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에도 극장3 200석 '가득'
동·서쪽 분단 속 '전쟁 이야기'
관람객들, 연계공연 후 전시로
내년 3월 23일까지 아카이브전
"동서로 갈라져 전쟁을 벌이는 작품 속 내용이 비상한 현 시국과 비슷한 듯 보여서 예매했어요."
지난 11일 '박조열과 오장군의 발톱' 전시와 연계한 '오장군의 발톱' 낭독회를 보기 위해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ACC)를 찾은 한 30대 직장인은 이번 공연 관람의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이날 ACC에는 남·북한으로 갈라져 반목을 거듭해 온 우리나라의 상황을 보는 듯한 희곡 '오장군의 발톱'을 짧고 간결하지만 중요한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낭독 공연을 보기 위해 200여명의 관객들이 모여 들었다.
이번 낭독 공연은 ACC에서 열리고 있는 '박조열과 오장군의 발톱' 전시와 연계한 무대이다. 전시는 지난 2015년 고 박조열 작가가 ACC에 기증한 기록물을 아카이브 형식으로 구현했다.
평일 늦은 오후 시간이었지만 공연 30분 전부터 한 명, 한 명씩 입장하던 극장은 시작 시간인 오후 5시에 가까워지자 200석 만석의 내부가 관객들로 가득했다.
낭독회는 메인 해설자를 비롯, 9명의 극단 단원들이 대사와 몸짓 위주로 진행됐다.
'오장군의 발톱'은 전쟁을 끝내기 위해 늘 마지막 전투를 벌이는 동쪽나라와 서쪽나라, 산 너머 날아다니는 비행기에 늘 불안감을 안고 사는 오장군과 어머니, 꽃분이로 대변되는 민간인들이 겪는 이야기로 구성됐다.
훌륭한 사람이 되길 바라는 엄마의 소망이 담긴 이름 오장군은 까치골에서 사랑하는 엄마, 밭을 일구는 소인 먹쇠와 함께 살며 옆집 꽃분이에게 장가가는 것이 꿈이다. 가끔 감자밭 하늘위로 지나가는 비행기 편대를 보며 몰래 욕하기도 하던 오장군은 어느날 동쪽나라군대에서 보낸 징집영장을 받는다. 전쟁의 의미도 모른채 훈련소에서 힘들게 훈련을 받던 오장군은 오발사고로 영창에 갇히게 되지만 전쟁의 불리함으로 오장군은 사면을 받아 영창에서 동료들과 함께 손톱, 발톱을 깍아두고는 최일선으로 떠난다. 총을 무서워하고 군대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오장군은 동쪽나라 장군의 당번병이 된다. 이후 동쪽나라는 오장군을 서쪽나라의 포로로 만들어 거짓정보를 흘리게 하는 용도로 쓸 계획을 하게 되고, 결국 서쪽나라에서 거짓정보를 전달한 혐의로 죽음을 맞이한다.
오장군이 죽음을 맞이하기 전 서럽게 "엄마…, 꽃분아…, 먹쇠야…"라고 부른 뒤 날카롭게 들리는 총소리에 맞춰 배우가 고개를 떨구자 숨을 멈춘채 무대를 바라보던 관객들 사이에서는 놀라는 소리와 흐느끼는 목소리까지 흘러나왔다.
60분 가량의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은 극장3 바로 옆에 자리한 '박조열과 오장군의 발톱' 아카이브 전시가 열리고 있는 기획전시실2로 발길을 옮겼다. 그가 집필한 희곡의 초고를 비롯해 각종 저술과 다수의 공연 기록물이 비치된 전시실을 둘러보던 관객들이 발길을 멈춘 곳은 방금까지 낭독회에서 봤었던 '오장군의 발톱'을 홀로그램으로 볼 수 있는 공간이었다. 해당 홀로그램은 국립국단 단원 7명이 주요 지문을 표정과 함께 읽어간 것으로, ACC와 국립극단이 협업한 결과물이다.
공연과 전시를 함께 둘러본 한 관객은 "동서로 나뉘어진 나라에서 벌어진 전쟁을 소재로 한 것이 현재의 우리나라가 남북으로 갈라진 점과 매우 닮아있었다. 박 작가가 집필한 74년과 지금이 별반 다르지 않아 씁쓸했다"며 "공연을 보면서 최근 비상계엄 발표 당시 군부대가 서울 시내를 활보하며 전쟁을 연상케 하는 장면도 생각났다. 오래 전 영화지만 지금까지도 의미가 이어지는 것 같아 속으로 놀라기만 했다"고 말했다.
