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은 전두환과 다를까···생존 전직 대통령 이명박근혜의 5·18 인식

입력 2021.11.25. 18:01 주현정 기자
'학살' 전두환, 사죄없이 사망했는데
李·朴, 5·18기념식 취임 첫해만 참석
'임 행진곡' 논란 일고 기념사도 배제
'경제' '명복' 무성의한 앵무새 방명록
전두환의 죽음으로 생존해 있는 전직 대통령은 이명박, 박근혜 등 단 둘 뿐인 가운데 국립5·18민주묘지 방명록 속 이명박, 박근혜 메시지.

사적 욕망을 채우기 위해 국가 권력을 찬탈한 뒤 민주화운동 대학살까지 자행한 전두환이 결국 한 마디 사죄없이 생을 마감하면서 이제 남은 생존 전직 대통령은 단 2명으로 추려진다. 재임 시설 각종 비리 의혹과 관련해 교정시설에 수감중인 탓에 공개석상에서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이명박, 박근혜다.

불법쿠데타와 광주학살 등 군사독재정권 책임자로 '역겨운 삶을 살다 죄인으로 죽었다'는 악평까지 받고 있는 전두환의 사망을 계기로 재임 동안 민주화운동 폄훼와 왜곡 등을 사실상 방치한 대통령이라는 오명이 붙은 이 둘에게도 관심이 쏠린다.

이명박, 박근혜의 5·18 인식 태도는 여러 측면에서 닮아있다.

국립5·18민주묘지를 방문한 시기와 횟수, 추모 메시지 속내까지도 공교롭게도 비슷한 구석이 많다.

이 둘 모두는 대통령 후보 시절 각각 3차례 민주묘지를 참배했다. 취임 후에는 첫 해 기념식 참석이 전부다.

이명박은 2006년 5월과 2007년 5월, 2007년 10월에 망월동을 찾았다. 한나라당 대통령 경선 후보로 전국 순회 차원의 광주 방문이었다.

그는 방명록에 '경제발전으로 (오월)정신을 이어가겠다', '화합과 번영의 축이 되기를 기대한다', '경제 살리기로 숭고한 희생정신을 살리겠다'는 메시지를 남겼는데, 하나같이 경제 논리에 입각한 정신 계승을 강조했다.

이명박의 5·18 홀대는 이듬해 대통령에 취임한 후 노골화됐다. 첫 해를 제외하곤 임기 내내 기념식에 불참 한 것은 물론 민주화운동의 대표곡인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금지에 국무총리가 대독하곤 했던 대통령의 기념사 마저 공식 식순에서 제외시켜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여당 국회의원과 진영에서의 5·18 왜곡, 폄훼 등은 심각한 사회문제로까지 대두됐었지만 정부 차원의 수습 노력은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다.

박근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명박과 제17대 대통령 한나라당 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였던 2007년 5월 묘지를 방문한 이후 5년만인 2012년에야 2차례 더 참배에 나섰다.

박근혜는 그러면서 '민주화를 위해 산화하신 영령들의 명복을 빕니다', '민주화를 위해 산화하신 영령들의 명복을 빕니다', '숭고한 희생을 하신 영령들의 명복을 빕니다'와 같은 방명록을 남겼다.

방문 일자가 함께 기록되지 않았다면 각기 다른 날 내놓은 메시지라고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의 '앵무새'형이다. 대한민국의 근간인 오월 민주화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의지가 진실인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기도 하다.

박근혜 역시 해당 방명록을 남긴 이후 대통령 취임 첫 해인 2013년을 제외하고 4년만에 국민들에 의해 불명예 하야한 2016년까지 묘지를 찾지 않았다.

전임자 시절부터 이어져 온 논란이었던 '임 행진곡' 제창 문제는 국론 분열을 이유로 거부했고, 역사 왜곡 교과서 발행과 북한군 침투 궤변 등 각종 5·18 폄훼도 사실상 외면했었다.

1980년 5월 그날 광주에서 신군부의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몬신욜 신부의 조카인 조영대 신부는 "전두환이 죽음조차 유죄인 이유는 역사적 진실을 부정하고, 사법 정의를 농단하면서도 성찰 없이 생을 마감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남아있는 전직 대통령이라는 자들도 오월정신 훼손에 앞장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인물들 뿐 이라 안타까울 따름"이라며 "대한민국이 바로 서기 위해서는 나라의 근간인 민주주의가 올곧게 확립되어야 한다. 앞으로의 5년은 100년 후 대한민국의 종착점을 정할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그 길로 나아가는 나침반을 누구에게 쥐어줄 지 고심해 보아야 할 때이다"고 말했다.

주현정기자 doit85@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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