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신도시 화성시의 도전
2020년 수도권 최초 무상교통
아동·청소년·어르신 등 혜택
이동권 보장·탄소중립 동시에
버스 이용률 늘고, 만족도 높아
승용차 운행 감축 효과도 확인
유사 사업 등장… 재정비 예고
"저희 같은 학생들은 버스를 타면 다시 그 돈을 돌려받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그래서 외출할 때도 부담이 없고, 버스를 더 자주 이용하게 되는 것 같아요."
지난 3일 경기도 화성시 석우동 이마트 앞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대학생 김선휴(가명·21)씨와 고등학생인 동생 채윤(가명·17)양은 집을 나설 때 꼭 챙기는 것이 있다. 화성시에서 발급받은 '무상교통카드'다. 등굣길이나 학원은 물론 어디를 가든 부담 없이 시내버스를 이용할 수 있어서다. 자매가 사용한 버스비는 다음달 25일이면 고스란히 통장으로 들어온다. 채윤 양은 "예전에는 등굣길에 주로 엄마나 아빠 차를 이용했는데, 이제는 시내버스를 탄다"며 "거리와 관계없이 수시로 이용하게 돼 편리하다"고 말했다.
이날 버스정류장에 앉아 후배를 기다리던 박선남(가명·75)씨도 자신의 교통카드를 꺼내 보이며 대화에 동참했다. 퇴직 후 외출이 줄었던 박씨는 무상교통카드를 발급받은 후부터는 주말을 제외하곤 집 밖으로 나선다. 박씨는 "수입이 없어지면서 한동안은 교통비도 아까워 집에만 있었더니 몸도 마음도 점점 병들어가는 것 같았다"며 "이제는 사람들도 자주 만나고, 몸을 움직이니 건강도 더 좋아지는 것 같다"고 웃음 지었다.
◆두쪽 생활권 시민 이동권 격차
경기도 화성시가 무상교통정책을 도입한 것은 지난 2020년이다. 지역별로 격차가 심한 시민들의 이동권을 보장하고 대중교통을 활성화해 탄소 중립과 기후변화에도 대응하자는 취지에서다.
서울(605㎢)에 비해 1.4배(844㎢)인 화성시는 동서로 넓게 펼쳐져 있어서 자가용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지리적 여건을 갖추고 있다. 전형적인 도농복합도시로 동탄 신도시를 품은 동부권과 넓은 권역에 비해 교통 소외지역이 많은 서부권으로 극명하게 분리되며, 민간 버스업체에서 운행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양 지역간 접근성이 떨어지다 보니 생활권이 비슷한 지역내 노선은 많은 반면, 다른 곳을 연계하는 노선은 드물었다. 민간 버스업체의 경우 수익성을 배제할 수 없어 노선 굴곡도가 심했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한 차례 이상 환승을 해야 했다. 이 때문에 화성시 버스 교통수단 분담률은 12.3%로 인근 비슷한 규모의 지자체와 비교할 때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수익노선은 민간·적자노선은 공영
시민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화성시가 꺼내든 카드는 버스 공영제와 무상교통이었다.
먼저 민간 운송업체 운행이 어려운 서부 교통소외 지역과 동부권 신도시를 중심으로 단계적 공영제를 확대추진해 나갔다.
화성시는 2020년 2월 화성도시공사와 위수탁협약 체결을 통해 공영제 불씨를 당겼다. 그해 8월 화성도시공사는 시내버스운송사업 면허 취득과 마을버스 운송사업자 등록을 마치고 11월 공영버스 운행을 개시했다. 2021년 1월 공영버스 28개 노선이 개통된 데 이어 같은 해 9월에는 민간 버스업체가 반납한 차량 25대를 인수하고 공영 노선을 4개 신설했다.
화성시 시내버스 현황에 따르면 8개 민간 시내버스 업체가 121개 노선을 운행하고 있으며 인가받은 버스는 총 575대다. 마을버스는 11개 민간업체가 274대로 153개 노선을, 화성도시공사에서 19개 노선을 맡아 운행한다.
