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노부부, 외국인 등 발걸음
염문경 감독·지정남 배우 사회
고모 이름 되찾는 '양양' 개막작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도 마련
양주연 감독 "우리의 얘기 다뤄"
15회 광주여성영화제가 뜨거운 관심과 환호 속에 막을 올렸다.
'카운트 업'이라는 주제로 10일까지 펼쳐질 이번 여성영화제의 개막식은 지난 6일 오후 7시 광주극장에서 진행됐다. 개막식 시작 한 시간 전부터 광주극장 입구는 인파로 북적였다. 성별, 나이와 국적을 불문하고 교복을 입고 방문한 학생들부터 손을 맞잡고 온 노부부와 외국인까지 다양했다.
개막식의 사회는 15년째 광주여성영화제와 함께 해온 지정남 배우와 영화 '지구 최후의 여자'를 연출하고 인기 캐릭터 '펭수'의 메인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염문경 감독이 마이크를 잡았다. 사회자들은 특유의 맛깔난 전라도 사투리로 장내 분위기를 한층 '업' 시켰다.
개막 축하 공연으로는 싱어송라이터이자 배우인 가수 신승은이 통기타를 메고 무대에 올랐다. 신승은은 자신의 곡 '생각나는 얼굴들' 등을 통기타 반주와 함께 부른 후 "내년에는 기타를 두고 배우로서 다시 방문하고 싶다"는 소감을 전했다.
공연 후 김채희 집행위원장의 인사말과 개막 선언이 이어졌다. 김 위원장은 "여기 계셔주신 관객분들 덕분에 15살을 맞이할 수 있는 것 같다"며 "특히 올해는 아시아로 뻗어나가기 위한 '아시아 섹션'을 신설하고, 광주에도 영화인들이 있다는 목소리를 들려주기 위해 다양한 작품을 마련했으니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개막식 축사로는 '그림자를 이으면 길이 된다'의 저자인 '연대자 D'가 무대에 올랐다. 연대자 D는 "저절로, 알아서, 당연히 변화는 오지 않는다"며 "우리가 세어 가고 있는 길이 모여 광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캐치프레이즈인 '카운트 업'을 언급하며 영화제의 포문을 열었다.
이어 이번 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양주연 감독의 '양양'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GV)가 진행됐다. 양양은 어느 날 술 취한 아버지의 전화를 받게 된 감독 주연이 '사라진 고모'에 대해 알게 되며 그의 이름을 다시 세상에 불러오는 과정을 담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주연은 고모의 잊힌 시간이 그가 여성이었기에 기록될 수 없었음을 알게 되며 가부장적인 가정과 사회가 여성들에게 강요한 폭력을 마주하게 된다.
광주 출신의 양주연 감독은 현재 광주와 서울을 오가며 활발한 영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양 감독은 인터뷰에서 개막식 선정에 대한 소감과 작품에 대한 비화 등을 밝혔다. 그는 "첫 장편인 '양양'이 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된 게 너무 영광이고 떨린다"며 "2018년부터 제작을 시작해 올해 공개된 만큼 굉장히 뜻깊은 작품이다"고 답했다.
감독의 개인적이지만 어쩌면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 수도 있는 양양에는 실제 양 감독의 가족이 출연한다. 그의 가족들은 지난 5월 진행된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작품을 처음 감상했다고 한다. 양 감독은 "부모님과 남동생이 영화를 보고선 이런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을 못 했는데 되게 생각할 거리가 많다고 했다"며 "특히 아버지는 누나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셨다고 하시더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양 감독은 '양양'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밝혔다. 그는 "고모의 이야기는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과연 이 이야기가 끝이 난 건지, 아니면 현재진행형인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함께 생각해봐야 한다"며 "영화를 보고 우리의 주위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15회 광주여성영화제는 오는 10일까지 광주극장과 CGV광주금남로에서 펼쳐진다. 영화를 관람하고 싶다면 광주여성영화제 공식 누리집을 통해 온라인 예매하거나 CGV광주금남로 1층에 마련된 티켓 부스에서 발권하면 된다. 티켓 금액은 5천원이며 배리어프리 섹션은 무료로 상영된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영상=안태균기자 gyun@mdilbo.com
