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공공성 강화해야

입력 2024.09.19. 16:51 이윤주 기자
광주·전남 무상대중교통시대 열리나
2.진화하는 광주·전남 '시민의 발'
인구·이용객 감소 손실액 급증
신안군, 일찌감치 공영제 도입
완도·진도·영암 속속 무료화
예산 부담 적고 지역에 활기
광주 G패스 무상교통 기대감↑

대도시를 누비는 시내버스나 농어촌 구석구석을 연결하는 농어촌버스는 공공재를 향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주민들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대중교통 수단이자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공적서비스이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2022 대중교통 이용현황'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교통수단은 버스가 68.5%로 여전히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 특히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주민의 발'인 버스가 멈춰서지 않도록 다양한 방식으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하지만 민간의 영역에 막대한 혈세를 쏟으며 '불안한 동거'를 이어가고 있다는 우려가 날로 커지고 있다. 버스노선 사유화를 개선하고 재정지원의 투명성 확보해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전남, 열악한 재정 늘어나는 예산

전남 지역은 대중교통에 대한 고민이 적지 않다.

도서벽지가 많아 운행에 어려움을 겪는데다, 인구감소에 따른 이용객 급감으로 해마다 손실액이 급증하고 있어서다.

전남도에 따르면 현재 22개 시·군 시내·농어촌버스 현황은 45개 업체에서 1천188대를 운행중이며 노선수는 1천405개다. 목포·여수·순천·나주·광양 등 시 단위를 오가는 시내버스는 646대가 228개 노선을 운행하고 있으며, 나머지 군단위는 농어촌버스 542대가 1천177개 노선을 오가고 있다. 특히 농어촌버스 노선과 운행대수는 광역시를 제외한 전국 도 단위 중 가장 많은 수치다.

그럼에도 대중교통 접근성은 떨어져 국토교통부 '2022 대중교통 이용 현황'에 따르면 최초 출발지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소요되는 접근 시간이 전남은 8.50분으로 전국 17개 시·군에서 가장 길었다.

버스 이용객은 해마다 줄어 2019년 10만2천400명에서 코로나 팬데믹으로 2020년 7만2천336명, 2021년 7만1천462명, 2022년 6만7천771명까지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7만3천917명으로 다소 회복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이용객은 줄어드는 추세다.

수익성 악화로 투입되는 재정지원은 막대하다.

전남지역 대중교통 분야에 투입되는 예산은 올해 총 780여억으로 교통시설지원 169만9천만원, 교통재정지원 121억5천만원, 교통편익재정지원 395억9천만원, 농촌형교통모델 92억7천만원 등이다. 이 가운데 교통 사각지대 해소와 최소한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적자노선 손실액 버스 재정지원금은 올해 420억원이 투입된다.

특히 시내버스나 농어촌버스 운행에 필요한 예산의 상당 부분을 일선 시·군에서 부담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전남 일선 시·군의 경우 재정자립도가 전국적으로도 열악한 상황에서 막대한 대중교통 예산은 부담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전국 지자체 재정자립도 현황을 살펴보면 전남은 24.4%로 전국 평균인 43%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여기에 완도(7.24%), 구례(7.83%), 신안(7.87%), 장흥(8.04%), 강진(7.83%), 함평(7.16%), 진도(9.3%), 보성(7.61%), 곡성(9.26%) 등 대부분의 전남도 내 기초자치단체는 재정자립도가 10%에도 못미친다.

이런 가운데 전남 지역 벽지노선 손실보상은 19개 시·군, 859개 노선에 339억원으로 이른다. 문제는 벽지노선 손실보상금 중 국비는 91억원(26.8%)으로 시·군이 부담하는 예산은 전체의 73.1%인 247억원에 달한다는 점이다. 각 기초자치단체들은 열악한 재정여건에도 유일한 대중교통 수단인 버스를 멈출 수 없어 고육지책으로 지원을 이어오고 있는 상황이다.

◆무료화 속속 도입하는 농어촌버스

민간사업자의 벽지노선 운행 기피 등으로 농어촌버스 유지에 어려움을 겪자 막대한 예산부담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단체들이 공영제와 무료버스를 잇달아 도입하고 있다. 예산부담이 적지 않지만 유일한 대중교통 수단인 버스를 유지하는 것이 지역소멸 위기 극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전국적으로 벤치마킹이 줄을 잇고 있는 신안군은 일찌감치 완전 공영제를 도입해 안정적인 운행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2007년부터 2013년까지 7년 동안에 걸쳐 버스 완전공영제를 정착시킨 후 주민들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이어오고 있다.

