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한 전두환·노태우 조사도 못해…활동 1년 남아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출범한지 2년이 다 돼가지만 부실한 조사로 아직 조사가 끝나지 않는 일부 사건을 서둘러 발표하거나 뚜렷한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조사위의 2년 동안의 활동성과가 무명열사 신원 확인과 5·18 진압 공수부대원의 사죄 등에 그치면서 발포명령자,행방불명자 암매장 장소 등에 대한 진실을 규명해야 할 산적한 과제에는 접근하지 못함에 따라 지역민들의 실망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27일 출범 2주년을 맞아 비대면 '대국민 보고회'를 개최하고 그동안의 성과를 발표했다.
조사위는 이날 ▲전두환 전 보안사령관의 광주 진압작전 개입 ▲비무장 민간인 살상사건 추가 확인 ▲가매장 후 시체처리팀 운용 가능성 ▲행방불명자 신원 확인 ▲북한군 침투설 허위사실 확인 등을 새롭게 밝혀냈다고 알렸다.
이 중 상당수는 이전부터 확인된 사실들로, 새롭게 밝혀진 것은 행방불명자 1명의 신원을 뒤늦게 확보한 것밖에 없었다.
조사위는 2군사령부 작성 문건인 '광주권 충정작전 간 군 지시 및 조치사항'에 80년 5월 23일 진종채 2군사령관이 충정작전(광주재진입작전)을 건의한 문서에 '각하께서 "Good Idea"'라고 발언한 사실이 기재돼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사실은 지난 2019년 5월 발표된 자료에서 이미 확인됐다. 당시 확보된 자료에는 2군 사령부가 계엄군이 전남도청에서 시 외곽으로 철수한 21일 이미 진압 작전을 마련하고 23일 오전 2시 작전을 수행하겠다는 계획을 육군본부 회의에서 건의했고, 국방부 장관의 지침으로 25일 오전 2시로 연기된 해당 작전은 결국 27일 새벽 돌입됐다는 내용까지 추가돼 있다.
시체처리팀 운용도 마찬가지다. 5·18역사왜곡처벌농성단이 지난 2019년 4월 19일 정호용에게 보낸 질의서에는 '암매장·가매장 시신처리'에 대한 질문도 포함됐다. 농성단은 당시 허장환씨의 증언을 인용해 "1980년 6월 내내 광주 국군통합병원에 설치된 대형 소각로에서 밤낮으로 시체를 소각했고, 1990년 특전사가 사체처리반을 광주지역에 내려보냈다"며 "특전사의 총 책임자인 정씨가 사체처리반의 실체와 시신 처리의 모든 결과를 밝혀라"고 촉구했다.
조사위는 2년 동안의 조사 과정에서 시체처리팀의 존재 여부가 아닌 그 규모와 암매장·가매장 위치 등을 파악했어야 했지만 예전 자료를 되풀이하기 바빴다.
북한군 침투설의 경우 해당 사실을 주장한 지만원씨가 법정에서 패소함으로써 사실상 결론이 나온 것을 이번 대국민 보고회에서 되풀이했다.
