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을사년 새해가 밝았다. 푸른 뱀의 해는 1월 27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됨에 따라 설 명절이 한층 길어졌다. 올해 설날은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부터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상영되는 광주극장 나들이, 유튜브로 만나는 ACC 창·제작 공연까지 지역민들의 니즈를 충족할 다양한 프로그램이 지역민들을 기다리고 있다.

◆'가족 모두 온 몸으로' 세시풍속 체험 행사 가득
남녀노소 모두가 체험하며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행사들이 지역민들을 기다리고 있다.
우선 국립광주박물관은 오는 28일 나전칠기 열쇠고리(키링) 만들기, 30일 다식 만들기 체험 등 지역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또 기획전시전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과 연계해 연날리기 체험, 복주머니 미션 행사 등을 마련했다.

국립광주과학관은 설맞이 특별과학문화행사를 개최한다. 설 당일인 29일을 제외한 28일과 30일 제기차기·투호·딱지치기·윷놀이·씨름 등 전통놀이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동심을 자극하는 관람객 참여형 비눗방울 공연과 모래마술쇼 등 눈이 즐거운 공연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또 국립광주과학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새해 소망을 댓글로 남기면 선물을 주는 '새해소망한마디' 이벤트를 30일까지 진행한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재단(ACC재단)도 오는 28일과 29일 어린이문화원 일대에서 온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2025년 다복다복 설날맞이' 행사를 연다. 아시아 각국의 놀이를 즐길 수 있는 '아시아 전통놀이마당'이 어린이문화원에서 열리며, '동심놀이 반달정원' 공연을 어린이극장에서 선보인다.

광주역사민속박물관은 29~30일 '2025 설맞이 한마당' 체험 행사를 진행한다. 전시실에서 숨은 푸른 뱀 인형을 찾고 선물을 받는 '청사를 찾아라' 프로그램을 비롯해 한복 망토 등 전통 복식 만들기, 캘리그라피(손글씨) 가훈쓰기, 연하장 꾸미기 등 다양한 체험행사가 준비됐다.
정월대보름을 맞아 정월대보름의 풍속을 알아보고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다채로운 행사도 광주 곳곳에서 열린다.
다음달 7일부터 9일까지 광주의 대표 지역축제인 정월대보름 고싸움놀이축제가 고싸움놀이 전수교육관에서 열린다. 2월 8일 용봉동 새봄어린이공원에서는 풍물공연과 세시풍속체험 등을 즐길 수 있고, 2월 12일 임곡동 용진교에서는 달집태우기, 지신밟기 등을 체험할 수 있다.

◆ 역주행작 보러 가는 '광주극장'
오는 30일 '그들은 피아노 연주자를 쐈다'가 개봉한다. 아르헨티나 투어 도중 실종된 브라질의 천재 피아니스트 테노리우 주니오르를 찾아 나선 음악 기자 제프 해리스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재즈 애니메이션이다. 감각적인 연출로 사랑받은 영화 '치코와 리타'를 연출한 페르난도 트루에바 감독과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스코트 코비를 디자인한 하비에르 마리스칼이 협업한 작품이다. 영화 내내 흐르는 재즈 음악이 흥을 돋우며 테노리우를 회상하는 동료 뮤지션들의 대사가 감동과 여운을 더한다. 또한 주앙 지우베르투, 안토니우 카를루스 조빙 등 보사노바와 재즈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들과 그들의 음악이 등장한다.
개봉작 외에도 다양한 상영작들이 장기 상영으로 설 연휴 내내 관객들을 맞이한다. '서브스턴스', '총을 든 스님', '파문', '이처럼 사소한 것들', '더 폴-디렉터스 컷' 등을 만나볼 수 있다.

◆ '쇼파에 누워' 유튜브로 즐기는 '명절'
사람에 지쳐 외출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명절을 즐기고 싶다면 명절 기간 내내 업로드되는 유튜브를 통한 명절 즐기기도 소개한다. 문화체육관광부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은 오는 25~30일까지 ACC 유튜브 채널에서 '설날은 ACC와 함께'를 운영한다. ACC는 지난 2020년부터 명절 기간 동안 ACC 우수 공연을 가족과 함께 집에서 편히 볼 수 있도록 공연 영상을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상영하는 'ACC와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에 만나볼 영상은 춤과 노래로 그려낸 '마디와 매듭', 어린이극 '달을 묻을래', '빨간 오니', '절대 무너지지 않는 집', ACC SF 시리즈 '대리된 존엄', 아시아 콘텐츠 시범공연 '사사로운 사서' 등 6편을 집에서 가족들과 즐길 수 있도록 마련했다.
동지와 하지, 13절기 안에서 희로애락의 삶을 살아가는 여인들의 모습을 그린 '마디와 매듭'은 '2022 ACC 아시아 스토리 창·제작 공연으로 어벤져스급 제작진으로 화제를 모았으며, 인도의 창작동화를 원작으로 하는 '달을 묻을래'는 마을 화장실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강요당하는 침묵을 깨고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이야기하고 직접 만들고자 하는 '라티카'의 이야기이다.

