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활동했던 의료진 생생한 경험담 강연
"헌혈을 하고 귀가하던 중 계엄군이 쏜 총에 맞아 죽은 박금희 열사를 잊을 수 없네요. 분명 병원을 나설 땐 환히 웃는 모습이었는데 채 1시간도 되지 않아 죽은 채 병원으로 되돌아왔는데 안놀랄 사람이 있었을까요. 당시 모든 의료진이 충격에 휩싸였어요."
1980년 5월 21일 광주기독병원에서 간호감독으로 근무했던 안성례 전 오월어머니집 관장은 42년전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1시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단발머리 여고생의 삶과 죽음을 함께 겪었던 기억은 지금까지 강렬하게 뇌리가 남아있을 정도로 평생동안 간직해온 '그날의 아픔'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13일 광주기독병원 제중홀에서 '5·18 기억하는 사람들; 선한 사마리아인 정신과 생명나눔'을 주제로 열린 5·18 재조명 세미나에는 당시 계엄군에 의해 부상을 입은 시민들을 대상으로 의료 활동을 펼친 이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펼쳐졌다.
'값진, 이름도 없는 붉은 피'를 주제로 강연에 나선 김성봉 당시 응급실장은 "1980년 5월 21일은 따뜻하고 유난히 햇살이 좋은 날이었다"며 "이와 반대로 5월 18일 이후 계엄군의 군화발에 짓밟혀 부상을 입은 시민들이 끊임없이 내원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게다가 5월 21일 계엄군의 집단발포 이후 환자 수혈용 피가 모자랐는데 시민군의 헌헐 호소 방송을 듣고 병원 앞에 모인 수백여명의 시민들이 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기도 했다. 당시 느꼈던 코끝 시리는 뭉클함이 아직도 생생하다"면서 "5·18민주화운동은 시민군과 의료진 뿐만 아니라 당시 광주에 살고 있던 모든 시민들이 주인공이었다"고 밝혔다.
'5·18 자료 수집 회고' 주제로 강연한 박천준 당시 간호과 직원은 "계엄군이 쏜 총을 맞은 한 시민군의 수술 이후 그의 몸에서 나온 총알 사진을 40년이 지난 지금까지 집에서 관리하고 있었다. 그 환자가 첫 총상 환자였다"면서 "그 외에 병원 인근 뿅뿅다리에서 수집한 시민군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막대기 등 다양한 물품을 수집, 관리해왔다. 죽음으로 이 땅을 사수한 시민들의 삶이 헛되지 않도록 수집한 물품들을 기증하게 됐다"고 소회했다.
강연이 끝난 박씨는 42년 전 당시 찍은 사진을 5·18광주민주화운동기록관에 기증했다. 해당 사진은 총상 환자에서 적출된 M16(계엄군이 사용하던 총) 총알의 실물이다.
