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광주'로 만들자

수영대회 마친 부다페스트 '가보고 싶은 도시' 됐다

입력 2020.06.22. 19:17 유지호 기자
이제는 스포츠 관광도시 '스토리 광주'로 만들자
② 부다페스트 세계수영선수권대회
<하>무엇을 남겼나

"베이징 올림픽(2008년)과 상하이 세계수영선수권대회(2011년)만 봐도 중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스포츠 이벤트와 환대(hospitality)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여름(2017년) 부다페스트에서의 좋은 감정들을 여러분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습니다."

2018년 12월 8일 오전 10시 중국 항저우 인터컨티넨탈호텔. 부다페스트가 '제5회 국제수영연맹(FINA) 월드 아쿠아틱스 컨벤션(The 5th FINA World Aquatics Convention)'에 보낸 메시지.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개최? 도시와 스포츠를 위한 영향 확대(Hosting Aquatics? Expanding Impact for City & Sport)' 주제의 컨퍼런스에서다. "부다페스트는 앞으로 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치르는 데 본보기가 될 것"이란 훌리오 마글리오네 FINA 회장의 워딩과 함께였다. 자신감이 묻어났다.

정용학 홍보팀 주임(현 광주 서구청 계약팀장)은 "중국을 치켜세웠지만 결국 부다페스트의 성과를 과시하기 위한 레토릭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그는 컨벤션 기간 전 세계 209개 수영연맹 대표와 FINA패밀리, 수영 감독·코치 등 1천500여명을 대상으로 광주대회 홍보에 열을 올렸다. 영상 콘텐츠(개최도시·대회 준비·등록절차 애니메이션 등)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홍보부스 자체를 LED 모니터 중심으로 꾸몄다.

국민스포츠인 수구는 헝가리 국민을 하나로 묶었다. 부다페스트 조직위 제공.

개최 효과는 컸다. 부다페스트는 대회 유산과 사회·경제적 효과 등에 대해 소개했다. 2017년 세계여행관광협회(WTTC) 보고서에 따르면 헝가리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광산업 비중은 8%다. 한국 4.7%의 두 배 수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가운데 상위 10위권이다. 965만명의 인구 중 4.5%에 달하는 43만4천여명이 관광업에 종사한다. 국민 20명 중 한 명꼴. 관광산업 의존도가 그만큼 높다.

부다페스트의 장기 목표였다. 세계·스포츠이벤트 지도에 도시를 그리고 관광 산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다. 투자 촉진과 경험을 쌓은 시민들의 활발한 참여, 레거시·가치 공유 등도 포함됐다. 스잔토 에바 전 사무총장은 'High impact(큰 영향): The 17th FINA World Championships & 17th FINA Masters World Championships(제17회 세계수영선수권대회 & 마스터즈선수권대회)' 발표를 통해 이 같이 설명했다.

부다페스트대회 개최 효과를 학술적 관점·기준에서 들여다 봤다. 관광 학계는 효과를 다양한 방식으로 분석한다. 한국관광학회에서 발행한 '관광학총론' 가운데, 차석빈 순천향대 관광경영학과 교수의 '스포츠 관광' 분류 기준에 따랐다. 그는 ▲경제적 ▲사회문화적 ▲정치적 ▲환경적 효과로 나눴다.

대회를 준비하면서 도시기반 시설이 정비됐다. 우선 경기장 주변을 깔끔하게 정리했다. 마그리트 섬이 새롭게 정비됐다.

◆경제적 효과

조직위는 우선 도시 브랜드 가치 상승을 꼽았다. 긍정적인 도시 이미지가 주요 이벤트·관광객 유치의 선순환을 만들었다. 유럽 관광 중심지로 거듭났다. 헝가리관광청 설문조사를 인용했다. 다른 나라에서 온 관객들의 높은 만족도와 함께 따뜻한 환대, 안전 등으로 매력적인 관광지로 평가받았다. 다뉴브 개막식과 영웅광장·국회의사당·마그리트 섬 등 대표 관광명소는 TV 전파를 타고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헝가리와 EU·미국·중국·일본 등 65개 TV 방송사가 왔다.

관광 특수로 이어졌다. 수영대회 당시 관람객만 48만명. 마켓 스트리트와 팬 존에는 40만명이 찾았다. 동호인들이 참여하는 마스터즈대회엔 9천여명이 왔다. 항공·숙박·참가비 등은 스스로 부담한다. 현지 매체 데일리뉴스헝가리에 따르면 수영대회 직후인 2018년 한 해만 2천800만여 명의 관광객이 부다페스트를 찾았다. 부다페스트 인구는 170만여명. 유람선 투어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끌었다. 핵심은 다뉴브였다. 일자리 창출도 빼놓을 수 없다.


◆사회문화적 효과

조직위는 국제 역량과 결속 강화를 평가했다. 시민들의 언어 구사와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늘었다. 라이프 스타일이 활동적이고 건강하게 바뀌었다. 공공 보건은 개선됐다. 지역 커뮤니티와 사회적 응집력은 강화됐다. 외국인들에 대한 친절함(환대)은 돋보였다.