동양의 안데르센으로 불리는 하마다 히로스케의 원작을 재창작한 작품 '빨간 오니'는 빨강·파랑 도깨비가 주인공이다. 사람들과 친구가 되고 싶은 빨간 오니의 엉뚱하고도 기발한 노력들을 통해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 사랑, 나아가 다양성에 대해 이해해 볼 수 있는 어린이극이다.
'절대 무너지지 않는 집'은 다양한 집의 형태를 팝업북과 종이예술로 담아낸 어린이 공연으로 마음의 집을 더 튼튼하게 세우고 지키는 방법을 두 가지의 재미난 이야기를 전하며, '대리된 존엄'은 인공자궁으로 자녀를 갖는 것이 당연한 미래사회, 돈 많은 낭만주의자들의 필요에 의한 대리모 산업의 한 가운데 성실한 소녀 앨리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마지막으로 공공도서관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연극 '사사로운 사서'는 '2024 ACC 아시아 콘텐츠 시범공연'으로 무대에 올랐던 작품이다. 도서관 장서들이 침수 사태를 겪으면서 원래의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의 회복과 익숙한 공간에서 낯선 상황을 맞은 인물이 오랜 부채를 마주하고 회복해 가는 과정을 그린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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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소했던 창극 화면으로 만나니 실감나요" 국립창극단 창극 '나무, 물고기, 달'.ACC 제공 "훌륭한 공연을 영상으로라도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지역에서 접하기 힘든 유명 공연을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는 'ACC 수요극장'이 시민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생소한 우리나라와 인도 신화를 접목한 창극이 상영돼 관람객들에게 이색적인 경험을 선사했다.지난 5일 오후 7시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극장3에서는 올해 두번째 'ACC 수요극장'으로 국립창극단의 창극 '나무, 물고기, 달'이 상영됐다.이날은 비교적 창극이 익숙한 어르신들뿐만 아니라, 방학을 맞이한 학생, 퇴근 후 가족과 함께 한 직장인 등 140여명의 관람객들이 ACC 극장을 찾았다.상영 한시간 전부터 극장3 입구에서 직원들이 예매정보를 확인한 뒤 관람객들에게 티켓을 나눠 줬으며 입장은 20분전부터 시작됐다.극장3의 수용인원은 240명이지만 시야상 관람에 제한을 받는 박스석과 영사기 주변의 일부석을 제외해 200명까지만 입장이 가능했다.비지정 좌석이기 때문에 직원들은 관람객들이 맨 앞쪽 객석부터 차례대로 앉도록 안내했으며, 화면과 좌석 사이에 거리가 충분히 멀어 관람에 불편함은 없었다.불이 꺼지고 곧바로 상영되는 영상 속에서 배우들이 원형무대로 나서자 관람객들은 이내 화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나무, 물고기, 달'은 수미산 정상에서 지상으로 내려온 물고기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오랜 세월을 거쳐 본연의 금빛을 잃어가고 죽어가던 물고기는 한 소녀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하게 되고, 자신이 태어난 수미산 정상에 소원을 들어주는 나무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함께 수미산으로 돌아가는 여정에서 이들은 홀로 108마리 소를 키우던 소년, 고행하는 순례자, 꽃을 피우고픈 사슴나무 등을 만난다.극 중반까지 흰옷을 입던 이야기 소리꾼들이 의상을 갈아 입고 등장인물로 분하며 각자의 사연과 소망을 털어놓는데, 배우들이 보이는 익살스런 표정과 절묘한 몸짓에 객석 여기저기서 작은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소소한 동화처럼 진행되던 이야기는 수미산 정상에 다다르자 고조되기 시작했으며, 전통악기와 함께 깊은 울림을 주는 배우들의 창은 극의 긴장감을 한순간에 쥐고 흔들었다.5일 오후 '나무, 물고기, 달'을 관람하기 위해 150여명의 시민들이 ACC 극장3을 찾았다.결말에 이르기까지 관객들 모두 화면에 집중했으며 등장인물들이 행복에 대한 깨달음을 얻으며 극이 마무리되자 일부 관객은 크게 감명을 받은 듯 한동안 자리에 앉은 채 박수를 치기도 했다.극장을 나선 관람객들은 QR코드로 만족도 조사에도 나섰으며 대체로 이번 상영에 만족하는 반응이었다.초등학생 아들딸과 함께 상영을 마친 한 여성 관람객은 "수요극장은 처음인데 이런 좋은 프로그램을 너무 늦게 알게 된 것 같다"며 "현장에서 직접 보는 것만큼은 아니어도 영상을 통해 배우들의 표정을 더 실감 나게 보고 자막으로 이야기를 쉽게 이해할 수 있어서 충분히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지난해 수요극장을 알게 되고 이번에 네 번째 관람을 마친 한 20대 여성 관람객은 "아무리 영상이라 하더라도 이렇게 직접 극장에 와서 보는 것만으로도 몰입감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훌륭한 공연을 간접 경험하는 것도 있는데 창극처럼 평소 잘 모르던 장르도 접하게 돼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한편 ACC 수요극장은 지난 2022년 4월부터 시작돼 매월 1·3번째 수요일에 진행되며, 오는 19일에는 국립오페라단의 창작 오페라 '브람스'가 상영된다. 200석 중 140석은 ACC누리집에서 예매할 수 있고 60석은 당일 현장에서 입장이 가능하다.임창균기자 lcg051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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