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42주년 기념식 이모저모] 소란 속 피어난 나눔·치유·약속

입력 2022.05.18. 16:53 안혜림 기자
5·18 42주년 기념식 이모저모
3년 만의 기념식, 나눔정신은 그대로
경찰 대치·화환 훼손…일부 소란에도
치유·약속 이뤄내는 발길 이어져
18일 오전 국립5·18민주묘지에서 대한적십자사 회원들이 참배객들에게 나눠주기 위한 주먹밥을 준비하고 있다.

■"새벽부터 준비했어요" 3년만의 주먹밥 나눔

"새벽 6시부터 나와서 준비한 사람도 있어요. 주먹밥을 통해 오월광주가 전달되길 바라요"

5·18민주화운동 42주년 기념식이 열린 국립 5·18민주묘지에서는 대한적십자사(적십자) 회원들이 참배객들에게 나눠주기 위한 주먹밥을 직접 빚고 있었다.

봉사자들은 '오랜만에 주먹밥 나눔에 동참할 수 있게됐다'며 화색을 표했다. 민주묘지는 최근 3년간 코로나19상황을 고려해 주먹밥나눔행사를 중지했다.

이날 주먹밥 나누기에 참여한 봉사자들은 청소년봉사자를 포함해 약 70명이다.

주먹밥이 가득 담긴 주먹밥을 옮기던 봉사자 박모(51)씨는 "정성스러운 주먹밥을 준비하고 싶어 새벽 7시 전부터 묘지에 나왔다"며 "5·18을 추모하기 위해 묘지를 찾은 사람들이 주먹밥을 통해 따뜻한 광주의 정과 공동체 정신을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1인시위하겠다"vs"경호법상 금지" 묘지 곳곳 소란

기념식을 앞둔 18일 오전 국립5·18민주묘지 일대에서는 시민들과 경찰·경호인력 간 대치상황이 벌어졌다.

오전 8시30분께에는 '슬픈410만억지노동운동시민군'이라고 밝힌 한 시민이 피켓을 들고 "윤석열 대통령이 수많은 노동자를 학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시민은 피켓을 든 채로 준비해온 보드를 타고 인파 사이를 질주하기도 했다.

18일 오전 국립5·18민주묘지 민주의 문 앞에서 한 시민이 "윤석열 대통령이 수많은 노동자를 학살하고 있다"며 1인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오전 8시에는 다른 시민이 "국가와 광주시에 땅을 빼앗겼다"고 주장하며 피켓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들은 현장의 경찰들과 수십 분간 대치한 끝에 민주의 문에서 200m가량 떨어진 곳으로 이동했다.

광주경찰 관계자는 "18일은 민주묘지 일대가 경호법상 집회금지구역으로 지정됐다"며 "기념식이 안전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오후에는 한 50대 여성이 참배객들에게 행패를 부리다가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이 여성은 오후12시30분께 5·18민주묘지 일대에서 다른 참배객들을 밀치고, 그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애도 화환을 훼손해 국화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5월 아픔'의 버팀목 될게요"

이날 국립5·18민주묘지 민주의문 입구에는 광주트라우마센터가 마련한 심리상담 부스가 마련돼 눈길을 끌었다.

광주트라우마센터는 지난 2013년 출범 이후 매년 5·18전야제와 기념식에서 상담활동을 위한 부스를 운영해왔다. 센터에 따르면 전날 금남로 전야제에서도 500여명의 시민들이 센터 부스를 찾았다.

18일 오전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광주트라우마센터가 심리상담 부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한 상담사는 "광주에서는 '5월 증후군'이라는 현상이 매년 관측된다. 이는 5·18즈음에 광주시민 전체가 우울감을 호소하는 것을 말한다"며 "국가폭력피해자들뿐 아니라 고통을 겪고 있는 일반 광주시민들에게까지 도움을 주기 위해 부스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란(51) 광주트라우마센터 사회적치유팀장은 "서로가 서로의 버팀목이 될 수 있는 '치유공동체'가 광주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수 망언' 위덕대의 재방문 "대신 사과·계속 기억"

5·18 기념식이 끝난 오후 국립5·18민주묘지에는 경북 위덕대학교 학생들이 망언을 한 교수 대신 사과의 뜻을 전하기 위해 다시한번 추모탑을 찾았다.

위덕대학교의 한 교수는 지난해 '5·18은 북한군이 개입해 벌인 폭동이다'는 망언을 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위덕대 학생 15명은 지난해 5월 5·18 41주년 기념식을 앞두고 "스승을 대신해 사과하고 5·18을 공부하기 위해 광주에 왔다"며 민주묘지를 방문했었다.

18일 오후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이다영 전 위덕대학교 총학생회장이 참배를 마치고 '오월 영령과의 약속을 계속해서 지키겠다'고 전했다.

위덕대 학생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약속은 계속되고 있다'면서 민주묘지를 방문, 오열 영령들을 추모했다. 위덕대 총학생회장 출신 이다영(24)씨는 "우리가 약속했던 대로 5·18을 제대로 배우고 있고, 잊지 않고 있다고 말하고 싶어 민주묘지를 찾았다"며 "앞으로도 민주묘지에서 느꼈던 다짐과 먹먹한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안혜림기자 wforest@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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