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아픈 역사지만 어둡기만 해야 하나
'무거운 주제' 젊은 세대에게는 낯설어
관심 유발·공동체 정신 세대 공감 한계
매년 반복 행사보다 소통의 장 마련 필요
[42주년 5·18 세대를 뛰어넘어 손 잡자] ④아픈 역사지만 어둡기만 해야 하나
불혹을 넘긴 광주의 오월은 아직도 미완의 진행형이다. 5·18민주화운동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되고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본격 조사활동에 착수한 지 만 2년이 됐지만, 최초 발포 명령자, 집단발포 의혹 등 아직 밝혀지지 않은 진실이 많다.
그렇게 42년이라는 세월이 켜켜이 쌓여가며 그날의 진실이 희미해져 가는 동안, 광주의 비극을 두 눈으로 지켜보며 맞서 싸운 세대와 이후 세대 간의 간극은 갈수록 커져만 가고 있다.
젊은 세대가 5·18에 대해 그들만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마치 성역을 넘고 금기를 깬 것과 다름없다는 인식이 만연하다. 아픈 역사를 겪었던 이들만이 이 역사에 대해 논할 수 있고 공동체 정신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비극의 역사인 오월의 광주에서 희생된 이들을 기억하고 추모하기 위해서는 진지한 태도를 잃지 않아야 한다는 엄숙주의가 젊은 세대에 외면만 불러온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오월의 광주는 엄숙한 분위기 속 과거의 아픔으로만 계승하고 기억해야 하는 것일까. 5·18에 대한 세대적 접점을 넓이기 위한 방법은 없을까.
최근 5·18기념재단이 발표한 '2022년 5·18 인식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5·18민주화운동 인지 여부를 조사한 결과, 5·18에 대해 알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88.7%로 이 중 젊은 연령층인 20대(85.1%)와 30대(90.3%)에서 전년 대비 3.3%, 4.2%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아울러 최근 1년간 5·18과 관련한 소식이나 정보를 얼마나 자주 접하는지 조사한 결과, '한 두 번 접했다'라는 응답이 54.5%로 가장 높았고, '자주 접했다'는 23.6%, '전혀 접한 적 없다'는 22.1%로 나타났다.
5·18을 겪은 기성세대에게 오월의 광주는 잊지 못할 가슴 아픈 역사이지만, 교과서로만 역사를 접한 청년 세대에게 오월의 광주는 낯설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더불어 매년 오월 주간에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는 행사는 청년 세대가 스스로 관심을 갖고 공동체 정신을 공감하는 데 한계를 불러왔다.
즉, 미래를 이끌어 갈, 5·18을 경험하지 않은 세대가 오월의 광주에 대한 기억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각과 방식의 접근법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문화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5·18의 역사적 측면을 조명하는 학술대회도 중요하지만, 5·18 기록물을 바탕으로 여러 콘텐츠를 만들고 활용해 쉽게 5·18을 접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생산자 위주의 제작 방식에서 벗어나 이용자와 소통할 수 있는 방식의 제작이 이뤄져야 한다. 쉽게 말해 과거의 역사만 조명하면서 일방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이 아닌, 시민들의 직접 참여로 이뤄지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등 양방향적인 소통 방식도 필요하다.
청년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직접 5·18 행사를 기획하고 참여할 수 있는 기회와 공간이 확보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를 위해 청년들에게 충분한 지위와 공간이 마련돼야 한다. 이와 함께 오월 주간에 진행되는 5·18기념 행사를 두고 매년 반복되는 형식의 행사보다는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공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프로그램 등이 마련돼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된다.
변재훈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 집행위원장은 "40년이 넘는 세월의 간극을 좁히는 게 쉽지는 않지만, 세대 간 공감과 정신 계승이 이뤄질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의 행사 프로그램을 고민하고 있다"며 "미래 세대의 몫으로 남겨질 오월의 역사가 기억되기 위해서는 결국 청년을 비롯한 청소년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소통의 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처럼 앞으로 5·18 관련 행사가 청년과 청소년을 중심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이들이 설 수 있는 공간을 내주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고, 기성세대는 이 결과에 대해 이해하고 기다려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예지기자 foresight@mdilbo.com
- 5·18단체 "한밤의 느닷없는 비상계엄···80년 5월 떠올라 큰 고통 느껴" 5·18기념재단과 5·18 공법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회)는 4일 오전 9시께 광주 서구 쌍촌동 5·18기념문화센터 내 재단 오월기억저장소에서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 비상 계엄 선포에 대한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 비상회의를 열었다.윤석열 대통령이 비상 계엄령을 선포한 것과 관련해 5·18단체가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와 뜻을 함께 광장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5·18기념재단과 5·18 공법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회)는 4일 오전 9시께 광주 서구 쌍촌동 5·18기념문화센터 내 재단 오월기억저장소에서 긴급 비상회의를 열고 윤 대통령 비상 계엄 선포에 대한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이날 회의에는 원순석 재단 이사장과 박강배 재단 상임이사, 양재혁 유족회장, 조규연 부상자회장, 윤남식 공로자회장 등 단체 집행부 10여명이 참석했다.5·18기념재단과 5·18 공법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회)는 4일 오전 9시께 광주 서구 쌍촌동 5·18기념문화센터 내 재단 오월기억저장소에서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 비상 계엄 선포에 대한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 비상회의를 진행한 뒤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원 이사장은 "지난 밤 윤 대통령의 느닷없는 비상 계엄 선포는 온 나라와 국제사회를 뒤흔들었다. 1980년 5월17일 비상 계엄 전국 확대 이후 44년만이다"며 "5·18 당시를 연상케 했다"고 말했다.이어 "권한을 남용해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반국가세력으로 몰아세웠다. 대통령이 정말 무슨 짓을 저지를지도 모른다는 공포와 분노를 한꺼번에 느꼈다"며 "비상 계엄 선포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양 회장도 "민주주의를 파괴한 명백한 위헌이다.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절대 있어선 안 될 일이다"며 "윤 대통령에게 더 이상 정국정운영을 맡겨선 안 된다. 44년 전을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우리들로서는 엄중한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꼬집었다.이지현 부상자회 상임부회장은 "국회에서 빠르게 대응해 비상 계엄 해제를 의결했지만 윤 대통령이 즉각 해제를 하지 않아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솔직하게 전두환 신군부 시절보다 더 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민주주의도 5·18 이후 불혹이 넘는 시간 동안 많이 발전했다. 국민들에 대한 예의가 아닌 만큼 윤 대통령은 스스로 물러나 법의 심판을 받길 바란다"고 지적했다.한편, 단체들은 이날 회의에서 앞으로 열리는 모든 윤 대통령 탄핵 집회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광주 시민·사회단체와 함께하자고 의견을 모았다.글·사진=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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