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 전혀 없는 태도에 시민 '공분'
5·18 철저한 무시·회피로 일관된 태도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두환(89)이 이번 재판과정에서 남긴 어록 아닌 어록이 시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시위대 등을 향해 욕설을 내뱉는 등 전혀 반성의 기미가 없는 뻔뻔한 전씨의 태도에 시민들은 아연실색하고 있다.
전씨는 1심 선고 공판 출석을 위해 30일 오전 8시40분께 서울 연희동 자택을 출발해 이날 오후 12시30분께 광주법원에 도착했다. 광주법원 앞 취재진의 질문에 전씨는 묵묵부답이었다. 전씨는 경호원의 부축을 받으며, 부인 이순자와 곧장 법정을 향해 걸었다. "아직도 잘못을 왜 인정하지 않나", "왜 사죄하지 않나", "발포명령을 부인하나", "5·18 책임을 인정하나" 등 취재진의 여러차례 질문에도 일절 답하지 않았다. 재판이 끝난 뒤에도 준비된 검은색 카니발 차량을 타고 사죄 없이 떠났다.
그러나 전씨는 이날 아침 연희동 자택 출발 당시에는 시위대에게 욕설을 하는 등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전두환은 승용차에 타기 전 연희동 자택 앞에 모인 사람들을 향해 손 인사를 했다. 이때 시위대가 "전두환을 법정 구속하라", "대국민 사과하라"고 외치자 전씨는 시위대를 바라보며 "말조심해, 이놈아"라고 호통쳤다. 이후 전씨는 곧바로 경호원의 안내에 따라 자신의 차량에 탔다.
이날 전씨의 자택 앞에는 경찰과 취재진 등 100여명이 모였다. 시위와 촬영을 겸한 유튜버 몇 명을 제외하고는 시민단체 회원들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자명예훼손 재판 과정에서 전씨의 막말은 처음이 아니다. 전씨는 지난해 3월 5·18민주화운동 39년 만에 피고인 신분으로 광주 법정에 섰다. 당시 전씨는 "발포 명령 부인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이거 왜 이래"라며 발끈해 시민들의 공분을 샀다. 전씨는 "사죄의 마지막 기회"라고 외치던 시민들을 향해 끝내 참회도 사죄도 없었다.
4월27일 두 번째 법정 출석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는데 왜 책임지니 않나"는 물음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전두환의 어록 제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1995년 검찰 12·12 및 5·18사건 특별수사본부에 의해 기소돼 1심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데 이어 2년 후 대법원에서 내란 혐의 등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재판 과정에서 그는 "왜 나만 갖고 그래"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고 이는 코미디 소재로 쓰였다.
지난해 11월7일 강원도 홍천의 한 골프장에서 당시 임한솔 정의당 부대표가 전씨를 발견하고 5·18의 책임을 묻자 전두환은 "광주하고 나하고 무슨 상관 있어? 광주 학살에 대해 나는 모른다"고 말했다. 잇따른 추징금에 대한 질문에는 "니가 대신 좀 내주라"는 웃지 못할 어록을 남겼다.
김성희기자 pleasure@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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