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42주년 이모저모] 6살 아이도, 삼대가 함께 체험하고 느낀 3년 만의 전야제

입력 2022.05.17. 18:56 김종찬 기자
5·18 42주년 기념식 전야제 이모저모
주먹밥 나눔, 높은 인기엔 눈코뜰새 없어
아이에게 80년 5월 광주 가르치는 부모에
광주정신 배우려는 외국인들도 눈에 띄어
제42주년 5·18전야행사가 진행 중인 17일 오후 5·18민주광장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 참여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 참여 보장하라"

○…5·18민주화운동 제42주년 전야제가 열리는 금남로 일대에서 장애인 단체가 완전한 사회 참여 보장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17일 오후 2시 5·18민주광장에서 '장애인의 지역사회 완전환 통합과 참여 보장을 위한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 광주지역 장애인뿐만 아니라 서울, 강원도 등 전국 장애인 회원 5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1시간 가량의 대회를 마친 뒤 민주광장 일대를 돌며 행진 퍼포먼스도 진행했다.

김용목 대표는 "1980년 5월 19일,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 의해 죽임을 당한 첫 희생자는 청각장애인 김경철씨였다"며 "42년이 지난 지금까지 장애인 인권은 변하지 않았다"고 목소리 높였다.


오월 열기 함께 한 '당신의 사월'

○…"사월의 그날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어요. 다시는 마음 아픈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해요."

5·18민주화운동 제42주기 전야제가 진행된 17일 오후 충장로 한 켠에 세월호 광주시민상주모임(이하 상주모임)이 '당신의 사월'을 주제로 한 노란 빛깔의 부스를 운영했다.

5·18민주화운동 제42주기 전야제가 진행된 17일 오후 세월호광주시민상주모임이 '당신의 사월'을 주제로 운영하는 부스에 한 시민이 작성한 메모지가 부착돼 있다.

다섯 명의 상주모임 활동가들은 쉴새없이 노란 리본을 군번줄에 꿰어 시민들에게 나눠주고 있었다. 노란 리본이 그려진 스티커들도 시민들의 손에 쥐어졌다.

리본스티커를 받아 왼쪽 가슴 위에 붙이던 시민 최모(45)씨는 "5·18민주화운동 이후로도 국가의 잘못으로 시민들이 목숨을 잃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우리 시민들이 역사를 기억하고 문제를 바로잡아야 참사를 멈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스 한 켠에는 '당신의 사월을 기억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2014년 당시의 기억을 기록할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됐다. 시민들은 이곳에 놓인 메모지에 '4월 16일은 지났지만 제 기억은 멈춰있어요', '항상 그날을 잊지 않고 인생을 살고 있어요' 등의 글을 기록했다.

상주모임 관계자는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가 침몰하던 그 순간을 어제의 일처럼 기억하고 있다"며 "그 기억을 다시 한번 공유하고 되새겼으면 하는 마음으로 부스를 준비했다"고 전했다.

5·18민주화운동 42주기 전야제가 열린 17일 오후 5살 아이가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충장로 일대를 지켜보고 있다.

오월정신 찾아 충장로 방문한 외국인들

○…5·18민주화운동 42주기 전야제가 열린 17일 동구 충장로 일대에 푸른 눈의 외국인들이 '오월 정신'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날 오후 3시께 5·18기록관 앞. 두 명의 외국인들이 5·18을 설명하는 책자를 두 손 가득 든 채 전야제가 열리는 거리로 발길을 내딛었다. 이들은 전야제가 열리는 도로의 모습을 향해 연신 핸드폰 카메라를 들이밀었다.

광산구 한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친다는 베스(25)씨는 "광주로 오기 전, 인터넷으로 5·18민주화운동을 공부했다"며 "더 자세히 배우고 싶은 마음에 아침부터 관련 사적지를 둘러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작 42년 전에 그런 일이 발생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비슷한 역사적 사건을 찾아보기 힘들기에 더욱 광주가 특별하게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5·18민주화운동 42주기 전야제가 열린 17일 오후 사진기자인 스테판씨가 촬영을 위해 충장로를 방문했다.

오월시민난장이 한창이던 4시께에는 공연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던 다른 미국인 스테판씨를 만날 수 있었다.

사진기자라고 밝힌 스테판씨는 "20년 전 처음 5·18민주화운동 대해 알게된 후 매년 전야제를 방문하고 있다"며 "더 많은 사람들에게 광주의 민주주의를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엄마·할아버지 손 잡고 보는 '첫 5·18'

○…5·18민주화운동 42주기 전야제가 열린 17일에는 어린 아이들도 가족의 손을 잡고 거리로 나와 광주의 오월을 지켜봤다.

