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월 16일까지 복합전시1관
게임엔진·AI 활용 3채널 영상
시공간 넘나들며 호기심 자극

김아영 작가의 '딜리버리 댄서의 선: 인버스' 전시가 폐막 한 달을 앞두고 있다.
게임엔진과 생성형 인공지능(AI)를 활용한 다채널 영상을 활용해 시공간을 넘나드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룬 30여분의 스토리를 그려낸 이번 전시에만 8만여명의 관람객들이 다녀가며 그 인기를 실감케하고 있다.
13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에 따르면 ACC 최대 전시관인 복합전시1관(1천560㎡ 규모)을 가득 채운 김아영 작가의 신작 '딜리버리 댄서의 선: 인버스'가 오는 2월16일 폐막한다.

지난 5일 기준 8만118명이 다녀간 이번 전시에서 김 작가는 서구 근대화 과정에서 사라진 수많은 전통적 역법과 시간관에 주목했다.
시간과 역법의 공용화는 근대화와 글로벌화 과정에서 발생한 제국주의와 정치권력의 상호작용과 관계한다.
작품은 서구 근대화 이후 사라져가는 여러 문화권의 전통적 우주론과 시간 체계를 소환하며, 이를 현대미술의 내러티브로 복원하려는 작가의 시도를 3채널 대형 영상에 담아냈다.
김 작가는 역사와 정치 등 근현대사에 관삼이 많으며, 실재와 환영, 미래의 도상들을 담은 영상, 퍼포먼스 등을 통해 국내·외 예술계에서 큰 주목을 받는 인물로 손꼽히고 있다.

전편인 '딜리버리 댄서의 구'에서 가상 세계 속 서울을 질주하며 시간 지연 현상과 내비게이션의 미로에 빠졌던 두 주인공인 에른스트 모와 엔 스톰은 이번 작품에서 새로운 가상 도시에 놓인다. 에른스트 모는 우연히 소멸된 것으로 알려진 과거의 시간관이 담긴 유물들을 배달하게 되면서, 서로 다른 시간관과 세계 사이를 오가는 사회의 충돌과 갈등을 파고든다. 전시 제목에서 '선(Arc)'은 해시계와 작품 속 달력 판의 곡선, 호의 형태를 차용한 것으로 시간선을 상기함과 동시에 시간과 공간, 인간과 역사, 탈주하는 공간을 연결하는 통로를 연상시킨다.