국민들의 자긍심을 높였다. 다뉴브를 끼고 있는 부다페스트는 수영, 특히 수구가 전통적인 인기 스포츠. 세계 대회를 치렀다는 또 하나의 역사를 새겼다. 값진 경험은 수영 등 스포츠 인구 30% 증가로 이어졌다. 붐업은 자연스러웠다. 관심은 행동으로 나타났다. 두나 아레나와 수구·하이다이빙·싱크로나이즈드·오픈워터 경기장마다 구름 관중이 몰렸다.

시민을 하나로 모았다. 대회 운영의 꽃인 자원봉사자는 그 결실. 6천500여명이 지원했다. 절반 가량인 3천200명이 현장에서 뛰었다. 통역과 수송·경기장 안내 등의 역할. 수영대회는 헝가리 국민과 지역 커뮤니티를 바꿨다.


◆정치적 효과

국민 화합을 이뤘다. 수구는 헝가리를 하나로 묶었다. 열망은 성과로 나타났다. 시드니(2000년)·아테네(2004년)·베이징(2008년) 등 올림픽 3회 연속 우승했다.

아픔이 있다. 1956년 멜버른올림픽 직전 터진 헝가리 혁명 당시, 부다페스트 대학생·시민 수천여명이 숨졌다. 탱크와 총칼을 앞세웠던 옛 소련과의 '물속의 혈투'는 더욱 뭉치게 했다. 수구가 국민 스포츠가 된 이유다.

경기장 문턱을 낮췄다. 입장료 가격은 5~10USD. 총리가 나섰다. 국민들이 경기장을 찾도록 하기 위해서다. 경기장에서 열기를 직접 보고 느꼈다. 세계인들의 관심을 끈 수영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렀다는 자부심은 배가 됐다. 스포츠 외교 분야에서 강화된 헝가리의 위상도 성과다.


◆환경적 효과

부다페스트·발라톤 퓨레드 등 도시 전체의 발전 차원에서 접근했다. 다뉴브강과 부다페스트의 진주로 불리는 마그리트 섬(수구 경기장)이 핵심. 우선 다뷰느강변에 선착장을 새로 만들었다. 유람선 관광 활성화를 위해서였다.

도시 기반 시설부터 손을 댔다. 우선, 경기장 주변을 깔끔하게 정리했다. 마그리트 섬과 페스트 지역의 강변 도로를 새로 정비했다. 강둑은 보강됐고, 자전거 길과 산책로가 들어섰다. 장·단기 수영 인프라가 확충됐다. 다뉴브 강변의 주경기장인 두나 아레나와 관련 스포츠 시설들은 유산이다. 싱크로나이즈드 임시풀은 각각 다른 장소로 옮겨져 2개의 수영장으로 바뀌었다. 경기장 ·수송 지원·도로 대부분은 정부 예산으로 신설됐다.

조직위는 이밖에 스포츠 분야 전문직들의 국제 네트워크 강화와 최첨단 기술 수입, 가치 있는 수영대회 개최 경험, 대학 등 학계와 스포츠경영·경제, 경기장 코스 관리 등 실무적 지식의 협력 등을 효과로 꼽았다.

2017년 부다페스트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오픈워터 경기가 열린 발라톤 호수.

오픈워터 경기장 '발라톤퓨레드' 세계적 관광지 '우뚝'

헝가리 발라톤퓨레드는 인구 1만3천500여명의 대표적 휴양도시. 부다페스트 서쪽 137㎞ 위치다. 자동차와 기차로 2~3시간 거리. 최근 세계적 인기 관광지로 거듭났다. CNN 트래블은 지난해 로맨틱한 도시 중 한 곳으로 선정했다. 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계기로 부각된 중유럽 최대인 발라톤 호수(Balaton Lake) 덕분이다. 길이 77㎞, 나비 5~15㎞, 넓이 596㎢ 규모. 내륙국가 헝가리의 '바다'로 불린다. 옥빛처럼 맑은 호수에 탁 트인 전망이 일품이다. 주변은 와인 생산지. 노벨문학상을 받은 라빈드라나드 타고르의 심장을 치료했던 병원이 있다.

이곳에서 열린 오픈워터 수영이 관광도시 도약의 계기가 됐다. 오픈워터는 바다 또는 강, 호수 등 대자연을 무대로 하는 장거리 수영 종목이다. 5㎞에서 길게는 25㎞를 헤엄쳐야 한다. 5~6시간을 야외에서 싸워야 한다는 의미. '바다 위의 마라톤'은 말 그대로 '인간 대 자연'의 극한을 시험하는 종목. 장소 선정에 제약이 있다. 조직위는 그 틈을 노렸다.

FINA(국제수영연맹)는 경기장 선정에 엄격하다. 숙소와 경기장간 거리를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수준'으로 권고한다. 통상 조직위와 협의를 통해 차로 20분 거리로 결정한다. 총 6종목 가운데 5종목이 다뉴브강가에서 열린 이유다. 한송화 광주조직위 국제협력팀장은 "FINA는 이동에 제약이 없도록 경기장을 집적시킬 것을 권고한다"며 "부다페스트 조직위의 '유명 관광지 우선 배치' 원칙에 따라 발라툰 호수로 옮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발라톤퓨레드 사례는 2019년 광주대회에도 영향을 미쳤다. 오픈워터 수영이 여수에서 개최될 수 있는 근거가 됐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유지호기자 hwaone@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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