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각지 발길에 '민주성지' 존재감 빛나
42년 전 기리고자…누적 방문객 6만명 '훌쩍'
"광주사람이 아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광주를 순례하는 겁니다. 42년 전 전남도청 앞에서 마지막까지 싸워준 분들에게 미안함과 감사함, 존경심을 전하려고요."
5·18민주화운동 42주기를 나흘 앞둔 14일, 광주 북구 5·18민주묘지에는 수많은 참배객들이 몰려들었다. 전국에서 모여든 인파는 민주묘지를 가득 채우고 광주 전역으로 퍼지며 '성지순례의 물결'을 만들었다.
이날 무등일보 취재진이 직접 걸어본 5·18민주묘지와 충장로 일대의 오월길에는 전국 각지의 시민들이 모여 광주순례를 이어가고 있었다. 존경심과 죄책감, 호기심이 가득 담긴 시민들의 눈빛이 닿자 평범하던 거리 곳곳이 특별하게 빛나 보였다.
518번 버스를 타고 순례길에 올라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5·18민주묘지. 민주묘지 앞까지 빽빽하게 선 시민들이 고조된 추모열기를 짐작하게 했다. 민주묘지 주차장은 서울·부산·충청·경상 등 전국 각지에서 도착한 관광버스로 가득 차 있었다. 각 버스에서 쏟아져나오는 시민들은 제각기 다른 복장으로 다른 사투리를 쓰고 있었지만, 추모탑 앞에서 하얀 국화를 집어드는 조심스러운 손길은 같았다.
묘지 곳곳에서 돌림노래처럼 '임을 위한 행진곡'이 들려왔다.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들도, 지팡이를 짚은 노인도, 대학생들 사이에 함께 선 외국인 유학생도 각자 오월 열사의 묘를 둘러싸고 서서 주먹을 흔들며 노랫소리를 높였다.
이날 처음으로 민주묘지를 방문했다는 부산대 학생 최모(23)씨는 "부끄럽게도 대학생이 되기 전에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한번도 불러본 적이 없었다"며 "오늘만큼은 묘지와 전국에 임을 위한 행진곡이 크게 울려 퍼졌으면 하는 마음에 친구들과 제창했다"고 전했다.
동구 충장로에서도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참배객들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민주광장부터 구)시외버스 공용터미널을 잇는 2㎞ 남짓한 거리는 역사적 중요성을 설명하는 해설사의 목소리와 카메라 셔터 소리로 가득차 '민주화의 성지'로서 존재감을 빛냈다.
여섯 살 아들과 함께 민주광장 시계탑을 바라보던 이정수(43·서울 동대문구)씨는 "십년 전 서울에서 일자리를 얻은 이후 광주를 방문하지 못했다"며 "5·18민주화운동을 왜곡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만큼, 더 늦기 전에 아들에게 정확한 역사를 가르치고 싶어 순례길을 걷고 있다"고 밝혔다.
충북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원인 문성식(63·충북)씨는 "1980년 당시 광주에서 마지막까지 싸워주셨던 분들 덕분에 지금의 민주주의를 누리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살아남은 사람으로서 그들의 희생에 감사를 표하고자 매년 광주를 찾는다"고 말했다.
한편 5·18민주묘지는 지난 1일부터 14일까지 총 6만3천20명의 참배객이 묘지를 방문했다고 밝혔다. 4월까지의 연 누적 참배객 수인 3만4천526명의 두배 수준이다.
수많은 참배객이 묘지를 찾은만큼 순례길인 '오월길'을 걷는 사람도 많았다. '오월길'은 5·18 사적지 54개소(광주 29개소, 전남 25개소)를 연결하며 그물망처럼 퍼져있다.
5·18의 주요 현장을 시간대별로 잇는 '오월 인권길', 시민들이 항쟁을 주도했던 장소를 둘러볼 수 있는 '오월 민중길', 5·18의 뿌리를 따라가는 '오월 의향길', 광주의 미술을 따라 걷는 '오월 예술길', 전남지역의 5·18사적지를 연결하는 '오월 남도길' 등 다섯 갈래다.
안혜림기자 wforest@mdilbo.com
- 5·18단체 "한밤의 느닷없는 비상계엄···80년 5월 떠올라 큰 고통 느껴" 5·18기념재단과 5·18 공법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회)는 4일 오전 9시께 광주 서구 쌍촌동 5·18기념문화센터 내 재단 오월기억저장소에서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 비상 계엄 선포에 대한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 비상회의를 열었다.윤석열 대통령이 비상 계엄령을 선포한 것과 관련해 5·18단체가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와 뜻을 함께 광장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5·18기념재단과 5·18 공법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회)는 4일 오전 9시께 광주 서구 쌍촌동 5·18기념문화센터 내 재단 오월기억저장소에서 긴급 비상회의를 열고 윤 대통령 비상 계엄 선포에 대한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이날 회의에는 원순석 재단 이사장과 박강배 재단 상임이사, 양재혁 유족회장, 조규연 부상자회장, 윤남식 공로자회장 등 단체 집행부 10여명이 참석했다.5·18기념재단과 5·18 공법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회)는 4일 오전 9시께 광주 서구 쌍촌동 5·18기념문화센터 내 재단 오월기억저장소에서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 비상 계엄 선포에 대한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 비상회의를 진행한 뒤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원 이사장은 "지난 밤 윤 대통령의 느닷없는 비상 계엄 선포는 온 나라와 국제사회를 뒤흔들었다. 1980년 5월17일 비상 계엄 전국 확대 이후 44년만이다"며 "5·18 당시를 연상케 했다"고 말했다.이어 "권한을 남용해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반국가세력으로 몰아세웠다. 대통령이 정말 무슨 짓을 저지를지도 모른다는 공포와 분노를 한꺼번에 느꼈다"며 "비상 계엄 선포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양 회장도 "민주주의를 파괴한 명백한 위헌이다.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절대 있어선 안 될 일이다"며 "윤 대통령에게 더 이상 정국정운영을 맡겨선 안 된다. 44년 전을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우리들로서는 엄중한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꼬집었다.이지현 부상자회 상임부회장은 "국회에서 빠르게 대응해 비상 계엄 해제를 의결했지만 윤 대통령이 즉각 해제를 하지 않아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솔직하게 전두환 신군부 시절보다 더 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민주주의도 5·18 이후 불혹이 넘는 시간 동안 많이 발전했다. 국민들에 대한 예의가 아닌 만큼 윤 대통령은 스스로 물러나 법의 심판을 받길 바란다"고 지적했다.한편, 단체들은 이날 회의에서 앞으로 열리는 모든 윤 대통령 탄핵 집회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광주 시민·사회단체와 함께하자고 의견을 모았다.글·사진=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 · 전두환 미화 합천 '일해공원' 명칭 변경하자...광주도 가세
- · 5·18교육관 운영기관에 5·18기념재단 선정
- · 옛 전남도청 복원추진단, 한강 이야기 전시콘텐츠 활용 검토 중
- · 5·18부상자회 "광주경찰, 국가보조금 유용 비리 철저히 수사해야"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