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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민들 허탈과 분노 "죽어도 죗값 치러야"
"진실 묻을 수 없다, 역사정의 바로 세울 것"
23일 향년 9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전두환씨는 마지막 순간까지 반성도 사과도 없이 떠났다.
오히려 전씨는 1980년 '5월 광주'에 대한 자신의 책임이 없다고 망언·왜곡을 일삼으며 5·18과 관련된 진실은 밝히지 않은 채 떳떳한 태도로 일관했다.
전씨는 '5·18 특별법'에 따라 군사반란과 내란행위로 처벌받은 후에도 "광주는 총기를 들고 일어난 폭동이다. 계엄군이 진압하지 않을 수 없지 않느냐"는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는 발언을 했는가 하면 "광주하고 나하고 무슨 상관있어?"라며 광주 유혈진압에 대해 모른다고 딱 잡아떼 광주를 더욱 분노케 했다. 급기야 회고록을 통해 "(고 조비오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언급, 이 발언으로 재판정에 서게 됐다.
그런 전씨가 사망하면서 발포명령자, 행방불명자, 헬기사격 책임자 등 5·18민주화운동의 진실규명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 때문에 80년 5월 광주 학살의 발포명령자와 행방불명자, 헬기사격의 책임자 등은 4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밝혀야 할 미완의 과제로 남아있다.
전씨가 사망하자 41년동안 진실규명을 위해 힘겹게 싸워온 5월 단체와 시민들은 허탈함과 함께 분노를 자아냈다.
전씨는 이날 오전 8시45분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 화장실에서 쓰러져 숨졌다. 전씨에 앞서 5·18 학살의 책임이 있는 노태우씨도 지난달 26일 사망했다.
전씨와 노씨는 1987년 12·12 군사 쿠데타 이후 1980년 5월 민주화운동 당시 자위권 발동 결정과 헬기 지원 등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 1995년 5·18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이들은 구속돼 재판을 받았다. 검찰과 법원은 12·12 사태와 5·18민주화운동 진압 등을 군사반란과 내란행위로 판단했고 전두환과 노태우에게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17년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전씨는 사면 후 출소한 뒤 각계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5·18과 관련된 진실은 밝히지 않았다. 오히려 회고록 등에서 자신의 행동을 정당한 것처럼 왜곡했고, 역사적 사실을 은폐하기 바빴다.
전씨는 2017년 4월 발간한 회고록 1권 '혼돈의 시대'에서 '5·18 당시 헬기 기총 소사는 없었던 만큼 조비오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다. 조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다'라고 표현,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전씨 측은 1심 때부터 고의적인 재판 지연 의혹 받았다. 결국 법원은 기소 10개월만에 전씨에 대해 구인장을 발부했고, 그제야 전씨는 2019년 3월11일 광주 재판에 처음 출석했다. 당시 전씨는 '발포명령을 부인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왜이래!'라고 소리를 질러 유족과 국민들에게 공분을 사기도 했다.
전씨는 결국 지난해 1심에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곧바로 항소했다. 그의 변호인은 최근 열린 항소심 재판에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군사 쿠데타와 5·18 유혈 진압을 비롯한 전씨의 과오에 대해 '사격은 없었고 정당한 절차였다'며 사과하지 않았다. 결국 전씨가 사망하면서 '사자명예훼손' 재판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예정이다.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첫 재판이 물거품이 된 것이다.
발포명령 역시 당시 군 최고 실권자였던 전씨가 광주의 시위 진압상황을 보고받았다는 다수의 증언과 자료 등을 토대로 최종 발포명령자일 것으로 추정만 할 뿐이다. 5·18 당시 사라진 행방불명자들도 묻힌 곳과 규모 등이 여전히 밝혀지지 않으면서 시신조차 발견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5·18기념재단과 5월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는 "전두환이 사망했더라도 역사적 심판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도 "전씨의 사망에도 불구하고 법률이 부여한 권한과 책임에 따라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엄정한 조사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입장을 표명했다.
전씨가 마지막까지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고 사망하자 광주 시민사회는 분노와 허탈감에 빠졌다.
대학생 김민지(23)씨는 "그동안 몇 번의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사죄는 물론 참회조차 하지 않고 떠났다"며 "부디 사후에라도 죗값을 치렀으면 좋겠다"고 했다. 회사원 이진수(33)씨도 "국가 권력이 시민들을 유혈 진압해 수많은 희생자를 낳게 한 것은 그 어떤 이유로도 용서받을 수 없는 죄악인 만큼 전씨는 죽어서도 용서를 빌어야 할 것"이라며 "그가 내지 않은 수백억원의 추징금은 꼭 환수하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전씨가 사죄의 말 한마디 없이 사망함으로써 국민들도 허탈감을 가지고 있을 것 같다. 그가 죽었다고 해도 학살 최고 책임자의 죄는 사라지지 않았다"면서 "그의 후안무치한 모습을 광주 시민들은 잊을 수가 없다. 집단발포와 헬기사격 책임자인 그를 역사의 심판대에 세우겠다"고 밝혔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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