완도군은 지난해 9월 전남에서는 처음, 전국에서 두번째로 군내버스 무료화를 시행했다. 올해 들어서는 진도군이 7월부터 농어촌버스 무료화에 나섰으며, 영암군도 9월부터 '누구나 무료버스'를 도입했다.

이들 자치단체가 농어촌버스 무료화에 나선 가장 큰 이유는 기존 지원예산에 비해 부담금이 크지 않은 반면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청소년, 65세 이상 어르신 등 교통약자를 대상으로 혜택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3~4억원의 추가 예산이 소요되지만 비용 대비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실제 완도와 진도의 경우 농어촌버스 무료화 후 이동량이 30% 가량 증가한 것으로 체감하고 있다.

이같은 성과에 농어촌버스 무료화를 검토하는 자치단체가 늘고 있으며, 공영제 도입도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버스 노선권 반환에 따른 비용부담과 타 자치단체를 오가는 광역버스의 수익금 배분 등은 큰 걸림돌이다.

한 자치단체 관계자는 "농어촌버스 무료화를 위해서는 노선권 문제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다"며 "대중교통이 공공재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정부를 중심으로 재정지원과 법제화 등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교통복지 확대 걸림돌 준공영제

광주시도 교통복지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현재 광주지역 시내버스는 10개 업체 999대가 100여개 노선을 운행 중이며, 마을버스는 5개 업체 12개 노선 87대가 등록돼 54대가 운행하고 있다. 이 중 시내버스는 2006년부터 준공영제로 운영중이다.

시내버스 준공영제는 지방자치단체가 버스회사의 재정을 지원해주고, 취약지역 노선 운영과 환승할인 등을 통해 공공성을 강화하는 제도다. 운행기피·비수익 노선에 대해서도 동일한 버스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최근 운송수지 적자 등으로 시내버스 재정지원금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문제가 되고 있다.

광주시의 경우 시내버스 준공영제 재정지원금이 2007년 196억원을 시작으로 해마다 늘어 2020년(1천162억원) 1천억원을 넘어선 후 2021년 1천212억, 2022년 1천380억, 2023년 1천424억원으로 증가했다. 지원금 분담률도 첫해 14.4%에서 2022년 57.8%로 절반을 넘어섰다.

이처럼 막대한 혈세를 투입하고서도 재정 투명성에서는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특정감사 결과 광주시와 시내버스 업체들이 '준공영제 운영 조례'에 명시된 운송원가 산정, 정산검사, 경영평가 등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가족을 채용해 높은 급여를 지급하는 등 임직원 인건비와 연장근로수당 등의 부당한 집행을 막지 못해 공분을 샀으며 업체별 경영평가를 하지 않고 정비·관리직 인건비 미사용액을 환수하지 않거나 버스경영관리시스템을 설치하지 않은 사실도 적발됐다.

결국 광주시의회가 나서 '광주시 시내버스 준공영제 운영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통해 부정행위를 한 시내버스 준공영제 업체를 대상으로 제재조치를 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했다.

시내버스 준공영제에 대한 광주시와 버스운송사업자의 책무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특히 부정행위 벌점이 일정 기준 이상되거나 시내버스 준공영제 운영 질서를 심각하게 저해한 사업자는 준공영제 운송사업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강화했다.

시내버스 준공영제의 폐해는 심각해 최근 정부에서도 준공영제를 법제화해 지자체에서 체계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대중교통에 대한 재정부담은 교통복지 확대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지난해 광주시와 시의회는 어린이·청소년 무상교통을 추진했다 재정난을 이유로 무산된 바 있다. 당초 50억원으로 예상됐던 사업비가 어린이로 대상을 축소하며 13억원까지 낮아졌지만 사상 초유의 재정난에 결국 백지화됐다.

다행히 최근 광주시가 정부의 K-패스에 혜택을 더한 G-패스를 도입,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와 무상대중교통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내년 1월부터 시행될 G-패스는 시내버스·마을버스·도시철도 이용요금을 어린이(6∼12세)는 전액, 청소년(13∼18세)은 50%, 청년(19∼39세)은 30%, 일반 성인(40∼64세)은 20%, 어르신(65세 이상)은 50%, 저소득층은 64%까지 할인 또는 환급해준다. 어린이와 청소년은 광주시가 자체적으로 지원하고, 성인은 K-패스와 연계한 정부 지원에 광주시 지원을 추가하는 방식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이윤주기자 storyboard@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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