화성도시공사가 운영하는 공영버스는 올해 5월 기준 시내버스의 경우 18개 노선에 49대를, 마을버스는 20개 노선에 59대를 투입하고 있다. 화성시는 내년까지 노선버스의 수단분담률을 25%로 올리고, 공영버스를 335대로 늘릴 계획이다.
◆수도권 첫 무상교통·버스공영제
화성시는 전체적인 대중교통 운송시스템 조정과 함께 시민 이동권 보장을 위한 '무상교통정책'을 동시에 추진했다. 무상 교통 정책은 화성시민에 한해 화성시 관내를 도는 버스 요금을 전면 무료화하는 정책이다.
인구가 밀집된 수도권에서는 물론 인구 50만명 이상의 대도시에서는 전 세계적으로도 처음 있는 시도로 '파격'에 가까웠다. 무상교통정책은 경제활동이 어려운 교통약자를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진행됐다.
첫 대상은 2020년 11월 만 7~18세 아동·청소년이었다. 이듬해인 2021년 7월에는 만 65세 이상 어르신, 11월에는 만 19~23세 청년을 대상으로 무상교통이 확대됐다. 이어 2022년 3월엔 '시내버스 운송사업 운송약관'에 따라 만 5세까지인 무임승차와 화성시 무상교통 대상에서 모두 빠져있던 만 6세 아동까지 무상교통 대상에 포함됐다.
이에 따라 유아기부터 청년기까지 누구나 교통비 부담없이 자유롭게 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무상교통 대상자는 화성시에 무상교통 전용카드를 신청하고 발급된 카드를 등록해 사용한 뒤 다음 달 25일 이후 등록한 계좌로 교통비를 돌려받는다. 연간 지원받을 수 있는 상한액은 만 6~12세 52만5천600원, 만 13~18세 109만800원, 만 19~23세와 만 65세 이상은 각각 156만6천원이다.
지원대상은 작년 12월 기준 29만625명으로, 화성시 전체 인구 102만5천333명(2024년 9월말 기준) 가운데 약 30%가 혜택을 받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도로 위 승용차 줄고, 만족도 높이고
화성시 무상교통사업은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버스 이용이 늘며 도로 위 승용차가 줄었고, 무엇보다 시민들이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아주대에 의뢰한 '화성시 무상교통사업 성과평가 용역'중간보고서에 따르면, 무상교통을 이용한 어린이·청소년 이용객 86.7%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이용객 중 54.3%는 이전에 버스를 이용하지 않았다고 답해, 무상교통이 청소년기부터 대중교통 이용습관을 형성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무상교통정책에 대한 신뢰도도 높았다. 경기연구원의 화성시민 76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90.4%가 '무상교통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무상교통 대상자의 98.1%, 무상교통 비대상자의 85.0%가 이같이 답했다. 대상자 중 80.1%가 무상교통 정책을 이용해 월평균 2만2천926원을 절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공영버스는 대중교통 활성화와 이동권 향상에 기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화성도시공사 공영버스 이용자 수 변화를 살펴보면 2020년 월 평균 이용객수는 7천714명에서 2023년 32만7천73명으로 4배 가량 증가했으며, 버스 1대당 월평균 이용객수 역시 같은 기간 482명에서 3천28명으로 8배 가까이 늘었다.
대기오염비용 절감에도 효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9월 녹색전환연구소에서 발간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경기도 녹색일자리 창출방안'에 따르면 화성시 버스 이용자는 연 148만2천396명에서 384만6천685명으로, 1.6배 증가했다.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이는 약 2년간 화성시는 도로 위에 승용차가 430만대 이상 줄인 효과를 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이용객이 160% 늘었고 무상교통 대상자인 청소년 이용비율은 전체 8%에서 11%로 상승했으며 2021년 120만5천대, 2022년 312만7천대 승용차 감축 효과를 본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신규 패스 등장에 전환점 재정비
교통복지의 방향성을 제시했던 화성시 무상교통사업에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해마다 늘어나는 재정부담에 K패스·더경기패스 등 유사한 대중교통 지원사업이 속속 도입되며 재정비를 고민해야 할 상황이 됐다.
