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부터 시민들 발길 이어져…'북적'
추모객 헌화·분향하며 참배…'전두환 비석' 밟아

"그때 용기내지 못한 비겁한 저를 용서해주세요. 민주화를 향한 열사들의 열망과 오월의 광주를 잊지 않고 살아가겠습니다."
5·18민주화운동 42주년을 맞은 18일 망월동민족민주열사묘역(구묘역)은 광주의 아픔을 잊지 않고 위로하기 위한 추모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묘역 내부에는 미리 준비한 꽃다발을 꼭 안은 채 혼자서 이곳을 찾은 시민부터 친구들과 함께 참배하러 온 대학생과 단체 추모객까지, 잠들어있는 오월 희생자 영령의 아픔을 어루만졌다.
이날 오전 9시께 광주 북구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 3묘원.
묘역으로 향하는 길목에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듯 새하얀 꽃잎이 풍성하게 핀 이팝나무가 서 있었다. 마치 하얀 쌀밥처럼 하얗게 피어 있어 5월 당시 주먹밥을 함께 나누던 모습을 연상케 했다.

이팝나무를 지나 묘역 안에 들어서자 5·18 민족민주열사와 희생자 개개인에 대해 설명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옆으로는 오월의 아픔을 글로 담은 '오월문학제' 시화 걸개가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다. 이곳을 찾은 추모객들은 묘역 일대에 수놓아진 시화 걸개를 보며 1980년 5월 희생자들이 가묘 형태로 안장돼 있는 묘역 내부로 걸음을 옮겼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드문드문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추모객들은 전두환 비석을 밟고 지나가며 저마다의 방식으로 오월 영령에 참배했다. 미리서 준비해 온 꽃다발과 조화를 묘비 앞에 헌화하는 추모객부터 주머니 속에서 라이터를 꺼내 향초를 피워 분향하는 추모객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들은 열사들의 묘비 앞에서 묵념을 하며 한참을 서 있었다. 묘비 옆에 놓여 있는 열사들에 대한 설명문을 읽으면서 이내 고개를 떨궜다. 일부는 빛바랜 묘비를 닦으며 두 뺨 위로 흐르는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한 시간 지났을까. 10여명 이상의 단체 추모객들이 이곳을 찾아오면서 묘역은 추모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며 오월의 정신을 되새겼다.
10년째 5월 18일이면 이곳 묘역을 찾는다는 이승남(61)씨는 "5·18 당시 대학교 1학년이었다. 5월 16일 진행된 화형식에는 참여한 후 시위에도 참여하려고 했지만 하나뿐인 아들을 보낼 수 없다며 만류하는 어머니의 손길을 저버릴 수 없었다. 어떻게 보면 그저 두려움에 비겁하게 숨어버렸다"며 "26일 저녁 '광주 시민 여러분, 공수부대가 도청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도청으로 나오셔서 우리 형제자매들을 살려주십시오'라는 가두방송을 듣고 이불 속에 숨어버린 그때의 나를 생각하며 늘 죄책감 속에서 살아왔다"고 말끝을 흐렸다.