한편 기독병원은 지난 9일부터 제중역사관 입구에 5·18 당시 병원 현장을 담은 사진전 '기억하는 사람들'을 열고 있다. 사진전은 ▲사진전 개최 의의 ▲5·18부상자 진료 현황 ▲부상자 의무기록지 ▲수술자료 ▲박금희 열사 소개 ▲응급실 상황 등 10장으로 구성됐다. 또 당시 시민군이 실제 사용했던 태극기, 광주대교구가 발행한 '광주의거 자료집' 세 권도 함께 전시됐다. 이번 사진전은 오는 20일까지 열린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 전두환 미화 합천 '일해공원' 명칭 변경하자...광주도 가세 경남 합천군 일해공원에 세워진 표지석 뒷부분. '이 공원은 대한민국 제12대 전두환 대통령이 출생하신 자랑스러운 고장임을 후세에 영원히 기념하고자 대통령의 아호를 따서 일해공원으로 명명하여 이 표지석을 세웁니다'라는 글이 전두환씨의 친필로 새겨져 있다. 5·18기념재단 제공 5·18민주화운동 학살의 주범으로 꼽히는 전두환씨를 미화한 경남 합천군 '일해(日海)공원'의 명칭을 다시 변경하기 위해 광주 지역사회도 힘을 모으고 있다.5·18기념재단은 오는 12일 12·12 군사반란일에 맞춰 5·18단체 및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일해공원을 방문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고 3일 밝혔다.일해공원은 지난 2004년 8월 합천군이 68억원 들여 조성한 공원이다. 조성 당시 이름은 '새천년 생명의 숲'이었으나, 2007년 1월19일 합천군 군정조정위원회가 합천군 출신인 전두환씨의 아호 '일해'를 따서 이름을 일해공원으로 변경했다.일해공원에 세워진 표지석에는 앞부분에 일해공원이라는 명칭이, 뒷부분에는 '이 공원은 대한민국 제12대 전두환 대통령이 출생하신 자랑스러운 고장임을 후세에 영원히 기념하고자 대통령의 아호를 따서 일해공원으로 명명하여 이 표지석을 세웁니다'라는 글이 전두환씨의 친필로 새겨져 있다.합천군은 현재까지 일해공원이라는 명칭을 고시하지 않고 임의로 사용하는 중이다.이 때문에 17년째 공원 명칭을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합천군 시민·사회단체 10곳이 지난 2019년부터 '생명의 숲 되찾기 합천군민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를 결성하고 명칭 변경 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지역사회 이해관계 때문에 공론화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경남 합천군 일해공원에 세워진 표지석 앞부분. 일해공원이라는 명칭이 전두환씨의 친필로 새겨져 있다. 5·18기념재단 제공실제 2021년 12월에는 운동본부가 '생명의 숲으로 이름을 돌려달라'는 내용의 청원을 접수하자 이를 반대하는 일부 주민들이 공원 명칭 변경 불가 청원서를 제출하는 맞불을 놨다.또 이듬해에는 '합천군 일해공원 지명위원회'가 2차례 열렸으나 명칭 변경 결정이 모두 보류됐으며, 지난해 6월 다시 열린 지명위원회에서 명칭 변경이 부적합하다고 결론이 나왔다. 지난 7월에도 문제 해결을 위해 주민 공론화를 추진했으나 실패했다.운동본부는 지난달 15일에도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중대한 범죄를 저질러 사법부로부터 유죄선고를 받은 자에 대해서는 기념물을 조성할 수 없도록 법률을 제정해달라"는 내용의 청원서를 올렸다. 청원이 받아지려면 등록 30일째인 오는 15일까지 5만명 이상 동의해야 하지만 이날 오후 5시 기준 8천659명만 동의했다. 이에 재단은 일해공원 명칭 변경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이번 방문을 결정했다.현재 5·18 공법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회), 광주시민단체협의회, 광주진보연대, 광주전남대학민주동우회협의회,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 등 8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구체적인 일정이 잡힌 것은 아니지만 일해공원에 도착해 운동본부와 함께 국민들에게 청원을 독려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합천군청으로 이동해 군청 앞에 심어진 전두환씨 기념식수를 제거하는 퍼포먼스를 펼칠 계획이다. 합천군에 항의서한 전달도 검토 중이다.재단 관계자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전두환씨는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를 받을 수 없고 받아서도 안 된다. 합천군은 출생지역이라는 이유로 그(전두환)를 미화하기보다 그가 저지른 범죄를 기억해야 한다"며 "굴곡진 역사를 곧게 펴지 않으면 생각지도 못한 사이 퇴행의 싹을 틔우게 된다. 일해공원 명칭 변경을 위한 청원에 함께 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 · 5·18교육관 운영기관에 5·18기념재단 선정
- · 옛 전남도청 복원추진단, 한강 이야기 전시콘텐츠 활용 검토 중
- · 5·18부상자회 "광주경찰, 국가보조금 유용 비리 철저히 수사해야"
- · 5·18기념재단, 5·18 왜곡·폄훼 대응 아이디어 공모전 개최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