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의 명절, 설을 맞이하는 시기는 연말연시의 번잡함과 기대와 다른, 설렘과 미안함이라는 혼란스러운 두 가지 감정이 교차한다. 나흘 동안 이어지는 명절 연휴는 항상 반갑고 즐겁다. 하지만 오 년 전 대한민국 응급의료체계를 위해 밤을 새우며 고민하다 홀로 순직한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을 생각하면 가슴이 무겁다.
2019년 2월 4일, 음력설 전날,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된 윤한덕 센터장!
그의 책상에는 설 연휴 재난대비, 외상센터 개선방안, 그리고 아직 완성되지 않은 중앙응급의료센터 발전 방향에 관한 서류가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사인은 고도의 심장동맥(관상동맥) 경화에 따른 급성심정지(부검결과). 그는 발병 전 12주간 휴일도 없이 응급센터 주야간 근무를 계속했다. 설연휴 응급환자 이송 및 치료 특별 대책을 세우고 정부와 국회 그리고 의료계의 문제점들을 해결하느라 정신적 긴장이 가중되었으며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지난 5년간, 그를 알리는 과정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쉽지 않았지만, 행복한 여정이었다. 많은 이들이 윤한덕의 고귀한 뜻을 높이기 위해 힘을 모아주었다. 광주광역시뿐 아니라, 서울에서 해남 그리고 제주까지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분들이 참여하여 유가족돕기 성금 모금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정부는 고인에게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수여했으며, 순직을 인정하고 국가유공자로 지정하였다.
2020년 2월, 사망 1주기에 맞춰 고인의 업적과 의료발전을 위한 노력 등을 담은 평전 '의사 윤한덕'을 출간하였다. 제1주기 추모식은 보건복지부 국가보훈처 대한의사협회 전남대학교 등 각계각층에서 참여하는 성대한 규모로 추진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갑자기 행사가 취소되어 간소하게 추도하였고, 제2,3주기 추모행사는 지속되는 코로나19로 열리지 못했다.
2022년 가을, 화순 전남대학교 캠퍼스 의학도서관에 '윤한덕을 기억하는 공간'을 만들었다. 이 공간을 통해 많은 후배들이 윤한덕을 알고 배우며, 의료인의 사명과 이웃과 사회를 위한 삶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2023년 1월, '윤한덕기념사업회'가 출범했다. 대한민국 응급의료 발전을 위해 목숨까지 바친 숭고한 희생을 기리고, 다양한 시각으로 그를 재평가하여 기념사업 방향을 설정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공공의료에 공헌한 분을 대상으로 선정하는 '윤한덕상'은 2021년 5월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제1회 수상자로 선정하였고, 2023년 제2회 수상자로 최초 한국형 구급차개발 공적과 북한 결핵퇴치에 노력한 공로로 인요한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를 선정했다.
윤한덕 기념사업회는 3회 수상자로 노영선 서울대 교수를 선정했다. 노영선 교수는 현재 서울대병원 중환자이송센터장으로 재직 중이다. 여수여고,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응급의학과 예방의학, 두 분야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응급의료의 가장 취약한 분야인 "병원 간 중환자 이송"의 수준을 올리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전국적으로 확대하기 위한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또한 교통사고 사망률에 관한 논문을 통해, 2018년 고속도로 뒷좌석 안전벨트 의무화 조치 법제화에 기여했다.
젊은 의사들의 공공의료 참여가 점점 떨어지는 요즘, 노영선 교수는 의료인으로서 전문분야를 통해 국가와 사회발전에 공헌하는 좋은 본보기이다. 이후에도 계속 정진하여, 필수의료 분야 발전과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더 큰 결실을 이루기를 소망한다.
대한민국 응급의료를 생각하면 많은 관계자가 수고하고 노력하고 헌신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오 년 전보다 썩 좋아졌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러나 노영선 교수 같은 젊은 후배들이 그의 길을 이어가고 있어 고무적이다. 아무리 현실이 캄캄하더라도 포기하지 않으면 새벽은 온다.
윤한덕 센터장 순직 5주년 추도식은 2월 2일 오후 4시 전남대 화순캠퍼스 의학도서관에서 열린다. '의사 윤한덕'의 정신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하기 위한 세미나를 3~4월 중에 학술대회 형식으로 열 계획이다. 고인의 고귀한 정신과 숭고한 희생을 널리 알리고 본받을 기회가 되기를 소망한다. 많은 참여와 조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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