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朴, 5·18기념식 취임 첫해만 참석
'임 행진곡' 논란 일고 기념사도 배제
'경제' '명복' 무성의한 앵무새 방명록
사적 욕망을 채우기 위해 국가 권력을 찬탈한 뒤 민주화운동 대학살까지 자행한 전두환이 결국 한 마디 사죄없이 생을 마감하면서 이제 남은 생존 전직 대통령은 단 2명으로 추려진다. 재임 시설 각종 비리 의혹과 관련해 교정시설에 수감중인 탓에 공개석상에서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이명박, 박근혜다.
불법쿠데타와 광주학살 등 군사독재정권 책임자로 '역겨운 삶을 살다 죄인으로 죽었다'는 악평까지 받고 있는 전두환의 사망을 계기로 재임 동안 민주화운동 폄훼와 왜곡 등을 사실상 방치한 대통령이라는 오명이 붙은 이 둘에게도 관심이 쏠린다.
이명박, 박근혜의 5·18 인식 태도는 여러 측면에서 닮아있다.
국립5·18민주묘지를 방문한 시기와 횟수, 추모 메시지 속내까지도 공교롭게도 비슷한 구석이 많다.
이 둘 모두는 대통령 후보 시절 각각 3차례 민주묘지를 참배했다. 취임 후에는 첫 해 기념식 참석이 전부다.
이명박은 2006년 5월과 2007년 5월, 2007년 10월에 망월동을 찾았다. 한나라당 대통령 경선 후보로 전국 순회 차원의 광주 방문이었다.
그는 방명록에 '경제발전으로 (오월)정신을 이어가겠다', '화합과 번영의 축이 되기를 기대한다', '경제 살리기로 숭고한 희생정신을 살리겠다'는 메시지를 남겼는데, 하나같이 경제 논리에 입각한 정신 계승을 강조했다.
이명박의 5·18 홀대는 이듬해 대통령에 취임한 후 노골화됐다. 첫 해를 제외하곤 임기 내내 기념식에 불참 한 것은 물론 민주화운동의 대표곡인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금지에 국무총리가 대독하곤 했던 대통령의 기념사 마저 공식 식순에서 제외시켜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여당 국회의원과 진영에서의 5·18 왜곡, 폄훼 등은 심각한 사회문제로까지 대두됐었지만 정부 차원의 수습 노력은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다.
박근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명박과 제17대 대통령 한나라당 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였던 2007년 5월 묘지를 방문한 이후 5년만인 2012년에야 2차례 더 참배에 나섰다.
박근혜는 그러면서 '민주화를 위해 산화하신 영령들의 명복을 빕니다', '민주화를 위해 산화하신 영령들의 명복을 빕니다', '숭고한 희생을 하신 영령들의 명복을 빕니다'와 같은 방명록을 남겼다.
방문 일자가 함께 기록되지 않았다면 각기 다른 날 내놓은 메시지라고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의 '앵무새'형이다. 대한민국의 근간인 오월 민주화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의지가 진실인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기도 하다.
박근혜 역시 해당 방명록을 남긴 이후 대통령 취임 첫 해인 2013년을 제외하고 4년만에 국민들에 의해 불명예 하야한 2016년까지 묘지를 찾지 않았다.
전임자 시절부터 이어져 온 논란이었던 '임 행진곡' 제창 문제는 국론 분열을 이유로 거부했고, 역사 왜곡 교과서 발행과 북한군 침투 궤변 등 각종 5·18 폄훼도 사실상 외면했었다.
1980년 5월 그날 광주에서 신군부의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몬신욜 신부의 조카인 조영대 신부는 "전두환이 죽음조차 유죄인 이유는 역사적 진실을 부정하고, 사법 정의를 농단하면서도 성찰 없이 생을 마감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남아있는 전직 대통령이라는 자들도 오월정신 훼손에 앞장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인물들 뿐 이라 안타까울 따름"이라며 "대한민국이 바로 서기 위해서는 나라의 근간인 민주주의가 올곧게 확립되어야 한다. 앞으로의 5년은 100년 후 대한민국의 종착점을 정할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그 길로 나아가는 나침반을 누구에게 쥐어줄 지 고심해 보아야 할 때이다"고 말했다.