'인버스(Inverse)'는 반비례의 관계를 뜻하거나 물리학에서 속도의 역수로서 시간을 암시하는데, 긴박한 속도의 경쟁으로 인해 발생하는 또 다른 시공간과 그 간극에 수많은 세계가 서로 공존하고 있음을 함의하고 있다. AI를 활용한 제작과정에서 생성된 미사용 이미지를 1분30초간 무작위로 상영하는 '파열의 구간'은 매 전시마다 다른 른 화면이 상영되며 관람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앞서 해당 작품을 보기 위한 국내·외 미술계 인사들의 방문도 잇따랐다. 영국 서펜타인 갤러리 예술감독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와 베를린 신국립미술관장 클라우스 비센바흐, 영국 미술평론가 루이자 벅, 도쿄 모리미술관장 마미 카타오카 등이 '꼭 봐야할 전시'로 꼽거나 SNS에 관람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김 작가는 지난해 ACC 미래상을 수상하며 이번 전시 기회를 얻었다. ACC 미래상은 ACC가 혁신적인 미래가치와 가능성을 확장한 창조적 예술 언어의 생산자를 발굴하기 위해 제정한 융·복합 예술 분야 수상제도다. ACC는 새로운 예술적 사고와 가능성을 제시하는 작가 1인(팀)을 선정해 지난해부터 격년제로 수상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2회 수상자는 2026년 선정된다.
ACC를 방문하면 김 작가의 전시 외에도 다양한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지난 2015년 고 박조열 작가가 ACC에 기증한 '오장군의 발톱'과 '토끼와 포수' 등 희곡 초고를 비롯한 각종 저술과 다수의 공연 기록물을 전시하는 '박조열과 오장군의 발톱' 전시는 3월23일까지 아시아문화박물관 기획전시실2에서 관람할 수 있으며, 세계적인 아시아 현대미술 거장을 소개하는 개인전 형식으로 새롭게 탈바꿈한 ACC 포커스에 초대된 '구본창: 사물의 초상' 전시는 3월30일까지 복합전시 3·4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한편 김 작가는 '딜리버리 댄서의 구' 작품으로 2023년 오스트리아의 '프리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뉴 애니메이션 아트 부문 골든 니카상을, 일본의 제37회 '이미지 포럼 페스티벌' 테라야마 슈지상을 수상했다. 또 2019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후원작가,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을 수상했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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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크록·댄스 결합한 흥보가···새로운 대표 K-콘텐츠로
22일 프레스콜에서 선보인 ACC '제비노정기: 시리렁시리렁' 공연 모습판소리 '흥보가' 속 박 타는 '시리렁 시리렁' 소리가 구성진 목소리로 울려 퍼진다. 하지만 바탕이 되는 리듬은 우리가 흔히 아는 판소리 가락이 아니다. 드럼과 베이스의 강렬한 밴드 사운드에 흥보가 속 대사는 판소리의 '아니리'와 힙합의 '랩'을 넘나든다. 총천연색의 의상을 입은 안무가들은 익숙한 대중가요와 현대무용의 가운데에서 익살스런 줄타기를 하고, 무대 뒤 거대한 벽은 아트미디어 작품으로 변한다.전 세계에 신드롬을 일으키며 한국을 알린 '범 내려온다' 제작진이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ACC)에서 다시 뭉쳤다. 22일 프레스콜에서 처음 선보인 ACC 개관 10주년 공연 '제비노정기: 시리렁 시리렁'은 단순한 판소리 융합 공연을 넘어, 눈앞에서 70분 분량의 뮤직비디오 한편을 구현했다.22일 프레스콜에서 선보인 ACC '제비노정기: 시리렁시리렁' 공연 중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가 안무를 선보이고 있다.이번 공연은 ACC의 대표 브랜드인 '판소리 시리즈'의 세 번째 공연이다. 수궁가 원작의 '드라곤 킹(2018)', 심청가 원작의 '두개의 눈(2021)'에 이어 흥보가 주요 대목인 박타령의 후렴구를 제목으로 삼았다.특히 '드라곤 킹' 작업을 통해 결성된 '이날치'와 독창적인 안무로 유명한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가 다시 뭉쳐 눈길을 끌었다. 두 단체 모두 '드라곤 킹' OST 중 하나인 '범 내려온다'가 한국관광공사의 홍보영상에 사용되며 큰 인기를 얻었다. 이날치는 각종 음악상을 휩쓸며 다양한 페스티벌 무대에 초청됐으며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는 '콜드플레이'와 뮤직비디오 협업을 하기도 했다.22일 프레스콜에서 선보인 ACC '제비노정기: 시리렁시리렁' 공연 모습이번 공연에서 이 둘을 하나로 묶은 것은 장영규 감독이다. 각자의 색채가 강한 두 집단의 개성과 매력이 그대로 드러나도록 하기 위해 장 감독은 이른바 '질서 있는 난장판'을 설계했다. 각자 음악과 안무 작업을 시작한 후 무대에서 수차례 만나 합을 맞추는 방식으로 작업이 진행됐다.무대에는 거대한 LED 벽을 세우고 그 안에 이날치가 연주를 할 사각형 투시 공간을 만들었다. 관객의 시선은 벽 가운데의 이날치와 무대 위 댄스팀으로 번갈아가고, LED 벽에는 곡 주제에 따른 애니메이션이 모습을 드러내 두 집단의 강렬한 에너지를 하나로 모은다.이날치는 흥보가 속 박타령 앞뒤의 주요 대목을 총 14곡으로 구성했다. 흥겨운 펑크록, 감각적인 싸이키델릭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울려 퍼지고 이날치의 판소리 보컬 4인은 목소리로 장단과 음율을 만든다. 가사 중 중얼대며 반복되는 '시리렁 시리렁'과 '나가살아봐라'는 이따금씩 내지르는 '화초'는 금새 따라할 만큼 중독적인 매력을 지녔다.엠비규어스댄스컴퍼니는 총 3가지 콘셉트의 의상을 입고 다양한 안무를 펼친다. 알록달록한 등산복과 힙색을 멘 채 익숙한 대중음악 댄스를 선보이고, 화려한 하얀 자켓을 걸친 채 현대 무용의 아름다운 춤선을 구현하기도 한다. 군복과 같은 카무플라주 원단으로 구성된 옷을 입고는 일사분란한 군무를 펼친다.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음악과 보는 눈이 즐거운 안무를 감상하다보면 70분은 금새 지나간다.22일 ACC '제비노정기: 시리렁시리렁' 프레스콜 이후 인터뷰 중인 양정웅 연출(왼쪽부터), 장영규 음악감독, 김보람 안무가.공연 후 인터뷰에서 장영규 감독은 "14곡 전부다 애착이 가지만 그중 12곡을 2집 흥보가 앨범에 싣기로 했다"며 "그래도 타이틀 곡이 하나 있어야 되겠다는 생각에 '나가살아봐라'를 타이틀 곡으로 할 예정"이라고 웃어 보였다.김보람 안무가는 "모든 안무를 다 재밌게 작업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곡인 '가지마오'를 좋아한다"며 "마지막에 관객들에게 가지말고 더 놀다가 하는 아쉬움을 전하는 느낌도 있고, 심플한 안무 속에서 온전히 몸에 집중할수 있어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제비노정기: 시리렁 시리렁'은 23~24일 오후 7시 30분, 24일 오후 2시 예술극장 극장 1무대에서 펼쳐진다. 예매는 ACC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며 가격은 R석 4만원, S석 3만원, A석 2만원이다.글·사진=임창균기자 lcg051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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