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광주'로 만들자

누구나 가고픈 광주 'K-POP·지역 스토리텔링'에 달렸다

입력 2020.10.05. 19:25 유지호 기자
이제는 스포츠 관광도시 '스토리 광주'로 만들자
②광주수영대회 <상> 빅데이터 분석 2.무엇을 팔 것인가

광주는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관광지는 아니다. 쇼핑·식도락·자연경관 등을 우선시하는 외국 관광객들을 끌어들일 매력적 요소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항공노선과 접근성, 숙박시설 등도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외래 관광객 실태조사'를 보면 명확하다.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 3명 중 2명(67.8%)꼴로 여가·위락·휴식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상황에서, 이들이 꼽은 인상 깊은 방문지는 ▲ 명동·남대문·북창 ▲ 동대문 패션타운 ▲ 신촌·홍대 주변이다. 쇼핑 장소도 명동 로드샵·공항 면세점·시내 면세점 등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많은 수도권과 국제공항 중심이다. 서울과 부산, 제주 등으로 관광객이 몰리는 이유다.

지난해 외국인들이 찾은 방문지역은 서울(76.4%), 경기(14.9%), 부산(14.1%), 제주(9.9%), 인천(8.8%), 강원(7.8%), 대구(3.5%) 등의 순이었다. 반면 광주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 비율은 최하위권인 1%대. 이마저도 하락세다. 2018·2019년 1.1%로 2017년 1.2% 대비 0.1%p 떨어졌다. 외국인 관광객 숫자도 2013년 15만여 명을 기록한 이후 매년 10만 명 안팎에서 머물고 있다. 관광 인프라와 콘텐츠 등 기존 관광정책 및 전략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배경이다.

광주는 열악한 관광산업을 변모시킬 모멘텀이 필요했다. 지난해 7월 12일부터 열린 한 달간의 지구촌 수영축제는 전 세계에 광주를 마케팅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수영대회는 광주 관광의 가능성과 한계를 모두 보여줬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인 '빅카인즈'를 활용해 광주 관광 콘텐츠 전반에 대해 살펴봤다. 언론에서 검증한 수영대회와 개최도시 관광 콘텐츠 등과 관련한 기사 분석을 토대로 미래 비전과 방향성 등을 가늠해 보기 위해서였다.


◆방탄소년단(BTS) 등 K-POP 스토리

'비틀즈 스토리'에 빗대 광주에서도 K-POP 스타인 '방탄소년단(BTS) 스토리'를 활용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가 대회 홍보를 위해 지난해 4월 28일 개최한 '성공 기원 수퍼콘서트' 관련해서다. 국내·외에서 큰 화제가 됐다. 광주에서 BTS 등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콘서트 땐 전 세계에서 3만여 명(외국인 1만여 명)이 왔다.

'BTS 공연'은 콘서트 전부터 전국적 이슈가 됐다. 당시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기사 중 하나. "최근 세 차례에 걸쳐 실시된 온라인 티켓팅은 모두 1분도 되지 않아 마감됐다"며 "여행사 패키지 상품을 통해 들어오는 단체객들은 광주와 전남 지역 투어도 진행한다. 광주의 대표적인 거리 충장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광주향교, 양림동(개화·일제강점기 유적지) 등을 둘러보고, 야경과 케이블카로 주목을 받는 여수항 등을 관광할 예정"이라고 썼다. '"BTS 온다"…분위기 고조되는 광주'란 제목의 조선일보 기사에서다.

BTS 멤버인 제이홉(26·정호석)이 광주 출신이란 점도 부각됐다. 한겨레신문은 '방탄소년단, 광주서 5·18 가사 '마 시티' 부를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나 전라남도 광주 baby/내 발걸음이 산으로 간대도 무등산 정상에 매일 매일…'. 제이홉의 노래 가사에 5·18민주화운동을 언급한 대목이 관심을 모은다"고 소개했다. 제이홉의 가사에는 5·18민주화운동과 무등산 등 광주의 랜드마크가 나온다.

광주일보는 한 발 더 나아갔다. 박진현 선임기자는 '박진현의 문화카페' 칼럼을 통해 광주산(産) 'BTS 레거시'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는 "비틀즈는 1970년 해체됐지만 여전히 리버풀은 매년 전 세계에서 그들이 남긴 유산을 보기 위해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다"며 "(콘서트 도중) 광주 출신 멤버인 제이홉이 5월 항쟁을 암시하는 자신의 작사곡 '마 시티'(Ma city)의 한 대목을 부르자 객석의 팬들은 열광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일부 외국팬들은 콘서트에 앞서 5·18 국립묘지를 참배하며 광주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고 설명했다.

