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안과 의사이기 때문에 눈에 생기는 질환을 진료하고 치료하는 일을 한다. 눈의 길이는 약 24mm 정도이며 크기는 탁구공만 하다. 이 작은 감각기관에 생기는 여러 질환을 진단하며, 내 지식과 경험을 기반으로 환자들에게 최선을 다해 치료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료가 어려운 안타까운 케이스가 있다. 시력을 잃고 실명하는 환자인데 유전성 질환이나 외상으로 인한 경우가 그러하다. 시력을 잃어 실명이 된 후 보호자의 손에 이끌려 치료를 받으러 오는 환자들을 보며, 이들의 마음속 슬픔을 최대한 공감하고 더 이상의 아픔과 고통이 없게끔 치료하려고 애를 써본다. 비록 그들은 앞이 보이지 않지만 긍정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움이 되고 싶었다.
내가 안과 의사이기는 하나 주변 지인들이 내게 다양한 질환에 대해서 문의를 하고 적절한 치료 방법에 대해 물어본다. 대부분은 암에 대해서 조언을 구한다. 지인들은 암으로 진단을 받았지만 암에 관련한 전문지식이 없어서 어디 병원으로 가야 하는지, 어느 의료진이 진료 및 수술이 가장 뛰어난지 등을 문의한다.
내 전공이 아니지만 해당 질환에 대해 해당 과 학회, 의료 저널 및 매스컴, 동료 의사에게 문의 후 병원과 의료진을 추천한다. 또한 생명과 관련되는 중대적 질환인 경우에는 전문적인 의료기관의 진료를 받아보길 적극 권한다.
이렇게 내게 문의했던 사람들이 한 달 뒤쯤에 연락이 온다. 수술을 받았다거나 수술 후에 항암치료를 시작했다는 연락이다. 나는 그들이 더 이상 슬프거나 아프지 않도록 도움이 필요할 때 연락을 주라고 전한다.
최근에는 가까운 지인이 내가 소개한 병원에서 시한부 생명 진단을 받고 6개월 만에 세상을 뜨게 됐다. 50대 초반의 비교적 젊은 나이였다. 이렇게 시간이 지날수록, 나이가 들수록 죽음이 서서히 주변 사람들, 가족,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음을 느낀다. 항상 영원히 함께 할 것 같았던 부모, 형제, 부인, 자녀들이 불시에 우리 곁을 떠날 수 있다니 생각만 해도 가슴이 아려온다.
떠나는 사람과의 추억, 그리움만이 남아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그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을까? 나는 떠나는 사람보다는 남겨진 이들이 더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겨진 이들은 대부분 미처 준비를 못하고 떠나보냈기에 수개월에서 수년 동안 그 아픔과 상처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은 삶에 큰 변화가 생기고 생활에서 어려움을 겪게 될 텐데, 아픔에서 헤어 나오기가 얼마나 힘들지 능히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나는 남겨진 이들의 아픔을 치유하는 방법으로 떠난 이를 그리워하고 잊지 말라고 말한다. 인간은 커다란 자연의 한 부분이며, 인간의 삶은 무한한 세상과 자연 속에서 잠깐 사는 유한한 존재다. 불교에는 생과 죽음을 순환하며, 생사가 되풀이되는 윤회사상이 있고 기독교에도 천국으로 가는 사후세계가 존재한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떠나는 이와 남아있는 이에게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인연의 끈이 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그들을 그리워하고 사랑하고 있다면 어디선가 다시 만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이런 나의 믿음이 떠나는 이로 인해 아파하는 남겨진 이들에게 작은 위로와 치유가 되길 바라본다. 주종대 밝은안과21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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