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C 레지던시 결과전…실험작 20여점
인간과 비인간 공존·연대 모색하는 자리
내년 2월까지 복합전시 1관
인간과 비인간의 주체들이 공존하는 시대의 윤리를 모색하고 새로운 교감을 시도하며 미래 상상의 세계로 안내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이 ACC 문화창조원 복합전시 1관에서 선보이고 있는 입주작가 창작지원 전시 '지구 생존 가이드: 포스트 휴먼 2022'가 그것.
이번 전시는 올해 ACC 입주작가 창작지원 프로그램(레지던시) 참여자가 ACC의 도움을 받아 창·제작한 예술 실험 결과를 전시와 공연, 연구발표로 선보이는 자리다.
전시는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인간이 아닌 개체들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 탐색한다. 인간과 기계, 비인간 주체들 간의 공존과 연대를 꿈꾸는 포스트휴먼의 윤리적 성찰과 실천적 방안을 모색하는 작품 20여점을 만날 수 있다. 팬데믹과 인류세의 위기 속에서 새로운 시대정신인 '포스트 휴머니즘'을 탐색하는 기회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작품들의 특징은 빠르게 진화하는 바이오 기술과 함께 감각과 신체를 변형하고 인간의 신체와 생물, 비인간은 그사이의 경계를 허물며 인간과 비인간, 잡종, 혼종, 다양한 존재가 거주하는 새로운 동맹을 제안한다.
또한 인간이 육체를 벗어나 디지털화된 형태, 지극히 정신화된 형태로 존재할 수 있으리란 기대에서 출발한 인간과 기술을 연결한 비판적 포스트 휴머니즘을 다루며 인간과 기계의 공진화를 꿈꾼다.
나아가 모든 생명체가 동등한 권리를 가지고 새로운 연대와 관계를 맺으며 인류세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열린 미래를 상상해 볼 수 있다.
즉 '인간과 동물, 기계의 결합, 그 경계는 무엇인지',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정의를 어떻게 바꾸어 놓을지' 등과 같은 인간 중심의 휴머니즘에서 벗어나 세상의 생명과 함께 공존하는 포스트 휴머니즘에 관한 각자의 상상을 펼쳐낸다.
전체 행사의 일환인 연구 결과 발표회와 공연은 전시에 앞서 진행됐다.
연구 결과 발표회 '포스트 휴먼의 몸 상상하기'는 동아대 임소연 교수가 기조발제(태초에 살이 있었다: 사이보그 되기의 물질성에 대하여)로 시작을 알렸다.
이어 연구자 유승아가 '사이보그적 존재들을 통해 본 포스트 휴먼의 몸 짓기'를 주제로 한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포스트휴먼과 함께 '몸, 기술, 여성'을 주제로 확장한 창작지원 프로그램 참여자 이인강, 우링샹, 이샘도 연구 과제 결과물을 각각 소개했다.
시어터 분야 3팀의 공연과 결과발표도 관람객을 맞이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사는 포스트 휴먼'을 주제로 한 희곡을 토대로 기술발전과 인공지능의 변화를 실시간 영상과 음향으로 표현한 극단미인의 '신인류 되기- 거의, 인간'이 공개됐다.
지구환경에 적합한 뇌를 찾아가는 여정을 배경으로 한 정세영·이재민의 실시간 영상 공연 '내일의 이웃'도 펼쳐졌다.
루시다 피네다(멕시코)의 현대무용 공연 'Phyo 싹틈'에서는 관객이 산림욕을 체험할 수 있었다.
이강현 전당장은 "이번 행사는 완결된 작업이 아닌 '방식' 자체로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고민하는 작업들을 선보이는 자리"라면서 "미래 예술을 향한 갈망과 고정된 예술 언어에 저항하는 실험적 작품에서 새로운 예술미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2월 5일까지 ACC 문화창조원 복합전시 1관서.
이관우기자 redkcow@mdilbo.com
- "아시아 문화, ACC 박물관에서 간접 체험해요" 2023년 아시아 공예 레지던시 프로그램 워크숍 모습.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ACC)이 아시아 문화를 간접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박물관 교육 프로그램은 운영해 눈길을 끈다. ACC는 아시아문화박물관의 전시, 소장품 및 아카이브를 연계한 교육으로 시민 곁을 찾아간다.ACC는 다음달부터 6월까지 아시아문화박물관 문화교육실5에서 인도네시아 바틱과 동아시아 출산의례를 주제로 'ACC 박물관 교육'을 운영한다.먼저 '작가와 함께하는 워크숍: 인도네시아 바틱'에서는 아시아문화박물관 상설전시인 '몬순으로 열린 세계: 동남아시아의 항구도시'와 연계해 인도네시아 전통 염색기법인 바틱에 대해 알아본다.이번 워크숍은 지난해 아시아 공예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통해 인도네시아 욕야카르타를 다녀온 이혜미, 오세린 작가가 함께한다.인도네시아의 전통과 자연환경을 생생하게 담은 시간으로 구성했으며, 바틱 직물을 활용해 오브제도 만들어 볼 수 있다. 워크숍은 다음달 11일, 5월 9일, 5월 23일, 6월 27일 4차례 진행된다.'동아시아 출산의례' 교육 포스터.이어 아시아 출산의례를 중심으로 동남아시아의 생활문화를 느껴볼 수 있는 강의도 열린다.이번 교육에서는 동아시아 과거 전통문화와 근현대에 이르는 민간문화를 포함해 출산의례를 알아보는 의식주 문화와 생활풍습에 대해 조명한다.교육은 총 3회 구성돼 있으며, 지난해 아시아플러스 연구진이 강사로 참여한다.다음달 16일에는 함한희 무형문화연구원장이 '성과 속의 세계를 넘나드는 출산의례'를 주제로 강의를 펼친다.오는 5월 28일에는 김효경 한남대학교 중앙박물관 특별연구원이 '한국 출산의례와 설화 속 삼신이야기'를 주제로, 오는 6월 25일에는 한남수 선문대학교 교수가 '붉은 색의 두 얼굴, 중국의 출산의례'를 주제로 강의한다.ACC가 아시아문화박물관 상설 전시실을 개편해 지난 1월부터 선보이고 있는 '몬순으로 열린 세계: 동남아시아의 항구 도시 전시'에서는 계절풍을 따라 동남아시아의 해상 실크로드에서의 교육과 문화교류, 항구도시에서 만들어낸 고유한 문화 쁘라나칸과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화려한 그림과 조각, 신성하고 초자연적인 힘을 지닌 금속공예품, 열대의 문양을 품은 옷과 직물 공예, 자연에서 채득한 라탄으로 만든 목공예 등 동남아시아 항구도시를 배경으로 그곳에 정착해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신화와 신앙, 집과 옷, 이색적인 일상용품을 만나 볼 수 있다.'ACC 박물관 교육' 참가비는 무료로, 신청은 ACC 누리집(www.acc.go.kr)에서 하면 된다. 자세한 내용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이강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장은 "ACC는 일반 대중들이 쉽게 아시아문화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면서 "아시아문화박물관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문화 다양성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정민기자 ljm7da@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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