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규명 이뤄지길”… 총 6만3천20명 방문
"42년 전 광주시민들에게 항상 미안한 감정이 있다. 우리 세대에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라도 이뤄졌으면 좋겠다."
제42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을 앞둔 주말인 지난 14일과 15일, 국립5·18민주묘지 지역민과 단체를 비롯 가족 단위 참배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15일 오전 시내버스를 이용해 국립묘지를 찾은 이들은 묘지 입구에 활짝 핀 이팝나무의 환영을 받으며 천천히 묘지 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이팝나무는 당시 시민군에게 나눠줬던 주먹밥의 밥풀과 비슷한 꽃잎을 가지고 있어 5·18을 상징하는 나무로 여겨지고 있다.
가장 눈에 띈 것은 주차장 외부 나무에 내걸린 1980년 5월을 기억하며 작성된 시와 그림이었다. 글귀를 천천히 훑어보던 방문객들은 주차장 한 켠에 놓여 있던 영화 '택시운전사' 속 등장했던 택시를 신기한 듯 보기도 했다.
한참 동안 차량을 둘러보던 시민들은 옷 매무새를 가다듬고 민주의 문으로 발걸음을 옮겨 방명록을 작성했다.
방명록에는 '잊지 않겠습니다', '광주, 민주의 이름으로 영원히 기억되길', '나는 오월의 시민들이 자랑스럽습니다', '시대의 어둠을 넘어 대동 세상을 만나다' 등 다양한 단체와 개인이 적은 글귀가 가득했다.
방명록 작성 후 민주묘지 기념탑으로 이동하자 가장 처음 보인 것은 3일 후 제42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준비를 위해 설치 중인 각종 시설물이었다.
참배객들은 이를 뒤로 하고 묘역에 잠들어 계신 오월 영령들을 마주하기 위해 분주히 이동했다.
4살 아들·3살 딸과 함께 묘역을 방문한 김모(44)씨는 "아직 아이들이 어려 5·18에 대해 잘 모른다. 나도 학창시절 선생님들로부터 배운 게 전부다"면서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알려주기 위해 몇 명의 열사들에 대해 공부해왔다. 5월이 아니더라도 시간이 되면 아이들과 종종 방문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3년 만에 개방된 유영봉안소, 추모관 등을 둘러보던 참배객들도 추모 분위기를 이어갔다.
앞서 지난 14일에도 국립5·18민주묘지에는 수많은 방문객들로 발 디딜 곳 없었다.
이날 오후 묘역을 찾은 전남대학교 우즈베키스탄 유학생 4명은 "유학을 오기 전부터 광주 5·18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귀국 전 묘지를 방문할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며 "전야제와 18일 당일 열릴 기념식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수완초교 학생 3명은 "선생님이 답사를 하고 느낀 점을 써오라는 숙제를 내주셨다. 부모님께 말씀 드리고 버스타고 친구들끼리만 왔다"면서 "교과서에서만 보던 추모비와 묘역을 직접 눈으로 보니 기분이 묘하다. 묘역에 계신 분들께 감사함을 느낀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14일 기준 국립5·18민주묘지를 방문한 참배객은 총 6만3천20명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던 2020년과 2021년에는 각각 1만6천720명과 1만6천616명이 방문한 데 비해 6배 가량 많이 방문한 것이다. 2019년 묘역을 방문한 4만1천130명에 비해서도 2만여명이 더 많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안혜림기자 wforest@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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