이날 오후 4시30분께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앞에서는 6살 소년이 엄마 강모(40)씨의 손을 잡고 걸음을 재촉했다. 소년은 신기한 듯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무대 앞에 발길을 멈추고 공연을 통해 5·18을 재현하던 배우들을 빤히 바라봤다.

강씨는 "아들에게도 5·18민주화운동을 가르쳐주고 싶어 데리고 왔다"며 "아이가 자연스럽고 재미있게 5·18을 받아들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오후 3시에는 3대가 함께 손을 맞잡고 전야제를 즐기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딸·사위·손자와 함께 금남로를 찾았다는 60대 고모씨는 "5·18이 광주의 정체성 중 하나인 만큼, 광주 사람이 아닌 사위와 어린 손자도 5·18을 접할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주먹밥 나눔행사 올해도 '성황'

○…5·18민주화운동 42주년을 하루 앞둔 17일 전야제가 진행되는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오월어머니회 회원들이 직접 만든 주먹밥을 나눠주는 체험부스가 인기를 끌었다.

이 부스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이어져 오월어머니회 회원들은 쉴 새 없이 주먹밥을 만들고 나눴다. 5·18 전야제에 방문한 시민들은 저마다 큼지막한 주먹밥을 손에 쥐고 먹으며 주먹밥에 담긴 광주의 대동정신을 되새겼다.

주먹밥 나눔 행사 부스를 찾은 민수진(23)씨는 "3년 만에 전야제 행사가 진행된다고 해서 퇴근한 후 바로 찾아왔다"며 "5·18을 직접 겪지는 못했지만 주먹밥을 통해 80년 5월 광주의 공동체 정신을 느꼈다. 매년 직접 체험하면서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부스들이 운영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먹밥을 만들던 오월어머니회 회원 장상남(86) 어르신은 "1980년 5월의 광주를 겪은 시민들뿐만 아니라 당시에는 없었던 젊은 세대들에게 주먹밥을 통해 오월의 광주의 의미를 전달할 수 있어 뿌듯하다"고 밝혔다.


"잠시 더위 식히고 가세요"

○…제42주년 5·18 전야제 행사가 진행되는 광주 금남로 일대에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쉴 수 있는 공간인 '민주카페'가 마련돼 무더위 쉼터 역할을 톡톡히 했다.

수은주가 27도를 가리킬 정도로 무더운 날씨 탓에 시민들은 체험부스 안에서 연신 손부채질을 하며 더위와 싸우다 '민주카페' 천막을 찾아 잠시 목을 축이고 더위를 식혔다.

이곳 천막을 찾은 이미진(26)씨는 "전야제 행사부스가 생각보다 다양하고 알차게 구성돼 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참여했다"며 "여름을 방불케할 정도로 더웠는데 휴게공간이 마련돼 있어 좋다. 잠시 쉬고 다른 부스를 체험하러 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조말자(75) 어르신은 "천막 아래 그늘에서 쉬면서 바로 앞에 마련된 무대를 구경할 수 있어 좋다"고 웃어보였다.

해당 부스 관계자는 "무더운 날씨 속에서 전야제를 찾은 시민들이 이곳에서 잠시나마 쉬어갔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고사리 손으로 오월투쟁 현장 그려요"

○…5·18민주화운동 제42주년 행사에 다양한 체험부스가 마련된 가운데 1980년 5월 광주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직접 그려볼 수 있는 민중미술 체험부스가 등장해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었다.

이곳 체험부스에는 당시 항쟁을 위해 거리에 뛰어든 시민들의 모습 등 민주화의 열기로 뜨거웠던 광주의 모습을 비롯한 현재 전일빌딩 풍경을 담은 도화지가 마련됐다.

시민들은 남녀노소할 것 없이 도화지에 그려진 희미한 선을 직접 따라 그리고 색을 칠했다.

이날 고사리 손으로 색칠하던 조광석(6)군은 "그림에 알록달록 색칠할 수 있어서 즐거워요"라고 소감을 전했다.

조군과 함께 전야제 행사장을 찾은 어머니 이아랑(43)씨는 "며칠 전 전일빌딩245를 찾았다가 전야제 행사를 진행한다는 사실을 알게 돼 이곳을 찾았다"며 "마침 오늘 어린이집이 쉬는 날이기도 해서 아이에게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간접적으로나마 알려주고 싶어서 왔다"고 말했다.

부스를 운영하던 광주민족미술인협회 소속 최재덕(56) 작가는 "1980년 당시 과거 광주의 모습과 현재 광주의 모습을 직접 그리고 색칠하며 5·18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사건팀=김종찬·이예지·안혜림기자?jck41511@mdilbo.com?

# 연관뉴스
슬퍼요
0
후속기사 원해요
4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