이처럼 그는 함께 하지 못했다는 미안함과 죄책감에 늘 오월의 광주를 잊지 않고 지냈다. 이씨는 "이후 타지로 이사를 가면서 묘역을 참배하지는 못했지만 늘 가슴 한 켠에 남아있는 짐을 조금이라도 내려놓고자 주변 사람들에게 오월의 광주에 대해 알렸다. 2013년 다시 광주로 돌아오면서 해마다 이곳을 찾는다"면서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불의에 항거하는 5·18 정신 계승을 위해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이 이뤄지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한 손에 국화꽃을 쥔 채 혼자서 오월 영령의 묘비 앞에서 한참을 묵념하던 강모(44)씨는 "대학 재학시절, 풍물놀이패 활동을 하며 매년 이곳을 찾아왔는데 다른 지역에서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면서 찾아오지 못했다"며 "아이들이 오늘이 5·18민주화운동이 있었던 날이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아차 싶었다. 그 어떤 날들보다 잊어선 안 되는 이 날을 잊고 지내온 나 자신이 부끄러워서 일찍 이곳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타지에서 근무하던 사회초년생 시절 있었던 일을 회상하며 전국민들이 5·18에 대해 제대로 알고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씨는 "경상도에서 온 한 동료가 '아직도 도청에 핏자국이 남아있나. 광주에는 지금도 빨갱이가 있지 않냐'라며 '어릴 적부터 부모님에게 이렇게 설명 들었다'고 말하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그날 이후로 5·18에 대해 이야기하며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으려 했다"며 "아직도 광주의 오월은 창살 없는 투명한 감옥 속에 갇혀있는 느낌이다. 하루빨리 제대로 된 오월의 역사를 전국민에게 알릴 수 있는 자리와 분위기가 조성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예지기자 foresight@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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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에 막힌 장동혁… “사죄 없는 5·18 정치쇼” 결국 실패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6일 취임 후 처음으로 5월 영령들을 참배하기 위해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았다. 사진은 추모탑으로 향하는 장 대표를 막는 광주시민들의 모습.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취임 후 처음으로 5월 영령들을 참배하기 위해 광주를 찾았으나 시민들의 거센 반발로 추모탑 앞에서 묵념만 올린 뒤 발길을 돌렸다.시민들은 장 대표와 국민의힘을 향해 진정한 사죄와 반성이 없는 정치적 목적의 방문은 5월 영령을 두 번 죽이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6일 오후 12시30분께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광주전남촛불행동과 광주전남대학생진보연합 회원들이 5월 영령들이 잠들어 있는 묘역으로 향하는 길목인 민주의 문 앞에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장 대표의 5·18민주묘지 참배를 막기 위해서다.장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쓰러져간 5월 영령들의 숭고한 희생 앞에 머리숙이겠다"며 5·18민주묘지 참배 계획을 밝혔다.그는 국민의힘 전신이 '5·18민주묘지 조성'과 '5·18 특별법 제정'에 기여했다고 강조하며 "5·18 정신이 대한민국의 긍지가 되고 역사의 자부심이 되도록 국민의힘은 진심을 다해 호남과 동행하겠다. 오늘 광주로 향하는 발걸음이 진정한 화합과 통합의 미래로 나아가는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6일 취임 후 처음으로 5월 영령들을 참배하기 위해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았다. 사진은 장 대표가 시민들의 반발을 뚫고 민주의 문을 통과하는 모습.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또 "이번 광주 방문을 시작으로 임기 중 매월 1회 이상 호남 지역을 방문해 지역 현안을 챙기겠다"고 약속했다.이날 모인 30여명의 회원들은 "5·18민주묘지는 내란을 옹호하는 자들이 발을 들일 곳이 아니다"며 장 대표의 참배를 격렬히 반대했다.이들은 '극우선동 내란동조 장동혁은 5·18 정신 모욕 말고 광주를 떠나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과 '전두환 특혜 무릎꿇고 사죄하라', '내란 옹호 장동혁은 물러가라', '국민통합 정치쇼, 5월 영령 통곡한다' 등의 손피켓도 들었다.광주전남대학생진보연합 한 회원은 "과거 장동혁이 '그림은 빛이 비치는 방향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는 말을 했다. 하지만 본질을 달라지지 않는다"며 "전두환과 윤석열은 자신들의 권력 유지를 위해 총칼로 국민을 위협한 내란수괴들이다. 장동혁은 두 번의 계엄을 겪은 광주시민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면서 국민통합을 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6일 취임 후 처음으로 5월 영령들을 참배하기 위해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았다. 사진은 장 대표가 추모탑 앞에 서서 묵념을 준비하는 모습.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곧이어 오후 1시40분께 장 대표가 묘역에 도착하자 시민들은 "장동혁은 물러가라"를 목청껏 외치며 입장을 막아섰다. 일부 시민은 장 대표의 이동 동선에 앉거나 눕는 등 거세게 항의했다.시민들의 반발 속에서도 추모탑으로 향한 장 대표는 20여분간 이어진 대치 끝에 결국 헌화와 분향은 하지 못한 채 약 5초간 묵념만 한 뒤 발길을 돌렸다. 5월 영령들의 묘역을 둘러보거나 방명록을 남기지도 못했다.이와 관련 한 시민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희생했던 5월 영령들이 잠들어 있는 곳에 반민주적 계엄이 시대적 명령이라는 장동혁을 비롯해 내란을 옹호하는 자들이 발을 디디는 게 할 수 없다"며 "국민통합을 진정으로 말하려면 5월 영령과 광주시민들에 대한 진심어린 사죄가 먼저다"고 말했다.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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