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봄의 끝자락에서 핀 장미

@주종대 밝은안과21병원 원장 입력 2024.05.30. 18:39

벌써 봄의 끝자락이 왔다. 아침, 저녁으로 선선하면서 낮에는 따사로운 햇볕이 우리를 부드럽게 감싸 안아준다. 맑은 날들이 계속되고 공기는 청정하며, 새소리가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 사이로 울려 퍼진다. 나무잎에 나오는 다양한 빛깔이 우리의 눈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걱정 없는 평정한 세계로 이끄니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이맘때 즘이면 콘크리트 더미 속에서 살고 있는 도시민들은 아파트 담벼락 위로 빼꼼히 고개를 내미는 장미의 유혹에 이끌리게 된다. 흰색, 빨간색, 분홍색 등 다양한 장미의 색깔과 뛰어난 꽃향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장미의 아름다움에 심취한다. 역시 꽃의 여왕이라고 불릴만하다.

장미는 특유의 우아함, 눈부심, 컬러감, 향기 때문인지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대표적인 꽃이다. 그래서 우리는 사랑 고백이나 즐겁고 축하하는 자리에 꽃 선물로 장미를 많이들 선물한다. 특히 장미는 색마다 꽃말이 달라 꽃말의 의미를 생각하며, 선물하기도 하는데 빨간 장미의 꽃말은 열렬한 사랑, 흰 장미는 순결한 사랑, 노란 장미는 우정과 영원한 사랑을뜻한다.

장미만큼 수많은 품종과 여러 가지 모양새를 가진 꽃이 있을까? 18세기 이전의 장미를 고대 장미, 19세기 이후 현대 장미라고 한다. 수백 년 전부터 더 아름다운 꽃, 더 영롱한 색을 위해 여러 장미의 품종 개량이 이뤄지면서 현재는 장미 종류가 약 2만 5000여 종에 다다랐고 지금도 새로운 장미들이 개량되고 있다.

과거 유럽의 왕실이나 귀족 가문들의 문장으로 장미 모양을 사용했다. 장미전쟁은 1455년부터 1485년에 잉글랜드의 왕위 계승을 놓고 랭커스터 가문과 요크 가문 사이에 벌어진 전쟁이다. 랭커스터 가문은 붉은 장미를, 요크 가문은 흰 장미를 문장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장미전쟁이라고 불린다. 전쟁이 끝나고 랭커스터 가문과 요크 가문이 합쳐지면서 새로운 문장이 만들어졌는데 이를 붉은 장미와 흰 장미가 결합한 튜더로즈라고 한다. 이 문장은 현재 영국 왕가를 상징하기도 한다.

장미는 보기에만 좋은 것이 아니라 우리 몸에도 도움을 준다. 장미에는 항산화 성분인 폴리페놀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붉은 장미가 폴리페놀의 함량이 가장 뛰어나다. 폴리페놀은 몸속 활성산소를 줄여서 노화를 억제하고 면역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으며, 장미 속의 피토호르몬은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비슷한 기능을 해 두통, 생리통 완화에 도움이 된다.

장미하면 향을 빼놓을 수가 없다. 장미 향은 향수의 원료가 되기도 하지만 집중력과 기억력 향상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또한 꽃을 보면 마음이 안정되는 이유가 뇌파(알파파)가 활성화되기 때문에 장미는 스트레스 해소에도 탁월하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아파트 주변 울타리나 공원 산책길에서 붉고 탐스러운 장미 꽃망울이 바람결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면 내 마음도 풍선처럼 날아오를 듯이 편해진다.

장미의 재배 역사는 매우 오래됐기 때문에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장미의 매력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한다. 특히 장미하면 독일의 시인이자 장미의 시인이라고 불리는 릴케가 떠오른다. 그는 장미를 너무나도 사랑해 많은 작품 속에서 장미에 대해서 노래했고 실제로 장미 정원을 가꾸기도 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정원에서 연인에게 줄 장미를 꺾다가 가시에 찔려 세상을 떠난 것으로알려져 있다.

릴케를 떠올리며, 나는 그의 시집을 가방에 넣고 모자를 챙겨 뒷산으로 올라갔다. 산길을 오르는 도중에 담벼락 양쪽 사이에 얼굴을 길게 내두른 매혹적인 붉은 장미가 보였다. 장미를사진으로 담기 위해 이리저리 구도를 잡아보면서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모든 것을 잊고 온전히 장미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 이 아름다운 봄의 끝자락을 가슴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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