화성시 무상교통카드 연도별 지원현황을 살펴보면 ▲2020년 4천834명(5천193만원)을 시작으로 ▲2021년 4만7천331명(28억1천692만원) ▲2022년 6만9천285명(75억3천856만원) ▲2023년 8만505명(92억3천313만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서는 7월 현재 7만1천646명(58억2천631만원)으로 꾸준히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서울이나 경기도내 타 시군을 '단일생활권'으로 이동하는 인구비중이 높아 지역적 한계를 토로하는 시민들이 많은 것도 이유다.
새로운 교통패스의 등장은 사업의 중복성은 물론 재정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어 우려가 크다. 실제 더경기패스는 전체 사업비를 정부 50%, 경기도 15%, 지자체 35% 등으로 분담하고 있어 화성시의 경우 기존 무상교통사업에 신규 더경기패스사업까지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예산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화성시 관계자는 "시민 이동권 보장과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추진해 온 화성시 무상교통사업이 중대한 전환점을 맞았다"며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지만 예산 등을 고려해 무상교통사업을 전면 재조정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이윤주기자 storyboard@mdilbo.com
- 5·18 학살 주범 전두환 잔재, 곳곳에 다양 "용납 안돼" 12일 고동의 생명의 숲 되찾기 합천군민운동본부 간사가 경남 합천군 전두환 생가 앞에서 안내문에 적힌 전두환씨의 과오를 미화한 설명을 지적하고 있다. 5·18민주화운동 광주 학살의 주범인 전두환씨의 잔재가 전국 곳곳에 여전히 남아 있다.12일 5·18기념재단에 따르면 전씨가 태어난 경남 합천부터 서울, 경기, 인천, 장성 등 전국 곳곳에 전씨를 기념하는 시설이 있다.우선 합천에는 전씨가 유년기를 보낸 생가가 있다. 12·12군사반란으로 정권을 잡은 전씨는 1983년 자신의 생가를 옛 모습 그대로 복원했다.생가 앞 안내판에는 '박정희 대통령 시해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12·12가 빚어졌다', '취임 때 한 단임 실천 약속에 따라 40년 헌정사에 임기를 마치고 스스로 물러난 최초의 대통령이다' 등 전씨의 과오를 미화·포장하는 문구가 적혀 있다. 합천군은 해마다 수천만원에 달하는 세금을 들여 전씨 생가의 초가집 지붕과 정원을 관리하는 중이다.전씨의 아호 '일해(日海)'를 딴 공원도 있다. 2004년 조성됐을 때만 하더라도 '새천년 생명의 숲'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었으나, 2007년 합천군이 일해공원으로 명칭을 변경했다.공원에 세워진 표지석에는 '이 공원은 대한민국 제12대 전두환 대통령이 출생하신 자랑스러운 고장임을 후세에 영원히 기념하고자 대통령의 아호를 따서 일해공원으로 명명한다'라는 문구가 전씨의 친필로 새겨져 있다.아울러 합천군청 청사 외부에는 전씨의 기념식수가 심어져 있기도 하다.또 서울 국립중앙도서관과 중소기업중앙회에는 각각 '국민 독서교육의 전당'과 '중소기업은 나라의 주춧돌'이라고 전씨의 친필을 새긴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경기도 과천 국사편찬위원회에도 전씨의 기념식수가 있다.경남 합천군청 청사 외부에 심어진 전두환씨 기념식수.지역에서는 장성군 상무대 무각사에 있는 전씨의 범종이 대표적이다.이 범종은 전씨가 1981년 기증한 것으로 '상무대 호국의 종', '대통령 전두환 각하' 등의 문구가 쓰여져 있다.재단은 이밖에도 전국 군부대 등에 전씨의 잔재가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차종수 재단 기록진실부장은 "범죄를 저지른 자는 엄중히 처벌해 역사의 반복을 막아야 한다. 굴곡진 역사를 곧게 펴지 않으면 생각지도 못한 사이 퇴행의 싹을 틔우게 된다"며 "국민의 세금으로 범죄자를 기념하는 시설을 관리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 사법부로부터 유죄선고를 받은 자에 대해서는 기념물을 조성할 수 없도록 하는 법률 제정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글·사진=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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