프라 시설을 마련하고 여수엑스포, 순천정원박람회, 전주한옥마을 등의 타 지역 관광지와 광주의 관광지를 연계해 문화 예술 발전을 위한 상품을 개발해도 좋을 것 같다. 또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파리 퐁피두 센터와 같은 창의적 예술센터로 발전시키고 다양한 쇼핑과 어드벤처를 즐길 수 있는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같은 오락시설이 있다면 전국 곳곳에서 관광객이 몰려오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 예향도시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광주에 대한 깊은 애정과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문화가 있는 광주, 재미있는 광주, 또 가고 싶은 광주 등으로 발전해 많은 사람들이 찾는 관광지로 재탄생하는 날이 오기를 바라본다. 주종대 밝은안과21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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