주현정기자 doit85@mdilbo.com
- 비상계엄 속 5.18의 기억, 광주시가 보여준 단호한 대응 강기정 광주시장이 4일 새벽 광주시청 집무실에서 구청장 등과 방송을 시청하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광주시 제공 지난 3일 밤 갑작스럽게 선포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광주시의 공직자들은 유독 더 긴장되고 길었던 밤을 보냈다.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대규모 군사 진압과 폭력이라는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한 긴박한 상황에 높였기 때문이다. 광주시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의 기억이 트라우마로 자리 잡은 도시인 만큼 이번 사태에 대한 대응도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고 빠르게 전개됐다.4일 광주시가 밝힌 '비상계엄 상황 대처 현황'을 살펴보면, 윤 대통령이 전날 오후 10시30분 비상계엄을 선포함에 따라 광주시는 즉각적으로 대응 체계를 가동했다.오후 10시 31분 대통령 담화 직후 이상갑 문화경제부시장이 강기정 시장에게 상황을 유선으로 최초 보고했다. 법무부 법무실장(검사장급)을 역임하기도 한 이 부시장은 비상계엄의 위헌적 요소를 짚어냈다. 이를 바탕으로 강 시장은 10시 42분 '비상계엄 체제 유지 필요' 지시를 내리고, 안전정책관실과 긴밀한 협력을 주문했다.오후 10시 58분 강 시장이 시청에 도착해 최초 대책회의를 시작으로 상황을 총괄하면서 긴급 회의와 주요 조치가 신속하게 이뤄졌다.오후 11시 계엄사령부의 초기 포고령이 발표됨에 따라 11시9분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간부 공무원 긴급 소집이 이뤄졌다. 이후 재난상황실에서는 실국장과 관련 공무원들과 비상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11시30분에는 계엄군의 '국회 봉쇄' 등 헌법적 가치와 충돌하는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비상계엄에 대응하기 위해 연석회의를 마련하고자 결정하고, 각 자치구, 종교계, 교육계 등 각계각층에 연대 필요성을 타진했다.오후 11시 35분부터 31사단과의 협력을 통해 지역계엄사령부 동향 파악을 지속했다.강기정 광주시장이 4일 새벽 시청 중회의실에서 광주시의회, 광주 5개 자치구, 5·18단체,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 종교단체 대표자들과 '광주 비상계엄 무효선언 연석회의'에 참석해 회의를 하고 있다./광주시 제공4일 자정이 넘은 직후 실국장 간부 회의가 진행됐다. 이어 0시 11분 시청 중회의실에서 시장, 구청장, 시·구의원, 시민사회단체, 종교계, 대학총장 등 교육계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헌법수호 비상계엄 무효 선언' 연석회의가 열렸다. 계엄사령부 포고령에 따라 일체의 정치적 성격을 띄는 집회나 모임은 처벌 받을 수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연락을 받은 인사들 대부분이 신속히 모였다.이들은 1시10분 연석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반헌법적 비상계엄은 무효이며, 국회의 의결에 따라 즉각 해제하라고 촉구했다. 이후 연석회의 결과를 근거로 광주시는 시민들과의 공조를 강화해 계엄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오전 1시께 국회 본회의에서 비상계엄령 해제 요구 결의가 가결되고, 이에 따라 계엄군이 국회에서 퇴각함에 따라 광주시 내부에서도 다소 안도의 분위기가 감돌았다. 그럼에도 안심할 수만은 없는 긴장이 이어지던 가운데 오전 4시 30분 대통령이 비상계엄 해제를 공식 발표하며 상황이 일단락됐다.강기정 광주시장이 4일 새벽 시청 중회의실에서 '광주 비상계엄 무효선언 연석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광주시 제공박광석 광주시 대변인은 "광주는 무엇보다 5·18을 경험한 도시이기 때문에 최악의 순간까지도 예상을 하고 더 긴장하면서 대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석회의에 모이는 것 자체가 체포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그렇게도 많은 원로들과 인사들이 올 줄 몰랐다"며 "역시 광주는 다르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박 대변인은 또 "지금이야 비상계엄이 풀려서 그렇지만,시장님도 몇번이고 '감옥에 가더라도 우리가 해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당시에는 매우 급박한 상황이었다"고 회상했다.한편, 강 시장은 반헌법적인 비상계엄을 규탄하기 위해 당일 시민들과 연대해 오전 9시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광주시민 비상시국대회'에 참석했다. 이어 정오에는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주최 비상시국대회에도 참여했다.이후 오후 1시 10분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들과 함께 국회의장을 면담하고 오후 2시에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하며 윤 대통령의 책임을 촉구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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