- 시위 문화도 세대 따라 변화한다 지난 8일 광주 시민들이 좋아하는 아이돌의 응원봉을 들고 5·18민주광장에서 진행된 집회에 참여했다. 독자 제공 젊은 층을 중심으로 집회, 시위 문화가 변화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엄숙한' 문화로 받아들여지던 집회가 시민이라면 누구나 참여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장으로 변화하는데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지난 주말부터 5·18 민주광장을 비롯한 광주 도심 곳곳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젊은 층의 참여가 두드러지며 아이돌과 야구 팬덤을 중심으로 촛불 대신 응원봉이나 굿즈를 흔드는 등 새로운 집회 문화가 눈길을 끈다.지난 8일 5·18 민주광장에서 진행된 시위에 참여한 한 X(엑스, 구 트위터)이용자는 자신을 그룹 스트레이키즈의 팬이라고 밝히며 "시위 참여 당일 새벽 좋아하는 아이돌이 보낸 응원 메시지를 보고 시위에 참여할 팬들을 X로 모집해 함께 만나게 됐다"고 말했다.그는 "응원봉은 바람이 불어도 꺼지지 않고, 집에 있는 물품이라 새로 사지 않아도 돼 환경 보호도 되겠다는 생각에 들고 나갔다"며 "같은 응원봉을 든 팬덤끼리는 인사도 하고 간식이나 건전지 등을 나누기도 했으며 시위 종료 후에는 다른 아이돌의 팬덤과도 함께 모여 사진을 찍고 다음 시위 참여를 독려하는 등의 연대가 이뤄졌다"고 전했다.지난 8일 한 서울 시민이 5·18민주광장에서 진행된 집회에 참여한 광주 시민들을 응원하기 위해 충장로의 분식집에 김밥 50줄을 선결제한 사연이 전해졌다. X 갈무리집회 현장에는 프로야구팀 KIA타이거즈의 팬들도 만나볼 수 있었다. 8일 한 X 사용자는 "누가 하야 부채를 만들었다"는 게시물과 함께 KIA타이거즈의 부채 굿즈를 변형해 시위에 가지고 온 시민의 모습을 게시하기도 했다. 'AH YA!(아야)'라고 쓰인 기존 견제 구호를 'HA YA!(하야)'로 바꾼 것이다.선결제 응원도 이어졌다. 집회 인근 커피숍이나 분식집에 선결제를 해두고 SNS를 통해 공유해 집회 참석자라면 누구나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80년 5월 주먹밥으로 대표되는 정이 디지털 시대에 새로운 방식으로 나타난 것이다.8일 5·18 민주광장으로 집회를 나가는 시민들을 위해 충장로의 분식집에 김밥 50줄을 선결제해둔 한 X 이용자는 자신이 서울 시민이라고 밝혔다.지난 8일 광주 시민들이 좋아하는 아이돌의 응원봉을 들고 5·18민주광장에서 진행된 집회에 참여했다. 독자 제공그는 "좋아하는 아이돌이 광주 출신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지금 당연하게 민주주의를 누리며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광주시민 덕분이라고 생각했다"며 "날씨도 추운데 참여하시는 분들이 김밥 한 줄이라도 간단하게 챙겨드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진행했다"고 답했다.상무지구에 위치한 픽업 전용 케이크 가게 사장이 집회에 참여한 광주 시민들을 위해 직접 케이크를 배달한 훈훈한 사연도 전해졌다.한 시민이 케이크 가게에 “시위장을 못 떠날 것 같으니 퀵으로 케이크를 보내달라. 퀵 비용은 당연히 사비로 지불하겠다”고 문의하자 가게 사장은 “퀵비 입금하지 말아달라. 오늘 같이 추운 날에 고생하시는데 한마음 한뜻으로 응원하겠다”고 답하며 직접 케이크 배달에 나선 사연을 공개해 3만여 회 공유가 되는 등 많은 이들에게 훈훈함을 전해주었다. 누리꾼들은 ‘돈쭐내줘야 한다’, ‘생일 케이크는 앞으로 여기서 맡길 것’ 등의 반응을 나타냈다.해당 케이크 가게 사장 정다솜씨는 “원래 케이크 배달이 따로 안 되는 가게다”며 “퀵비가 2만원 가까이 한다. 그날 시위에 함께 참여하고 싶었는데 가게 근무 때문에 참여를 못해 감사한 마음에 가져다드린 것이고 너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해 화제가 될 줄 전혀 몰랐다. 어떤 걸 바라고 드린 것도 아니고 시민분들이 모여서 목소리를 내주는 것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라고 전했다.이같은 시위 문화 변화에 대해 집회 주최 측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라 보고 있다. 정치에 관심을 갖고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SNS를 통해 서로 연대하는 모습에서 희망을 발견했다 말한다.지난 8일 한 X 이용자가 5·18민주광장에서 진행된 집회에서 KIA타이거즈의 굿즈를 변형해 들고나온 시민을 포착했다. X 갈무리지역 99개 단체로 구성된 윤석열정권퇴진 광주비상행동(이하 광주비상행동)의 홍성칠 상황실장은 "젊은 층이 스스로 시위 현장에 참여해 그들의 문화와 방식대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낸다는 것이 현장에서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며 "시위 문화에도 새로운 시대의 흐름이 온 것으로 보며 다들 반가워하고 있으며 젊은 층이 이번에 광장으로 나온 것을 계기로 자가발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젊은 층과 호흡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김혜진기자
- · 기억과 망각의 경계 속 숨겨진 고모와 나, 우리들
- · 광주시립창극단 '정년이'가 들려주는 휴먼 드라마
- · 스크린에 그려진 작은학교 학생들의 꿈
- · 서스펜스·호러 영화와 함께하는 ‘오싹한’ 연말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