특히 가장 먼저 조사가 됐어야 할 전두환씨와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전혀 이뤄지지도 않아 5·18이 미완에 남도록 방치했다는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김영훈 5·18 유족회장은 "조사위가 발족한지 2년이 넘었지만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고 과거 나온 의혹들에 대한 확인 작업도 더디다"며 "조사위 활동이 이제 1년 남았다. 조만간 5·18기념재단 상임이사 등을 만나 빠른 조사 등을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5·18당시 도청 앞 시위에 참여했다는 류모(73·광주 북구)씨는 "기대를 모았던 조사위의 활동에 실망감이 크다"면서 "조사위는 남은 기간 누구를 어떻게 조사하고, 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하고 실질적인 진상규명에 한발짝 다가갈 수 있는 의미있는 결과물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 전두환 미화 합천 '일해공원' 명칭 변경하자...광주도 가세 경남 합천군 일해공원에 세워진 표지석 뒷부분. '이 공원은 대한민국 제12대 전두환 대통령이 출생하신 자랑스러운 고장임을 후세에 영원히 기념하고자 대통령의 아호를 따서 일해공원으로 명명하여 이 표지석을 세웁니다'라는 글이 전두환씨의 친필로 새겨져 있다. 5·18기념재단 제공 5·18민주화운동 학살의 주범으로 꼽히는 전두환씨를 미화한 경남 합천군 '일해(日海)공원'의 명칭을 다시 변경하기 위해 광주 지역사회도 힘을 모으고 있다.5·18기념재단은 오는 12일 12·12 군사반란일에 맞춰 5·18단체 및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일해공원을 방문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고 3일 밝혔다.일해공원은 지난 2004년 8월 합천군이 68억원 들여 조성한 공원이다. 조성 당시 이름은 '새천년 생명의 숲'이었으나, 2007년 1월19일 합천군 군정조정위원회가 합천군 출신인 전두환씨의 아호 '일해'를 따서 이름을 일해공원으로 변경했다.일해공원에 세워진 표지석에는 앞부분에 일해공원이라는 명칭이, 뒷부분에는 '이 공원은 대한민국 제12대 전두환 대통령이 출생하신 자랑스러운 고장임을 후세에 영원히 기념하고자 대통령의 아호를 따서 일해공원으로 명명하여 이 표지석을 세웁니다'라는 글이 전두환씨의 친필로 새겨져 있다.합천군은 현재까지 일해공원이라는 명칭을 고시하지 않고 임의로 사용하는 중이다.이 때문에 17년째 공원 명칭을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합천군 시민·사회단체 10곳이 지난 2019년부터 '생명의 숲 되찾기 합천군민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를 결성하고 명칭 변경 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지역사회 이해관계 때문에 공론화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경남 합천군 일해공원에 세워진 표지석 앞부분. 일해공원이라는 명칭이 전두환씨의 친필로 새겨져 있다. 5·18기념재단 제공실제 2021년 12월에는 운동본부가 '생명의 숲으로 이름을 돌려달라'는 내용의 청원을 접수하자 이를 반대하는 일부 주민들이 공원 명칭 변경 불가 청원서를 제출하는 맞불을 놨다.또 이듬해에는 '합천군 일해공원 지명위원회'가 2차례 열렸으나 명칭 변경 결정이 모두 보류됐으며, 지난해 6월 다시 열린 지명위원회에서 명칭 변경이 부적합하다고 결론이 나왔다. 지난 7월에도 문제 해결을 위해 주민 공론화를 추진했으나 실패했다.운동본부는 지난달 15일에도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중대한 범죄를 저질러 사법부로부터 유죄선고를 받은 자에 대해서는 기념물을 조성할 수 없도록 법률을 제정해달라"는 내용의 청원서를 올렸다. 청원이 받아지려면 등록 30일째인 오는 15일까지 5만명 이상 동의해야 하지만 이날 오후 5시 기준 8천659명만 동의했다. 이에 재단은 일해공원 명칭 변경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이번 방문을 결정했다.현재 5·18 공법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회), 광주시민단체협의회, 광주진보연대, 광주전남대학민주동우회협의회,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 등 8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구체적인 일정이 잡힌 것은 아니지만 일해공원에 도착해 운동본부와 함께 국민들에게 청원을 독려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합천군청으로 이동해 군청 앞에 심어진 전두환씨 기념식수를 제거하는 퍼포먼스를 펼칠 계획이다. 합천군에 항의서한 전달도 검토 중이다.재단 관계자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전두환씨는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를 받을 수 없고 받아서도 안 된다. 합천군은 출생지역이라는 이유로 그(전두환)를 미화하기보다 그가 저지른 범죄를 기억해야 한다"며 "굴곡진 역사를 곧게 펴지 않으면 생각지도 못한 사이 퇴행의 싹을 틔우게 된다. 일해공원 명칭 변경을 위한 청원에 함께 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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