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저지 맞딱뜨려 '반쪽 참배'
고성에 몸싸움, 심각한 충돌은 없어
"사과 받든가 말든가, 그런 느낌"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려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와 이를 막아서는 오월단체, 시민사회단체의 대치로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다.
윤 후보는 방문을 항의하는 시민들에게 막혀 추모탑까지 가지 못하고 중간지점에서 참배를 한 뒤 발걸음을 되돌려야 했다. 이 과정에서 오월 어머니와 광주·전남 대학생 진보연합(대진연) 회원 40여명은 윤 후보 지지자와 일부 유튜버들과 고성을 주고받고, 몸싸움을 벌이는 등 5·18민주묘지 일대가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윤 후보는 '전두환 옹호' 발언에 이어 '개 사과' 논란을 사과하기 위해 광주를 찾아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았으나 거센 반발에 부딪혀 '반쪽 참배'에 그쳤다.
윤 후보는 10일 오후 4시17분께 경찰의 삼엄한 경비 속에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 앞 민주의 문에 들어섰다.
민주의 문 앞에서 윤 후보를 본 한 시민이 "광주학살 주범 전두환을 옹호하는 윤석열은 돌아가라"라고 외치자 윤 후보와 동행한 지지자들도 "여기가 네 땅이냐, 이재명 지지자냐"고 맞받아치는 등 언쟁이 벌어졌다.
윤 후보는 도착 직후 5월 단체와 시민사회단체, 대학생들의 거센 저항에 부딪혔다. 이들은 손팻말을 들고 윤 후보 일행의 앞을 가로막으며 "윤석열 나가라", "왜 왔어요", "쇼 합니까", "사과하세요"를 외쳤다.
5·18민주화운동 유공자 단체와 오월어머니, 대진연 대학생들은 이날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추념탑 앞에서 '참배 반대' 연좌 농성을 벌였다.
윤 후보는 민주의문 방명록에 '민주와 인권의 오월 정신 반듯이 세우겠습니다'라고 적은 뒤 동행 당직자, 수행원, 지지자와 함께 5·18민중항쟁 추모탑까지 걸음을 뗐다.
윤 후보 일행은 항의 단체와 지지자, 경찰, 취재진 등 인파에 둘러싸여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지지자들은 국화를 들고 후보를 뒤따랐다. 민주의 문부터 공식 헌화·분향 장소인 추모탑 앞까지는 161m, 통상 걸어서 2~3분 걸리지만, 윤 후보 일행은 20분동안 추념문과 추모탑 사이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추모탑까지는 불과 40m 거리였지만, 더 이상 이동하지 못하고 윤 후보 일행은 제 자리에서 조용히 고개를 숙여 묵념했다. 헌화·분향은 생략됐다. 전두환 비석이 묻힌 민족민주열사묘역(구묘역)은 방문하지 않았다.
참배를 마친 뒤 윤 후보는 몇 걸음 앞으로 나와 호주머니에서 사죄문을 꺼내 낭독했다. 윤 후보는 "제 발언으로 상처를 입은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를 드린다. 40여년 전 5월의 광주 시민들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피와 눈물로 희생한 것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고 말한 뒤 고개를 숙였다. 이어 윤 후보는 60도 가량 허리를 굽혀 사죄의 뜻을 다시 한번 전했다.
'전두환 옹호' 발언으로 논란이 불거진지 22일 만의 사과다. 비록 '반쪽짜리 참배'였지만, 이날 오월영령 참배는 국민의힘 입당 전인 지난 7월17일 첫 방문 이후 4개월여 만이다.
윤 후보가 기자들 질문에 답한 뒤 오후 4시 52분께 승합차를 타고 떠나자 항의 인파, 지지자, 경찰은 별다른 마찰 없이 해산했다
앞서 오후 3시께 광주 서구 치평동에 위치한 5·18자유공원을 방문한 윤 후보는 당시 시민군 상황실장이었던 박남선씨에게 설명을 들으며 공원 일대를 거닐었다.
영창으로 가는 길에 박씨가 윤 후보에게 "국민들은 5·18 유공자들이 정부로부터 엄청난 보상과 혜택을 받았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국가 유공자들과 달리 예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윤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다른 국가 유공자들과 형평성 맞는 예우를 해주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하자, 윤 후보는 가만히 듣고 있었다.
윤 후보의 광주 방문과 사과 표명에 대해 5월 단체들은 실망스럽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도대체 사과를 왜하는지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실망스럽다"며 " 윤 후보의 사과는 '사과를 받든지 말든지 나는 나의 일정대로 갈 뿐이다'라는 오만함까지 느껴져 광주시민들을 오히려 분노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윤 후보는 이 자리에서 자신의 과거 발언에 대해 사죄했으며, 헌법전문에 5·18정신을 올려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면서 "사과의 마음이 어떻게 공약과 정책으로 구체화되는지 주시하고, 때로는 필요한 행동도 취하겠다"고 밝혔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이예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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