한편 '박조열과 오장군의 발톱' 아카이브 전시는 내년 3월 23일까지 ACC 아시아문화박물관 기획전시실2에서 전시되며, 관람료는 무료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 김아영 작가 수상전 관람객 8만명 '북적' 김아영 작가의 '딜리버리 댄서의 선: 인버스' 작품 속 장면. ACC 제공 김아영 작가의 '딜리버리 댄서의 선: 인버스' 전시가 폐막 한 달을 앞두고 있다.게임엔진과 생성형 인공지능(AI)를 활용한 다채널 영상을 활용해 시공간을 넘나드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룬 30여분의 스토리를 그려낸 이번 전시에만 8만여명의 관람객들이 다녀가며 그 인기를 실감케하고 있다.13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에 따르면 ACC 최대 전시관인 복합전시1관(1천560㎡ 규모)을 가득 채운 김아영 작가의 신작 '딜리버리 댄서의 선: 인버스'가 오는 2월16일 폐막한다.김아영 작가의 '딜리버리 댄서의 선: 인버스' 작품 속 장면. ACC 제공지난 5일 기준 8만118명이 다녀간 이번 전시에서 김 작가는 서구 근대화 과정에서 사라진 수많은 전통적 역법과 시간관에 주목했다.시간과 역법의 공용화는 근대화와 글로벌화 과정에서 발생한 제국주의와 정치권력의 상호작용과 관계한다.작품은 서구 근대화 이후 사라져가는 여러 문화권의 전통적 우주론과 시간 체계를 소환하며, 이를 현대미술의 내러티브로 복원하려는 작가의 시도를 3채널 대형 영상에 담아냈다.김 작가는 역사와 정치 등 근현대사에 관삼이 많으며, 실재와 환영, 미래의 도상들을 담은 영상, 퍼포먼스 등을 통해 국내·외 예술계에서 큰 주목을 받는 인물로 손꼽히고 있다.김아영 작가의 '딜리버리 댄서의 선: 인버스' 작품 속 장면. ACC 제공전편인 '딜리버리 댄서의 구'에서 가상 세계 속 서울을 질주하며 시간 지연 현상과 내비게이션의 미로에 빠졌던 두 주인공인 에른스트 모와 엔 스톰은 이번 작품에서 새로운 가상 도시에 놓인다. 에른스트 모는 우연히 소멸된 것으로 알려진 과거의 시간관이 담긴 유물들을 배달하게 되면서, 서로 다른 시간관과 세계 사이를 오가는 사회의 충돌과 갈등을 파고든다. 전시 제목에서 '선(Arc)'은 해시계와 작품 속 달력 판의 곡선, 호의 형태를 차용한 것으로 시간선을 상기함과 동시에 시간과 공간, 인간과 역사, 탈주하는 공간을 연결하는 통로를 연상시킨다.김아영 작가의 '딜리버리 댄서의 선: 인버스' 작품 속 장면. ACC 제공'인버스(Inverse)'는 반비례의 관계를 뜻하거나 물리학에서 속도의 역수로서 시간을 암시하는데, 긴박한 속도의 경쟁으로 인해 발생하는 또 다른 시공간과 그 간극에 수많은 세계가 서로 공존하고 있음을 함의하고 있다. AI를 활용한 제작과정에서 생성된 미사용 이미지를 1분30초간 무작위로 상영하는 '파열의 구간'은 매 전시마다 다른 른 화면이 상영되며 관람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앞서 해당 작품을 보기 위한 국내·외 미술계 인사들의 방문도 잇따랐다. 영국 서펜타인 갤러리 예술감독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와 베를린 신국립미술관장 클라우스 비센바흐, 영국 미술평론가 루이자 벅, 도쿄 모리미술관장 마미 카타오카 등이 '꼭 봐야할 전시'로 꼽거나 SNS에 관람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김아영 작가 프로필 사진. ACC 제공김 작가는 지난해 ACC 미래상을 수상하며 이번 전시 기회를 얻었다. ACC 미래상은 ACC가 혁신적인 미래가치와 가능성을 확장한 창조적 예술 언어의 생산자를 발굴하기 위해 제정한 융·복합 예술 분야 수상제도다. ACC는 새로운 예술적 사고와 가능성을 제시하는 작가 1인(팀)을 선정해 지난해부터 격년제로 수상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2회 수상자는 2026년 선정된다.ACC를 방문하면 김 작가의 전시 외에도 다양한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구본창: 사물의 초상' 포스터. ACC 제공지난 2015년 고 박조열 작가가 ACC에 기증한 '오장군의 발톱'과 '토끼와 포수' 등 희곡 초고를 비롯한 각종 저술과 다수의 공연 기록물을 전시하는 '박조열과 오장군의 발톱' 전시는 3월23일까지 아시아문화박물관 기획전시실2에서 관람할 수 있으며, 세계적인 아시아 현대미술 거장을 소개하는 개인전 형식으로 새롭게 탈바꿈한 ACC 포커스에 초대된 '구본창: 사물의 초상' 전시는 3월30일까지 복합전시 3·4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박조열과 오장군의 발톱' 포스터. ACC 제공한편 김 작가는 '딜리버리 댄서의 구' 작품으로 2023년 오스트리아의 '프리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뉴 애니메이션 아트 부문 골든 니카상을, 일본의 제37회 '이미지 포럼 페스티벌' 테라야마 슈지상을 수상했다. 또 2019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후원작가,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을 수상했다.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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