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충치 개수가 치과마다 다른 이유

@이난영 조선대 치과병원장 입력 2023.11.30. 16:56

치과에서 충치가 4개 있다고 해서 다른 치과에 갔더니 6개라고 해요 왜 치과마다 충치 개수를 다르게 말하는건가요?

아이를 데리고 내원한 보호자와 치료계획을 상담할 때 자주 듣는 질문이다. 충치 개수가 너무 신경쓰여서 대여섯개의 치과를 돌아다녔는데 놀랍게도 단 한곳도 그 개수가 일치하지 않았다는 사람도 있다.

그럼 왜 치과마다 충치개수가 달라지는걸까 그 이유는 먼저 충치라는 질환의 진행양상에서 비롯된다. 충치는 기본적으로 그 발생부터 임상증상이 나타나기까지 꽤 긴 시간이 소요되는 만성질환이다. 치아의 겉표면은 단단한 에나멜로 덮여있고 하부에는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상아질이라는 층이 존재하며 그 내부는 신경이나 혈관등의 연조직으로 채워져 있다. 단단한 에나멜층은 충치세균이 만들어내는 산의 공격에 어느 정도 저항할 수 있어서 충치세균이 존재한다

고 해서 바로 충치가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많은 수의 세균이 긴 시간동안 지속적으로 공격을 하게되면 에나멜층이 서서히 조금씩 약해지다가 어느 순간 파괴되어 구멍이 생기게 되는데 일반인은 이 정도 시점에서 비로소 충치를 인지하게 된다.

이 서서히 진행되는 충치의 진행단계 어디쯤에서 치료가 필요한것일까에 대해서는 치과의사들간에도 의견일치가 되지 않으며 치과마다 충치개수가 다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충치 치료는 기본적으로 비가역적인 술식이다. 다시 말해 치아를 삭제하고 충전하는 술식은 한번 진행하면 다시는 원상태로 회복이 불가능하며 유치의 경우 탈락할때까지, 영구치의 경우 평생동안 치료를 반복해야한다.

이러한 측면을 고려한다면 충치가 어느 정도 진행할때까지 치료를 연기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할 수 있다. 특히 환자가 어린아이라면 치료를 받아들이는 능력 또한 함께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그 판단은 더 복잡해진다.

또다른 측면으로는 치료의 용이성인데 충치가 진행되면 될수록 치료과정도 함께 복잡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간단한 수복으로 마무리될 수 있는 초기 충치가 방치된 결과 복잡한 신경치료와 크라운 수복으로 넘어가는 경우도 종종 볼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조기치료의 손을 들어줄 수 있다.

조기 개입과 관찰 이 둘중에 정답은 없다. 환자의 연령, 치료에 대한 적응력, 구강위생상태 , 심미적 요구도, 경제적 능력, 이전의 치과치료 경험 등 많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치과의사 고유의 능력이며 권한이다.

충치가 4개라고 하는 선생님이나 6개라고 하는 선생님이나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진단을 내리고 계획을 세우고 치료를 진행하는 모든 과정에서 본인의 담당 치과의사를 믿고 협력하는 것 만이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 내는 유일한 방법이 될 것이다. 이난영 조선대 치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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