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시작해 15년 동안 이어져와
항쟁지도부부터 주변부까지 재조명
獨, 80년 5월 세계 최초로 알려진 나라
재독한인들, 매년 오월민중제 열어와
계기·의미·미래까지 총 5부에 담아내
80년 5월 그날의 진실 규명을 위해 '더 늦기 전에' 시작했던 5·18기념재단의 구술 채록집 사업이 15년째 지속돼 그날에 대한 다양한 증언과 기억이 모아지고 있다. 당시 항쟁지도부에서 활동했던 활동가를 시작으로 종교계로 이어진 구술 채록은 송백회 편을 기점으로 그동안 '주변부'로 여겨졌던 이들의 활동상이나 특정 집단에서 경험했던 당시 상황을 담는 것으로 확장되고 있다.
최근에는 11번째 '구술생애사를 통해 본 5·18의 기억과 역사'가 발간됐다. 올해는 80년 광주의 상황이 세계 최초로 알려졌던 독일에 주목한다. 독일은 교민 뿐만 아니라 현지인이 함께 한국의 민주화를 위해 연대한 지역이기도 하다. 또 독일의 한인들은 매년 5월이면 재유럽오월민중제를 열고 있다. 40여년 동안 한해도 거르지 않고 열리고 있는 추모제다.
이번 편은 이러한 독일 내부 상황에 대한 물음의 답을 실었다. 어떤 이유로 오월을 기리게 됐고 그들의 삶에서 오월은 어떤 의미인지 등을 묻는다.
1부는 재독 한인 운동사에서의 오월의 의미를, 2부는 파독 간호사 출신 여성들의 생애사를, 3부는 재유럽오월민중제를 이끌어 온 3인의 생애사를, 4부는 재독 운동의 맥락을, 5부는 2세대 독일 청년 활동가와의 대화를 담았다.
이번 편은 정진헌 국립통일교육원 교수가 엮었다. 정 교수는 독일에서 연구원 등으로 있던 시절부터 현지조사를 오랜 기간 진행하며 독일 내 한인들의 삶 속에서 그들을 관찰해온 바 있다. 재단은 이번 편을 발간하기 위해 2015년 독일 현지를 방문했으며 2019년엔 민중제를 이끌어 오고 있는 재독한인들과의 간담회를 갖는 등 사전 작업을 거쳤다. 이후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해 약 2년여 만에 이번 독일편을 완성했다.
재단은 이번 편 주제로 독일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광주 밖에서의 연대'를 들었다.
박진우 5·18기념재단 연구소 실장은 "1980년 당시에 광주에 주목했던 광주 바깥의 지점으로서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이들은 연대를 통해 80년 5월의 진실 규명을 함께 해줬다. 이같은 광주 밖에서의 연대는 외로운 섬 같았던 시민들에게 큰 힘이 됐음에 이들에 대한 조명이 필요하다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완성된 '구술생애사를 통해 본 5·18의 기억과 역사'는 관계기관과 연구자 등으로 보내져 연구, 교육 콘텐츠 생산에 도움될 수 있도록 한다. 재단 역시 향후 '텍스트' 자료로만 남기지 않고 이것을 활용해 다양한 자료나 콘텐츠로 제작할 계획이다.
재단은 그 다음편으로 청소년 편을 검토 중이다. 80년 5월 당시 10대로서 항쟁에 참여했던 이들에 대한 구술을 채록한다. 미래세대 교육에 있어 '어른들의 영웅적' 활동이 아닌 같은 나이 또래의 일상이 그날의 아픔과 정신에 공감할 수 있는 중요한 지점이라고 판단했다.
박 실장은 "구술생애사 발간 사업은 당시 활동하셨던 분들이 점점 연로해가는 상황에서 진실규명을 위한 아카이브 사업으로 시작했다"며 "9편인 송백회 편을 시작으로 간호사 편으로 이어지며 그동안 '주변부'라 생각되던 분들의 활동상이나 이들의 증언을 채록하기 시작했다. 앞으로도 오월 정신의 확장을 위해 연구, 교육,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분야, 집단이 조명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구술생애사를 통해 본 5·18의 기억과 역사'는 지난 2006년 교육가 편을 시작으로 사회운동가, 농민운동가, 공직자, 천주교, 사회활동가2, 기독교, 불교·원불교, 송백회, 간호사까지 이어져왔다. 책은 전국 주요 250여개 대학 도서관이나 전국 작은 책방 오월서가에서 만나볼 수 있으며 재단으로 연락하면 우편으로 받아볼 수도 있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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