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하고 웃으며 귀가하던 박금희 열사를 잊을 수 없네요"

입력 2022.05.13. 18:35 김종찬 기자
광주기독병원, 5·18 재조명 세미나 개최
당시 활동했던 의료진 생생한 경험담 강연
13일 오후 3시 광주기독병원 제중홀에서 '5·18 기억하는 사람들; 선한 사마리아인 정신과 생명나눔'을 주제로 열린 5·18 재조명 세미나에서 안성례 당시 간호감독이 강연을 하고 있다.

"헌혈을 하고 귀가하던 중 계엄군이 쏜 총에 맞아 죽은 박금희 열사를 잊을 수 없네요. 분명 병원을 나설 땐 환히 웃는 모습이었는데 채 1시간도 되지 않아 죽은 채 병원으로 되돌아왔는데 안놀랄 사람이 있었을까요. 당시 모든 의료진이 충격에 휩싸였어요."

1980년 5월 21일 광주기독병원에서 간호감독으로 근무했던 안성례 전 오월어머니집 관장은 42년전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1시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단발머리 여고생의 삶과 죽음을 함께 겪었던 기억은 지금까지 강렬하게 뇌리가 남아있을 정도로 평생동안 간직해온 '그날의 아픔'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13일 광주기독병원 제중홀에서 '5·18 기억하는 사람들; 선한 사마리아인 정신과 생명나눔'을 주제로 열린 5·18 재조명 세미나에는 당시 계엄군에 의해 부상을 입은 시민들을 대상으로 의료 활동을 펼친 이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펼쳐졌다.

'값진, 이름도 없는 붉은 피'를 주제로 강연에 나선 김성봉 당시 응급실장은 "1980년 5월 21일은 따뜻하고 유난히 햇살이 좋은 날이었다"며 "이와 반대로 5월 18일 이후 계엄군의 군화발에 짓밟혀 부상을 입은 시민들이 끊임없이 내원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게다가 5월 21일 계엄군의 집단발포 이후 환자 수혈용 피가 모자랐는데 시민군의 헌헐 호소 방송을 듣고 병원 앞에 모인 수백여명의 시민들이 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기도 했다. 당시 느꼈던 코끝 시리는 뭉클함이 아직도 생생하다"면서 "5·18민주화운동은 시민군과 의료진 뿐만 아니라 당시 광주에 살고 있던 모든 시민들이 주인공이었다"고 밝혔다.

'5·18 자료 수집 회고' 주제로 강연한 박천준 당시 간호과 직원은 "계엄군이 쏜 총을 맞은 한 시민군의 수술 이후 그의 몸에서 나온 총알 사진을 40년이 지난 지금까지 집에서 관리하고 있었다. 그 환자가 첫 총상 환자였다"면서 "그 외에 병원 인근 뿅뿅다리에서 수집한 시민군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막대기 등 다양한 물품을 수집, 관리해왔다. 죽음으로 이 땅을 사수한 시민들의 삶이 헛되지 않도록 수집한 물품들을 기증하게 됐다"고 소회했다.

강연이 끝난 박씨는 42년 전 당시 찍은 사진을 5·18광주민주화운동기록관에 기증했다. 해당 사진은 총상 환자에서 적출된 M16(계엄군이 사용하던 총) 총알의 실물이다.

한편 기독병원은 지난 9일부터 제중역사관 입구에 5·18 당시 병원 현장을 담은 사진전 '기억하는 사람들'을 열고 있다. 사진전은 ▲사진전 개최 의의 ▲5·18부상자 진료 현황 ▲부상자 의무기록지 ▲수술자료 ▲박금희 열사 소개 ▲응급실 상황 등 10장으로 구성됐다. 또 당시 시민군이 실제 사용했던 태극기, 광주대교구가 발행한 '광주의거 자료집' 세 권도 함께 전시됐다. 이번 사진전은 오는 20일까지 열린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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