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교포들의 힘으로 이뤄낸 '美 5·18기념일 제정'

입력 2022.09.16. 18:36 이예지 기자
캘리포니아주의회 5·18기념일 결의안 통과
한국 정부·5월단체 도움 없이 자체 기금 모아
한미 각계 각층 인사 6개월 추진 끝에 ‘결실’
내년 1주년 기념식…“유럽·아시아로 확산”
지난달 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의회에서 '5·18민주화운동의 날' 제정이 선포된 후 결의안을 발의한 의원들과 한인동포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5·18민주화운동 기념일 결의안 제정준비위원회 제공.

올해 5·18민주화운동이 42주년을 맞은 가운데 해외 최초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의회가 5·18민주화운동을 기념일로 지정하면서 연대와 나눔의 오월 정신이 세계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한국 정부나 5월단체의 도움 없이 재미교포들이 자력으로 6개월 동안 5·18기념일 제정을 준비한 끝에 결실을 맺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의회는 지난달 8일 참석 의원 67명의 만장일치 찬성으로 매년 5월 18일을 5·18민주화운동 기념일로 지정해 기념하는 'House Resolution120'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내년 5월 18일부터 5·18민주화운동 오월 영령을 기리고 정신을 계승하는 기념식과 다채로운 문화행사가 열린다.

이와 같은 결실을 맺기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 한국계 하원의원인 최석호(미 공화당 소속) 의원과 '5·18민주화운동 기념일 결의안 제정준비위원회'(이하 제정준비위원회) 등 한국과 미국의 각계각층 인사들의 각고의 노력이 숨어있었다.

이전부터 유관순의 날, 태권도의 날, 김치의 날 등을 제정해 미국에 한국의 역사를 알린 3선의 최 의원과 차세대 교포를 육성하고 이민 사회 적응을 돕는 것을 목표로 만나 오월 정신의 세계화와 후세대 교포들이 미국 땅에서 뿌리를 기억할 수 있도록 한국·미국 제정준비위원회를 구성한 교포들의 만남이 역사적인 순간을 만들어낸 것이다.

자체적으로 4~5만달러의 기금을 모아 광주시와 정부, 5·18공법단체 등의 도움을 받지 않고 제정준비위원회를 조직하고 결의안 발의와 제정까지 추진해 의미가 크다.

이들은 'K-POP', 'K-FOOD' 등의 세계화도 좋지만 5·18민주화운동과 같은 'K-민주주의'의 가치와 의의를 세계에 알리고 후세대 교포를 비롯한 젊은 세대들에게 그 정신을 계승 발전시키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에 지난 2월부터 결의안을 준비하고 추진한 끝에 6개월 만에 고무적인 성과를 냈다.

미국의 50개주 가운데 캘리포니아를 택한 이유는 GDP 규모가 3조억달러에 이를 정도로 영향력 있는 대도시인 것은 물론 이곳에서 살고 있는 한인교포들의 5·18민주화운동 기념일 제정에 대한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역사를 기리는 기념일을 제정해 왔던 최 의원의 관심과 추진력도 한몫했다.

현재 전 미주 지역에 200만명의 한인이 살고 있는 가운데 캘리포니아에 60만명이 거주하고 있고 호남 향우회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해마다 5·18민주화운동을 기리는 행사를 진행하며 공식적인 주 차원의 5·18기념일 제정을 요구했다.

내년 기념식을 8개월 앞두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제정준비위원회는 1주년 기념식 준비와 함께 미국의 다른 지역으로의 기념일 제정 확장에 힘쓰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의회 5·18기념일 제정 결의안. 5·18민주화운동 기념일 결의안 제정준비위원회 제공.

배석준 미국 제정준비위원회 부대표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1주년 기념식은 오월 영령을 기리는 기념식과 함께 미국 시민들이 '연대와 나눔'의 정신을 모토로 다양한 문화행사도 펼칠 계획이다"며 "오월 정신은 미국 독립선언서와 헌법 등의 문서를 작성하는 데 참여했던 미 건국의 아버지들이 지향했던 자유 국가 개념과 일치하는 만큼 다른 지역에도 기념일 제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배 부대표는 "연대를 통해 유럽과 아시아 등지에도 기념일이 제정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미국 제정준비위원회와 뜻을 함께하며 도움을 아끼지 않고 있는 한국 제정준비위원회는 1주년 기념식에서 한국 지자체 등이 참여하는 'K-민주주의, K-문화, 한국음식' 등을 알리는 부스를 설치하고 미국 시민과 교포사회의 마케팅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한편 제정준비위원회는 지난 15일 광주시를 방문해 '캘리포니아주 의회 5·18기념일 제정 결의안' 원본을 전달하고, 5·18 주요단체와 미국·유럽 등의 세계 주요도시에서 5·18기념일 지정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예지기자 foresight@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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