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주기 앞두고 전국서 '순례길' 발걸음···"감사한 마음 전하고파"

입력 2022.05.15. 15:49 안혜림 기자
민주묘지-충장로 일대 오월길 걸어보니
전국 각지 발길에 '민주성지' 존재감 빛나
42년 전 기리고자…누적 방문객 6만명 '훌쩍'
14일 오전 전국 각지의 시민들이 5·18민주묘지를 방문해 오월 영령을 추모하고 있다.

"광주사람이 아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광주를 순례하는 겁니다. 42년 전 전남도청 앞에서 마지막까지 싸워준 분들에게 미안함과 감사함, 존경심을 전하려고요."

5·18민주화운동 42주기를 나흘 앞둔 14일, 광주 북구 5·18민주묘지에는 수많은 참배객들이 몰려들었다. 전국에서 모여든 인파는 민주묘지를 가득 채우고 광주 전역으로 퍼지며 '성지순례의 물결'을 만들었다.

이날 무등일보 취재진이 직접 걸어본 5·18민주묘지와 충장로 일대의 오월길에는 전국 각지의 시민들이 모여 광주순례를 이어가고 있었다. 존경심과 죄책감, 호기심이 가득 담긴 시민들의 눈빛이 닿자 평범하던 거리 곳곳이 특별하게 빛나 보였다.

동구 충장로 일대의 '오월길' 모습.

518번 버스를 타고 순례길에 올라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5·18민주묘지. 민주묘지 앞까지 빽빽하게 선 시민들이 고조된 추모열기를 짐작하게 했다. 민주묘지 주차장은 서울·부산·충청·경상 등 전국 각지에서 도착한 관광버스로 가득 차 있었다. 각 버스에서 쏟아져나오는 시민들은 제각기 다른 복장으로 다른 사투리를 쓰고 있었지만, 추모탑 앞에서 하얀 국화를 집어드는 조심스러운 손길은 같았다.

묘지 곳곳에서 돌림노래처럼 '임을 위한 행진곡'이 들려왔다.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들도, 지팡이를 짚은 노인도, 대학생들 사이에 함께 선 외국인 유학생도 각자 오월 열사의 묘를 둘러싸고 서서 주먹을 흔들며 노랫소리를 높였다.

이날 처음으로 민주묘지를 방문했다는 부산대 학생 최모(23)씨는 "부끄럽게도 대학생이 되기 전에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한번도 불러본 적이 없었다"며 "오늘만큼은 묘지와 전국에 임을 위한 행진곡이 크게 울려 퍼졌으면 하는 마음에 친구들과 제창했다"고 전했다.

14일 오후 충북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을 둘러보고 있다.

동구 충장로에서도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참배객들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민주광장부터 구)시외버스 공용터미널을 잇는 2㎞ 남짓한 거리는 역사적 중요성을 설명하는 해설사의 목소리와 카메라 셔터 소리로 가득차 '민주화의 성지'로서 존재감을 빛냈다.

여섯 살 아들과 함께 민주광장 시계탑을 바라보던 이정수(43·서울 동대문구)씨는 "십년 전 서울에서 일자리를 얻은 이후 광주를 방문하지 못했다"며 "5·18민주화운동을 왜곡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만큼, 더 늦기 전에 아들에게 정확한 역사를 가르치고 싶어 순례길을 걷고 있다"고 밝혔다.

충북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원인 문성식(63·충북)씨는 "1980년 당시 광주에서 마지막까지 싸워주셨던 분들 덕분에 지금의 민주주의를 누리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살아남은 사람으로서 그들의 희생에 감사를 표하고자 매년 광주를 찾는다"고 말했다.

한편 5·18민주묘지는 지난 1일부터 14일까지 총 6만3천20명의 참배객이 묘지를 방문했다고 밝혔다. 4월까지의 연 누적 참배객 수인 3만4천526명의 두배 수준이다.

수많은 참배객이 묘지를 찾은만큼 순례길인 '오월길'을 걷는 사람도 많았다. '오월길'은 5·18 사적지 54개소(광주 29개소, 전남 25개소)를 연결하며 그물망처럼 퍼져있다.

5·18의 주요 현장을 시간대별로 잇는 '오월 인권길', 시민들이 항쟁을 주도했던 장소를 둘러볼 수 있는 '오월 민중길', 5·18의 뿌리를 따라가는 '오월 의향길', 광주의 미술을 따라 걷는 '오월 예술길', 전남지역의 5·18사적지를 연결하는 '오월 남도길' 등 다섯 갈래다.

안혜림기자 wforest@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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