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세 김씨 할아버지는 이번이 두 번째 탈장 수술이다. 이 년 전 오른쪽을 수술 했는데 이번에는 왼쪽에 탈장이 생겼다. 사 년 전 받은 위암수술은 현재 특별한 치료 없이 경과 관찰 중이다.
우리나라 노인 인구가 많아지면서 고령자 탈장수술이 증가하고 있다. 탈장수술은 세계적으로도 가장 많이 하는 수술 중 하나이며 매년 2천만 건 시행된다. 영유아기 탈장이 많고 이후 거의 발생하지 않다가, 45세 이후 나이가 많아지면서 발생율이 증가한다. 탈장은 여자보다 남자에게 흔한 병이다. 모든 남자의 30%는 일생 동안 한번 이상 탈장을 경험한다. 반면 여성은 3%가 경험한다.
탈장이란 뱃속 제 자리에 있어야 할 장이 약한 곳으로 빠지는 현상이다. 뱃속은 높은 압력을 지탱하는 근육과 근막으로 쌓여있다. 마치 풍선을 불 때 약한 부분으로 볼록 튀어나오는 것과 같이, 근육이나 근막이 약해지면 그 곳으로 장이 빠져나오게 된다.
탈장의 3/4 이상은 사타구니에서 발생하지만, 배꼽주위 근막이 불완전하여 생기는 배꼽탈장, 수술 부위에 발생하는 반흔탈장, 배꼽과 가슴 사이의 중앙선에서 발생하는 명치부 탈장 등 위치와 원인에 따라 다양한 부위에서 발생할 수 있다.
탈장이 발생하는 원인은 어린이와 어른이 다르다. 어린이 사타구니 탈장 원인은 대부분 선천적이다. 성인은 대부분 노화, 만성질환, 운동 부족 등 복벽을 구성하는 근육과 근막의 약화가 원인이다. 약해진 복벽에 틈새가 생기면 장이 그 틈으로 밀려나온다. 탈장이 발생한 부위에서 불룩 튀어나온 덩어리를 만질 수 있다.
한번 발생한 탈장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고 점점 더 커지는 경향이 있다. 운동을 하거나 걸을 때 불편한 느낌이 있고, 소화불량 더부룩함 복통 등 증세가 자주 발생한다. 밖으로 나온 장의 혈액순환이 되지 않으면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빨리 치료해야 한다.
탈장 치료는 수술이다. 약물요법이나 도구를 이용하는 치료는 효과가 없다. 수술 방법은 발생 원인에 따라 다르다. 어린이는 비교적 간단하다. 탈장주머니를 막는 수술로 충분하다.
성인 탈장은 약해진 복벽 보강이 목표이다. 탈장을 본래 자리로 밀어 넣은 후 약해진 부분을 보강한다. 과거에는 약해진 부분에 이웃한 근막을 당겨서 꿰매는 방법을 주로 사용했다. 그러나 심한 통증과 재발 등 문제 때문에 최근에는 인공막으로 복벽을 강화하는 수술을 주로 한다.
수술 방법은 사타구니를 절개하는 개복수술과 복강경을 이용하는 복강경수술로 나눌 수 있다. 그리고 복강경수술은 3군데 구멍을 뚫는 3공식 수술과 구멍 한 개로 수술을 하는 단일공 수술로 나눌 수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모든 수술 방법 가운데 복강경을 이용한 복막외접근법(TEP Herniorrhaphy)이 가장 우수한 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수술 후 통증이 적고, 대개 수술 직후부터 활동이 가능하고, 2-3일 후 정상 활동을 할 수 있고, 감염이나 재발 등 합병증 발생도 적었다.
특히 뚱뚱한 사람, 탈장이 큰 경우, 수술 후 운동을 많이 해야 하는 사람, 무거운 물건 자주 들어야 하는 사람, 탈장이 양측 사타구니에 같이 있는 경우, 재발한 탈장 등에 더욱 더 효과적이다.
복막외접근법이 좋은 수술이지만 모든 환자에게 적용할 수는 없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도 15-20%만이 이 방법으로 수술한다고 한다. 이유는 수술방법이 어려워 숙달하기 힘들고, 복강경을 이용하는 수술이라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 때문이다. 다양한 탈장 수술법들은 각각 독특한 단점과 장점이 있다. 의료진과 환자의 상황과 형편에 따라 가장 적절한 수술법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87세 김씨 할아버지는 지난 주 단일공 복강경 복막외접근법 수술을 했다. 이 년 전 오른쪽 수술로 생긴 유착 때문에 조금 힘들었지만,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사흘 만에 퇴원했다. 과거에는 고령자 수술을 피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현재는 노인이라고 수술 못할 일이 없다. 100세 노인 암수술도 드물지 않은 시대이다. 탈장 치료 미루지 말고 지금 당장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란다.?서해현 서광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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