또한 "광주시가 BTS의 제이홉, 유노윤호, 수지 등 한류 스타를 배출한 광주에 '케이팝(K-POP) 스타의 거리'(가칭)를 조성하기로 해 화제다"며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글로벌 문화콘텐츠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스토리텔링과 지속적인 관심이다. 광주와 소중한 인연을 맺은 BTS를 지역의 레거시로 키우는 건 우리의 몫"이라고 글을 맺었다.

리버풀(Liverpool)은 잉글랜드 북서부에 위치한 인구 50만 명 규모의 항구도시다. 지속된 고실업에 거친 도시의 대명사가 된 리버풀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건 '스토리'였다. 그 중 하나가 '비틀즈 스토리'. 리버풀은 비틀즈의 고향으로 유명하다. 존 레논의 이름을 딴 공항에서부터 폴 매카트니가 살았던 집, 애비 로드 등 비틀즈의 노래에 영감을 준 장소들, 1961년 비틀즈가 처음으로 무대에 선 캐번클럽(The Cavern Club) 등이다. 알버트 독의 '비틀즈 스토리 박물관'은 도시의 핫플레이스다. 이처럼 스토리와 결합해 새로운 콘텐츠로 재탄생한 공간·장소와 스포츠이벤트 영향으로 리버풀은 연간 1천만여 명이 찾는 세계적인 관광지가 됐다.


◆ 만족도 높은 콘텐츠는

광주는 예향·의향·미향 등 국내 대표적 삼향(三鄕)의 도시다. 수영대회는 전 세계들의 이목이 광주로 쏠리게 했다. 이는 수영대회 개최와도 직결되는 문제였다. 광주를 찾는 국내·외 관광객들이 드문 탓이다. 그렇다면 수영대회 기간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높았던 관광 상품은 뭘까.

광주와 전남을 연계한 관광 프로그램이 인기가 많았다.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 절반이 넘는 1천41명이 찾았다. ▲생태·민주코스 : 광주~담양 ▲역사코스 : 나주~화순 ▲바다·생태코스 : 영광~함평 ▲밤다다코스 : 순천~여수 ▲전통·문화코스 : 전주~남원 ▲바다·평화코스 : 진도~목포~완도~해남~광주 ▲도심권코스 : 광주 등이다. 무등산·전통문화체험·문화유산·전통시장(대인·남광주) 야시장 등을 중심 권역으로 했던 광주(특별)시티투어엔 모두 787명이 참여했다.

언론들은 무등산과 광주전통문화관을 찾은 캐나다 수구선수(9명)들의 반응을 전했다. 이들은 한복 등 전통옷을 입고 전통차를 마시거나 가야금·부채만들기 체험을 했다고 소개했다. 또한 남도의 대표음식으로 선보인 한정식·떡갈비·삼계탕 등 광주의 맛에 감탄했다고도 썼다.

민주·인권·평화도시 광주의 정체성과도 맞닿아 있는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관심도 컸다. 5·18 민주화 운동은 대회 슬로건인 '평화의 물결 속으로(Dive Into Peace)'와도 연결되는 지역 고유의 콘텐츠다. 당시 언론은 '대회 기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내 5·18민주평화기념관, 국립5·18민주묘지, 5·18기록관 등에는 5·18의 실상과 의미 등을 알아보려는 외국인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졌다'고 앞다퉈 보도했다.

한 지역 언론은 민주평화기념관을 둘러본 리투아니아 아티스틱 수영선수(나탈리아)의 인터뷰 내용을 소개했다. 그는 "많은 시민들이 군의 총에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광주가 슬픈 역사를 가진 도시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전시 해설을 들으며 마음이 아팠지만 이곳을 찾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소감을 전했다.

마스터즈 대회 개최 효과에 대한 반응도 나왔다. 무등일보 '마스터즈대회로 광주상권 웃음꽃이 피었다'는 제목의 현장 기사를 통해서다. 경기장 주변을 비롯해 숙박업소·식당 등 광주지역 상권에 파급효과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는게 주요 내용. 이용섭 광주시장은 당시 인터뷰에서 "광주만의 맛과 멋을 즐기는 프로그램이 큰 인기였고, 대회기간 내내 다양한 문화행사와 축제가 열렸다"며 "5·18사적지에 외국인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지면서 민주·인권·평화의 광주정신을 전 세계에 널리 알렸다"고 평가했다.

유지호기자 hwaone@srb.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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